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 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첫댓글 사노라면 좋은 날이 오면 좋겠는데 고정희님은 지리산으로 가셨다가 그만 황망히 가셨지요. 이렇게 못다 젓는 노래 속에 혼자 저는 작은 배 한 척만 남겨 두고서.
고정희님의 그리움의 통증..그 글을 대하는 느낌과 비슷하네요...그리움의 통증..
가거라 가거라 흐르는 물에 실어 보내 봅니다.... 내 시간들을... 젊음의 시간들을... 푸름의 시간들을.... 그대 영혼 같은 노을 걸리는 바위틈에... 매어 놓은 한?의 배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