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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08
S#1. 도영네 집 앞 / 낮
7부 엔딩 연결로.........
동우 : !!
동우, 안 보이게 몸을 숨기고 돌아선다.
정희 : 이게 왜 트렁크에 있니.
도영 : .........(순간 말문이 막힌).......
정희 : (노려보며)...... 접수 안 할 생각이었지?
도영 : ..... 엄마 그게 아니.....(구요)....
정희 : (말 끊어) 그래놓고 나한테는 연락이 올꺼예요 기다려 보세요 엄마. 웃으면서 매일 밤낮으로 말했겠지. 방송하듯이.
도영 : 엄마 사실은 제가 아는......
정희 : 니 속엔 뭐가 들었나 참 궁금해. 아무리 남이라도 이런 짓은 못할꺼야. 넌 지영이 찾는 게 왜 그렇게 싫으니?
도영 : 제가 아는 경찰한테 직접 전달하려고 갖고 있었어요. 아는 분 통해서 특별히 부탁하려구요.
정희 : 트렁크에 이렇게 쳐 박아 두고?
도영 : 사무실 책상 서랍에 둘 순 없고.... 차에 놓고 다닐 수도 없잖아요. 우리 팀이랑 밥 먹을 땐 늘 제 차로 다니거든요.
정희 : 왜 진작 못 건넸는데?
도영 : .....중요한 수사 중이라 바쁘시더라구요. 죄송해요 엄마. 오늘 당장 전할께요.
정희 : 지영이가 니 친동생이었어도 이랬겠니?
동우 : .............!!
정희 : 피가 안 섞였어도 우린 가족이야.
동우 : ..................
도영 : 한 번도 이 집 식구 아니란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지영이는 하나 밖에 없는 제 친동생이구요.
정희 : 아나운서라 말은 잘한다.
도영 : 주세요, 제가 오늘 당장..... (봉투를 잡는데)
정희 : (봉투를 채며) 놔! 내가 직접 갖고 갈꺼야. (집으로 들어간다)
도영 : ...............
도영, 힘든 듯 차에 기대 서 있다. 무표정 하면서도 쓸쓸하고.......
동우 : .............(말없이 보고 서 있다)
도영, 한참 멍하니 서 있다 열려진 트렁크 문을 있는 힘껏 쾅! 내리닫는다. 자신을 추슬렀다.
집으로 들어가는 도영.
동우, 도영이 들어간 집 대문을 바라본다.
S#2. 도영네 거실 / 낮
도영, 들어온다.
정희, 가디건 하나 걸치고 방에서 가방 들고 나온다. 도영에게 눈길 주지 않은 채 부엌을 향해
정희 : 나 지금 나가요. 선식 만들지 마세요.
아줌마 : (부엌에서 나오며) 일찍 나간단 말씀 없으셨잖아요.
정희 : (도영 싸늘하게 보며)...그랬었죠.
정희, 나간다.
아줌마 : (도영에게 조심스럽게) 엄마 무슨 일 있으셔?
도영 : 별일 아니예요.
도영, 2층으로 올라가며
도영 : 냉 타월 좀 만들어 주세요.
S#3. 도영 집 앞 / 낮
동우, 집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
정희의 차, 차고에서 나온다. 정희, 차 움직여 가다가 집 앞에 서 있는 동우를 본다. 수상한 듯 쏘아보며 떠나는 정희.
S#4. 도영 방 / 낮
도영,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우울하게 가라 앉아있지 않다.
따귀 맞은 왼쪽 볼에 젖은 수건을 대고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도영 : (통화) 선배, 난데요! 오늘 우리 프로필 촬영 하는거요.... 내 차례 좀 제일 마지막으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일이 좀 생겨서요. 네.... 선배, 고마워요. (전화 끊고)
도영, 전화를 내려놓는데 책상에 놓인 동우의 여권을 보인다. 겉장 열어보면 인상 좋게 웃고 있는 동우의 얼굴.
S#5. 도영네 동네 / 낮
동우, 천천히 걷고 있다.
동우 : ................
플래쉬 백. 7부 길거리 농구 골대.
사월 : 애가 없어서 신도영을 입양했고 그 후에 친딸이 태어났는데 그 딸은 실종됐다나 뭐라나.....
그래서 신도영이 엄청 미움 받고 사는 것 처럼 얘기를 하더라구.
플래쉬 백. 6부 카페.
동우 : 도영씨는 지극히 정상적인 세상에서 살았을 꺼예요. 노력하면 이뤄지고, 공부 잘하면 칭찬 받고, 밥 잘 먹음 키가 크고,
자식을 위해선 뭐든지 다 해주는 엄마가 있고.
도영 : 사월씬 좋겠어요. 휘청거릴 때 옆에서 붙잡아 줄 사람이 있으니까.
동우, 착잡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동우, 발신자를 보고 한참 서 있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 받는다.
동우 : 도영씨! 미안해요. 제가 많이 늦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찾아갈께요.
도영 : 떠난 지 한참 되지 않았어요?
동우 : 네? 아 예....아까 전화 끊고 바로 떠나긴 했는데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요... 그리고 서울 지리를 모르다 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나중에 줘도 돼요.
도영 : 따로 약속잡기 번거로워요. 오늘 그냥 오세요.
S#6. 공 원 / 낮
한적한 공원. 도영, 편한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있다.
동우, 다가온다. 다가오다 놀란 척 선다.
동우 : 어!!?? (밝게)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도영 : ..... 왜요?
동우 : 오늘따라 너무 이뻐서요, 딴 사람 인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 했어요. 와....어떤 게 진짜예요? 딴 날은 솔직히 좀 별로였는데.
도영 : ........... 자요. (여권 준다)
동우 : 가요, 내가 점심 살께요.
도영 : 왜?
동우 : (여권보이며) 이것 때문에 귀찮게 해서. 또 만나고 싶어서 내가 일부러 떨어뜨리고 간 건 아니예요.
도영 : 오해 안할 테니까 걱정마요.
동우 : 점심 뭐 먹을래요?
도영 : 생각 없어요.
동우 : 그럴 줄 알고 내가.... (품속에서 배즙 팩을 꺼낸다)
도영 : ??
동우 : 지나던 길에 보니까 배즙이랑 포도즙 만들어 파는 데가 있더라구요. (동우, 팩 한 쪽을 뜯고 빨대 꽂아 준다) 자!
도영 : ........(팩을 받는다. 픽 웃는다)
도영, 동우 배즙 팩 들고 앉아있다. 도영, 빨대로 마신다.
동우 : 맛있죠?
도영 : 생각보다 괜찮네요.
동우 : 오늘 날씨 참 좋네.... 집 근처에 이런 공원도 있고 참 좋겠어요.
도영 : 난 이 동네가 싫어요.
동우 : 난 정감 있고 좋은데....
도영 : 동우씬 지금까지 제일 힘든 때가 언제였어요?
동우 : .....그냥 매 순간마다 힘들고, 견딜만했고.... 그랬죠 뭐.
도영 : 미국가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힘들었다면서요.
동우 : 아버지가 나보단 새엄마한테서 태어난 동생들한테 끔찍한 걸 봤을때 그랬죠. 나 스스로에게도 놀랐어요,
나한테도 이렇게 유치한 질투가 있구나.... 인정하기 싫더라구요.
도영 : 사랑 받고 싶은 거..... 유치한 거 아니잖아요.
동우 : 당연한 건데 다들 꺼내놓고 말하긴 부끄러워하죠.
도영 : 왜 그럴까. 죄도 아닌데....
동우 : 기운 내요.
도영 : .......?
동우 : 배즙도 먹었는데 기운 내라구. (두 팔로 알통 만들어 보이며 밝게 웃는) 이렇게!
도영 : 기운 없어 보여요, 내가?
동우 : ........아님 됐구요.
도영 : 난 이제 회사 갈 준비해야 해요. (일어서는데)
동우 : 술 친구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요. 24시간 대기 중.
도영 : 그래요. 또 봐요.
동우 : 힘내요. 신도영 파이팅! 파이팅!
동우, 손 흔들고 달려간다.
도영 : .........
S#7. 서울 경찰청 민원실 / 낮
신청서를 접수시키는 정희. 신청서 빼곡이 적어넣은 글씨. (헤어진 사연등 찾는데 도움이 되는 사항란이 있음)
정희 : 잘 부탁드립니다.
S#8. 도영 거실 / 낮
외출 준비를 한 도영, 내려온다. 들어오던 정희와 마주친다.
도영 : ..... 오셨어요?
정희 : 접수 하는데 1분도 안 걸리더라.
도영 : ........다녀 오겠습니다.
정희 : 너 스토커 있니?
도영 : ..... 아뇨.
정희 : 아까 집 앞에 젊은 남자 하나가 계속 서 있더라.
도영 : .............
정희 : 키 크고 생긴 건 멀끔하더라만.... 제대로 된 남자면 그 시간에 왜 남의 집 근처를 서성이겠니. 찜찜하면 미리 신고해 놓던가.
(부엌으로) 아줌마 나 쥬스 좀 줘요.
도영 : ...........
S#9. 도 로 / 낮
도영, 나와 차를 탄다. 운전석에 멍하니.
동우 : (E) 기운 내요!
도영 : ...........
동우 : (E) 신도영 파이팅!
도영 : ..................
도영, 거칠게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여 나간다.
S#10. 도 로 / 낮
달리는 준세의 차. 조수석엔 사월.
사월 : 오빠도 갈 수 있는지 미리 알았음 김밥 싸오는 건데. 그 때 내 김밥 맛있었지?
준세 : 레파토리 좀 바꿔 봐. 김밥 말고 다른 거 없어?
사월 : 있지 왜 없어.
준세 : 뭔데?
사월 : 김초밥.
준세 : 도착할 때 까지 자라.
사월 : 내가 자면 오빠 심심해서 안돼.
준세 : 아침 먹었니?
사월 : 아니.
준세 : 첫 번째 휴게소에서 우동 먹고 가자.
사월 : 오케이! 호두과자도.
S#11. 고속도로 휴게소 / 낮
호두과자와 커피 먹고 서 있는 사월, 준세.
사월 : 아..... 날씨도 예술이고..... 꼭 바캉스 떠나는 것 같다.
준세 : 넌 오늘 휴가 낸거야?
사월 : 뭐.....억지로 받은 휴가라고나 할까.... VIP 손님한테 대들다가 벌칙 먹었어.
준세 : VIP 손님 누구?
사월 : 장태문 회장이라고..... 아주 안하무인이고 나이를 헛자신 양반이야.
준세 : 그 분 개인적으론 불행한 사람이야. 가족들이 다 사고로 병으로 안 좋게 됐어..... 우울증도 심하다고 들었는데.
사월 : 하이고, 그 아저씨가 우울증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어쨌든 고맙지 뭐야. 그 분 덕에 오늘 여행도 가고.
준세 : 그래 좋게 생각해.
사월 : (호두과자 먹으며) 디게 맛있다 그치?
준세 : 니가 안 맛있는 것도 있니?
사월 : 있지.
준세 : 뭔데?
사월 : 고무 장갑.
준세 : (간다)
사월 : 오빠!
준세 : (빈 컵 쓰레기통에 버리고 뒤 안 돌아보고 가는)
사월 : 오빠! (어딘가를 가리키며) 나 이거 하나 사줘. 오빠!
준세 : (돌아보는데)
S#12. 고속 도로 / 낮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 흘러나온다. 사월, 어깨춤 으쓱으쓱 따라 부르는
사월 : 어때 오빠? 흥이 절로 나지?
준세 : 남이 들을까 겁난다. 이 CD 니가 갖고 가.
사월 : 남의 시선이 뭐 중요해. 내 인생 내 껀데, 내가 즐거워야지.
준세 : 그래, 그래. 노래 불러.
사월 : (노래 따라 흥얼흥얼하다가)....크... 가사가 심금을 울리는구나. (흥얼 흥얼)
준세 : (하하하 웃는)
사월 : 오빠 웃으니까 너무 멋져. 자주 웃어라, 오빠.
준세 : 도착할 때까지 계속 노래나 해.
사월 : 오빠도 같이 할래? (노래 흥얼흥얼)
준세, 미소.... 차 시원하게 달려간다.
S#13. 방송국 사무실 / 낮
도영, 앉아서 발음 연습중. “뉴스에 자주 나오는 장음 어휘” 란 문건 들고 있다. (길게 발음하는)
도영 : 가:능(可能) 가:상(假想) 가:석방(假釋放) 가:처분(假處分) 간:접적(間接的) 감:면(減免) 감:세(減稅) 감:소(減少) 감:전(感電)
감:축(減縮) 감:형.... (갸우뚱 하고 다시 해보는) 감소, 감전, 감축.....
은비와 조연출, 상구 들어온다. 도영이 연습하고 있는 뒷모습 보는
은비 : 봤지? 바로 저게 프로페셔널이야!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어도 쉼없이 공부하고 연습하잖아.
조연출 : 갑자기 숙연해 지네요.
상구 : 다 같이 묵념 시작.
도영 : 다른 팀에서 당신들 셋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일동 셋 : 뭐라는데(요)?
도영 : 막가는 3종 세트.
은비 : 그렇담 우린 2만 9천9백 원?
상구 : 무이자 5개월, 마감 임박. 지금 바로 전화주세요.
조연출 : 거기까지! 더 이상 가면 재미없어.
도영 : 방송도 없는데 왜 나왔어?
은비 : 할 일 많아. 라디오 원고도 써야하고.
조연출 : 제작비 정산 기타 등등.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상구, 달려가 전화 받는.
상구 : 네, 여보세요. (예 죄송합니다.... 올림픽 특집 방송 때문에 저희 프로가 한 주 쉬게 됐습니다....)
은비 : 윤사월 그 친구는 왜 연락이 안 돼? 백화점도 안 나왔던데.
도영 : .... 방송도 취소됐는데 윤사월은 왜?
은비 : 그냥 작가로서의 호기심이지. 개인적으로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싶어서.
도영 : 다음 주 아이템이나 미리미리 뽑아주셔. 괜히 엄한데 시간 버리지 말구.
사무실 전화벨 다시 울린다.
조연출 : 네, 원더우먼숍니다. (네, 맞습니다. 말씀하세요....)
은비 : 그랜드 음악회 리허설은 언제야?
도영 : 글쎄...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은비 : 성시경이나 이승철 나오면 나 티켓 좀 줘.
상구 :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나오면 저두요.
도영 : 나는 나오거나 말거나 찬밥이군.
조연출 : 도영 선배, 경찰이라는데 전화 받을 수 있어요?
도영 : ..............!
은비 : (작은 소리로) 경찰에서 자기를 왜 찾아?
조연출 : ..........(수화기 더 꽉 막고) 안 계시다고 할까요?
도영 : .........(고개 끄덕)
조연출 : 지금 안계신데요.... 네.... 전화번호는 저희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어떤 용건 때문인지 메모를 남겨주시면....
도영 : ..............(긴장.... 전화를 받을까 찰나의 갈등).....
조연출 : .....네? 네......아 그래요? 저흰 모르고 있었는데요.....네.......
도영 : .............
은비 : 자기 뭐 벌금 안낸 거 있지? 주차 위반이나 속도위반 딱지 먹은 거.
조연출 :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는)
은비 : 경찰에서 신도영을 왜 찾아?
조연출 : 경찰들이 만나고 싶은 방송인 1위라네요. 경찰청 홍보 웹진에 인터뷰 좀 할 수 있냐구요.
(메모 주며) 내키면 이리 전화 해보세요. 홍보팀에 있는 경장이래요.
도영 : (표정 풀리며 메모 받는다) 응....
S#14. 스튜디오 / 낮
음악 틀어놓은 스튜디오.
도영 얼굴에 노출을 재고 조명을 바꾸고 아나운서 프로필 사진 촬영 중인 도영. 자신 있고 밝은 표정으로...
도영 : (E) 두려워 할 것 없어. 윤사월은 옛날 일을 기억 못하잖아. 그 목걸이도, 서울역에 같이 간 것도..... 다 기억 못해.
만에 하나 기억이 떠올랐다 해도..... 증거는 없어.
포토 : 오케이! 잘 하고 계세요. 좀 더 친절한 표정을 지어 주세요. 그렇지!
스튜디오 한 쪽엔 간이 분장대 놓여있고 다음 차례 기다리며 거울보고 있는 시은.
경미, 시은 메이컵 고쳐주고 있다.
시은 : 신도영은 엄청 공들여 찍어 주지 않니?
경미 : 간판 아나운선데 당연한 거 아니예요?
시은 : 여기서도 차별이야.
경미 : 움직이지 좀 마요. 자꾸 번지잖아.
시은 : 이쁘게 해줘. 무조건 이쁘게.
포토 : 5분만 쉬었다 갈께요.
도영, 나와 음료수 마시며 숨 돌린다.
고훈PD, 스튜디오로 들어온다.
고훈 : 촬영 끝났어, 도영씨?
도영 : 아뇨 잠깐 쉬는 중. 내가 표정을 못 짓나 봐요. 빨리 안 끝나네.
시은 : (혼잣말) 여우같은 표정 잘만 짓더만.
도영 : 방송 한 주 죽었으면 좀 쉬고 노세요. 왜 계속 회사에서 맴 돌아.
고훈 : 엄청난 소식을 알려주러 왔지. 내가 전해줄려구.
도영 : .......뭔데요?
고훈 : 축하해.
도영 : .......?
시은 : (다가와 끼어드는) 무슨 일인데요?
고훈 : 신도영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홍보대사 후보에 올랐습니다.
도영 : ........네에?!
시은 : 말도 안 돼! 아니 대한민국 홍보대사면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이나 배우나, 아님 발레리나 강수진이나
뭐 이 정도 급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고훈 : 그 정도 급 되고도 남잖우.
시은 :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그저 후보일 뿐 가능성에선 멀겠죠. 최후의 승자를 빛내주기 위한 밑밥이랄까.
경미 : 저러니까 안티 시은이란 별명이 생기지.
고훈 : 유력하댑니다. 회사에서도 적극 밀고 있나봐. 대한민국 홍보대사면 엄청난 거야. 외국에 나갈 땐 국빈 대우 받지,
공식 정부 행사에도 참가하고..... 되기만 하면 일생의 영광인 거야.
경미 : 선배같은 사람은 할 만 하죠. 잘됐음 좋겠다.
고훈 : 자기 가질 때 어머니가 무슨 꿈 꾸셨대?
도영 : 얘기 못 들었는데요.
고훈 : 대한민국 홍보대사가 돼도 원더우먼 쇼는 쭉 가는거야. 딴 데로 튈 생각하지마.
도영 : (미소) 네.
S#15. 분장실 / 낮
도영, 분장실로 들어와 문자를 찍고 있다. ‘준세씨, 놀랄만한 소식이 있....’ 찍고 있는데
시은, 까칠한 표정으로 따라 들어온다.
시은 : 너 빽 있니? 아님 높으신 분이랑 연애하니?
도영 : ............(핸드폰을 탁 닫는다)
시은 : 왜 다 너야? 좋은 프로도 너, 좋은 기회도 너!
도영 : 열심히 일하고, 인정 받았잖아.
시은 : 여기 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이야. 기회만 주어지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 기회가 골고루 가질 않고 있잖아.
도영 : 그럼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자기를 추천해 줄까?
시은 : 너 지금 나 두 번 물 먹이니? 얘가 아주 사람을 갖고 노네.
도영 : 입사초기엔 너도 출연하는 프로 많았어. 그런데 너 한번이라도 그 팀이랑 MT가고, 밤새서 회의 해 본 적 있어?
일주일 동안 샤워 못하고 깡촌 마을 리포터로 뛰어 다닌 적 있냐구.
시은 : 아주 너만 열심이고 너만 거룩한 줄 아는구나. 메인프로 없는 아나운서들은 그럼 매일 놀아서 그런 거야?
도영 : 내가 운이 좋거나 빽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란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시은 : 그래, 너 참 대단하다.
도영 : 일엔 별로 욕심 없었잖아. 아나운서로 얼굴 알리고 좋은 데 시집가는 게 목표 아니었어?
시은 : .......(허를 찔린)..... 그래..... 솔직히 그랬어. 일로 승부를 볼 생각 별로 없었어.
도영 : 승부를 내다가 더 맞는 표현이야. 승부를 보다는 틀린 건 아니지만 일본식 표현이구. 왜 쇼부 본다고 하잖아.
시은 : .............(기가 막힌) 허!
도영 : 아나운서로 인정받을 생각부터 해. 매일 소개팅하고 명품 브랜드 런칭쇼 가서 공짜 선물이나 챙기지 말고.
시은 : (버럭) 야! 지금까지 두 번이야! 딱 두 번.
도영 : 두 번이면 많아.
시은 : 내가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게 딱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내 차고에 놓인 람보르기니랑 페라리,
또 하나는 신도영 니가 아주 후지게 되는 거!
도영 : ........
시은 : 왜? 이 순간에도 화를 참고 우아한 척 하니? CCTV 없어 여긴. 뒤집어엎어도 돼.
도영 : 질투가 널 아주 형편없이 만드는구나..... 마음 아프다. (나간다)
시은 : (자기 분에 못 이겨) 아우우우우!
S#16. 목포 미카엘의 집 / 낮
준세의 차 와서 선다. 선물 꾸러미를 든 사월과 준세, 걸어 들어온다.
준세, 감회가 새로운 듯 둘러보며 미소.
준세 : ........하나도 안 변했다. 거의 다 그대로네.
사월 : 정말.... 시간을 돌려놓은 것 같아.
준세 : .....저 나무 기억나니?
사월 : 당연히 나지....오빠, 저기! 저기가 나 주사 맞은 데잖아.
준세 : 우리 처음 만난 데?
사월 : 응.......... 우리 처음 만난 데.
준세 : ........저기 저 분........이사벨 원장님 아냐?
사월 : ........어? 원장님!
이사벨 원장, 커다란 헝겊보따리(안에 빨래 잔뜩 든)를 가지고 나오다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다.
사월, 뛰어가 원장에게 안긴다.
사월 : 원장님!
원장 : ...이게 누구야.... 너.... 혹시.... 사월이....
사월 : 네........ 유달산 깡순이 사월이요.
원장 : 세상에....사월아.....아이구.....길에서 보면 몰라보겠다....세상에 키도 훌쩍 크고.....얼마 전에 방송국에서 와서 니 챠트를....
사월 : 알아요. 별 일 아니었어요, 그거.
원장 : 그랬구나. 난 또.....
사월 : 원장님, 이 멋진 남자 누군지 아시죠?
준세 : 안녕하셨습니까?
원장 : ...........
사월 : 기억 안나세요? 준세 오빠요. 여기 후원해 주시던 김박사님 아들.
원장 : 어머나! 준세..... 기억나다마다....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준세 오빠. 어릴 때 보다 인물이 훨씬 좋아졌네.... 멋있다 준세.
준세 : 원장님 하나도 안 늙으셨네요.
원장 : 안 늙기는 주름이 자글자글한데...... 아버님은? 안녕하시구?
준세 : 네, 지금 미국에 계세요. 여기 소식을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원장님 안부도.
원장 : 우리야 잘 있지. 그런데 두 사람 어떻게 같이 와? .... 그새 혹시.... 결혼이라도 한 거야?
사월, 준세 순간 어정쩡.
사월 : (좋으면서 펄쩍) 아니예요. 원장님도 참.....
원장 : 두 사람 잘 어울리는데.... 어릴 땐 오누이 같더니만 이젠 연인 티가 제법 나는구만 뭘.
사월 : 아우....... 원장님 무슨 말씀을 하세요. 아니예요. 그냥 같이 온거예요.
원장 : 들어 와. 차 한 잔 같이 마시자.
준세 : 그 보따리는 뭡니까?
옥상. 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들어가 이불 빨래는 하는 사월과 준세.
사월 : 꾀 부르지 말고 팍팍 좀 밟아 오빠.
준세 : 다리 움직이는 횟수는 내가 더 많거든. 넌 말로 하고 있고.
사월 : 아이구..... 빨래하는 와중에도 냉철하시기는.
(E) : 핸드폰 벨
준세 :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네, 김준셉니다.... 아 그거요, 피터 강이란 펀드가 움직이고 있어서 제가 알아봐 달라고
실장님한테 부탁을 한 겁니다. 우리가 인수작업을 하고 있단 정보가 나갔는지 아주 세련되게 주식을 모으고 있어요.
펀드 배경에 혹시 누가 있는지 아님 그냥 단타매매를 하는 펀든지 아닌지 한번 알아봐 주세요. 네.
사월 : (큭큭)
준세 : 왜 웃어?
사월 : 빨래하면서 엠앤에이 하는 사람 처음 봐서.
준세 : 우스울 일도 많다.
준세,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다가 놓친다. 비눗 거품 속으로 쏙 빠지는 핸드폰.
사월 : 안돼!
사월, 수영하듯 두 손을 넣고 휘저어 핸드폰을 찾는다.
비눗물에서 건진 핸드폰, 사월 후다닥 맨발로 뛰어나가 수돗가로 가 물로 행구고 밧데리를 빼고 자신의 티셔츠에 닦는다.
정성스레 닦는 사월.
준세 : ................
플래쉬 백.
3부, 바다에 빠진 준세의 카메라를 보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월.
카메라 건져 올리던 사월. ‘오빠가 찍어준 내 사진 잃어버리면 싫어서’
준세 : ..........(미소).........
그늘에 밧데리와 본체 분리된 채 놓여있는 핸드폰.
고무다라이 가득 맑은 물. 헹군 이불빨래 밟고 있는 준세.
준세 : (밟으며) 이제 그만 헹궈도 되겠지? 물이 깨끗해.
사월, 준세 핸드폰 들고 오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준세 전화기 울린다.
사월 : 오빠, 전화기 이상 없는 것 같아. 신호 간다. (핸드폰 밖에 두고 고무다라이로 들어온다)
준세 : (사월 보며 미소)
사월 : ............왜?
준세 : 옛날엔 카메라를 건져주더니.
사월 : 오빠가 빠지면 오빠도 건져 줄꺼야. 나만 믿어.
준세 : 짜식. (사월의 코를 쥐는데)
사월 : (아파) 아..... (준세의 손을 장난으로 왕 무는데)
준세, 손을 뺄려고 하고 사월은 계속 물려고 잡고 두 사람 실랭이하다 같이 미끄러져 고무 다라이에 털썩 주저앉는다.
빨래줄에 널려 바람에 나부끼는 이불 보. 그 옆엔 사월과 준세의 바지 널려있다.
옥상 한 쪽에 맨발로 앉아있는 두 사람. 사월은 몸빼 바지, 준세는 어벙벙한 반바지나 흰줄이간 백수 추리닝 바지를 입었다.
사월 : 오빠, 의외로 그거 잘 어울린다.
준세 : 너도.
사월 : 기념사진 찍어야지.
준세 : 난 됐어, 너 찍어줄게.
사월 : 오빠 은근 왕자병?
두 손 V자 그리고 이리저리 포즈 취하는 몸빼 사월. 사진찍다 푹 웃음 터트리는 준세.
어디선가 ‘안녕하세요!’ 소리치는 아이들. 내려다보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 올망졸망 원장 옆에 서 있다.
사월 : 안녕!
아이들과 노는 두 사람. 피구 시합이나 고무줄놀이.... 아이들과 밝게 노는 사월을 준세, 순간순간 바라본다.
아이 하나 고무호스로 물을 뿌린다. ‘으아....’ 소리치며 달아나는 아이들.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무지개 사이로 사월의 밝게 웃는 모습 보인다. 준세와 눈이 마주치는 사월, 무지개 사이로 미소...........
2층 옥상, 준세와 사월 앉아있다.
사월 : 날씨가 좋아 잘 마르겠지? 행복하다.
준세 : 행복할 게 많아서 좋겠다.
사월 : 내가 여기서 시간을 견뎌내는 방법이었지. 행복할 이유를 미친듯이 찾아내는 거.
준세 : ..........
사월 : 김박사님이랑 오빠가 오는 주말도 행복한 이유 중에 하나였어.
준세 : ....내가 참 철이 없었단 생각이 든다. 난 널 언제나 밝고 씩씩한 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게 견디는 방법이었다는 걸 모르고.
사월 : 나라고 왜 이쁜 옷 입고 싶고, 피아노 학원 가고 싶고, 애들 앞에서 부모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어.
준세 : ............
사월 : 원장님도 자상하시고 여기 미카엘의 집은 참 좋은 환경이었지. 그래도 이상한 허기는 어쩔 수가 없었어.
난 참 불행한 아이라고 느낄때마다 일부러 더 뛰고 웃었어. 안그럼 잠만 오니까. 자고 나면 더 기운 없어지고 우울해지니까.
준세 : 그래도 잘 자랐어. 명품관 퍼스널 쇼퍼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사월 :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하다보니까 그렇게 된거지 내가 원래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어....
준세 : 뭔데?
사월 : .....나중에 얘기해줄게. 좀 여유가 생기면 꼭 도전해 볼꺼야.
준세 : 그래, 이젠 옛날과는 달라. 사월아.
사월 : 뭐가 다른데?
준세 : 좋은 직장도 생겼고, 널 응원하는 나도 있잖아.
사월 : ..........
준세 :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봐.
사월 : 기분 좋아졌어.
준세 : 단순하기는.
사월 : 자! 이제 박사님을 위한 숙제를 해야지.
준세 : 야! 옷 좀 마른 다음에.
원래 옷 입은 사월과 준세, 미카엘의 집과 그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다.
사월 독사진, 어색해 하는 준세 독사진.... 찍다 흔들려 준세에게 혼나는 사월. 흔들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준세 : 성의가 없네. 성의가 없어.
사월 : 다시 찍어주면 될 꺼 아냐.
아이들과도 찍고 2층 옥상의 이불 사이에서도 찍고. 두 사람의 표정 밝다.
사월 : 오빠, 나 거기도 가보고 싶다.
S#17. 바닷가 일각 / 낮
자전거 타는 준세와 뒤에 앉은 사월.
사월, 준세 허리를 손으로 살짝 잡았다가 자전거가 달리면서 점점 손을 뻗어 안듯이 잡는다.
준세 : ..............
사월 : ..............
준세 : 여기 기억나?
사월 :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준세 : .......그 땐 이른 봄이었던 기억이 나. 지금보다 쌀쌀했어.
사월 : 여길 다시 오빠랑 오게 될 꺼라 상상도 못했어.
준세 : 나두.
두 사람 태운 자전거, 천천히 달려가고.
S#18. 성인 오락실 / 낮
은섭, 게임기 앞에 앉아있다. 돈만 잃고 있는지 신경질 적으로 기계를 걷어찬다.
현주, 들어온다. 이리저리 찾는 눈길, 은섭 앞으로 다가온다.
현주 : 오빠! 지금 뭐하는거야. 당장 나와!
S#19. 빌딩 사이 후미진 골목 / 낮
현주와 마주 서있는 은섭.
현주 : 오빠 지금 정신 있어? 돈이 없으면 매일매일 병원에 찾아가서 빌던가..이번주까지 천오백 안주면 오빠 쳐넣겠다고 난린데.
은섭 : 쳐 넣으라고 해.
현주 : 차라리 물에 빠져 죽어. 오빤 인생에 꿈도 없어?
은섭 : 없어.
현주 : 나 오빠 사랑한다니까. 내 꿈은 오빠랑 잘 먹고 잘사는 거야. 오빠도 이제 좀 달라져 봐.
은섭 : 나 같은 놈은 꿈을 품어도 독이 돼.
현주 : 내가 5백은 어떻게든 만들어 볼게. 오빤 천만 원 좀 어떻게 해봐. 미선이 보기 쪽팔리지도 않아?
걔네 오빠를 팼으면 돈이라도 던져주고 멋지게 돌아서. 다시 깜빵 들어가면 그게 무슨 개쪽팔림이냐구.
은섭 : ..........
S#20. 성인 오락실 / 낮
어지러운 게임기 소리. 은섭, 멍하니 앉아있다.
은섭 : ...............
S#21. 방송국 일각 / 낮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멋진 대형 사진 걸려있는 로비. 도영의 사진도 보인다.
그 앞에 서있는 은섭. 사진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긴다.
출입증 바꾸는 데스크에 서 있는 은섭. 출입 신청서를 기입한다. 만날 사람 신도영.
은섭 : (주민증과 함께 내밀며) 여깄습니다.
직원 : 잠깐 기다리세요. 확인해 드릴께요. (전화 거는)
은섭 : ..........
직원 : 예, 수고하십니다. 1층 데스큰데요. 신도영 아나운서 계십니까? 만나기로 한 분이라고 오셨는데요. 홍은섭씨요.
은섭 : ................
직원 : 네. 알겠습니다. (은섭에게) 죄송하지만 지금 안 계시다는데요.
은섭 : 들어가서 기다리면 안됩니까?
직원 : 죄송합니다. 그건 안됩니다.
은섭, 커피숍 한 쪽에 앉아있다. 주변의 테이블들 사람이 오고 가고 바뀌고, 또 바뀌고......
은섭, 지친 듯 일어선다.
S#22. KBS 홀 / 낮
무용단 연습중이다. 도영, 텅빈 객석에 앉아 연습을 지켜본다. 옆엔 음악회 PD.
도영 : 처음 봤을 때 보다 많이 좋아졌는데요. 연습 너무 쎄게 시키신 거 아니예요?
문자 메시지음. 도영, 보면 무사히 일 잘봤습니다. 땡큐! ^^; 차동우
동우 : (E) 덕분에 무사히 일 잘 봤습니다. 땡큐!
S#23. 거 리 / 낮
걸어가는 동우. 문자 메시지음.
도영 : (E) 24시간 대기 유효하죠? 오늘 저녁에 술 한 잔 해요.
동우 : ..........(미소)
S#24. 바닷가 일각 / 낮
바다를 보며 앉아있는 사월, 준세.
사월 : 오빠가 연주했던 바이올린 곡 뭐였는지 기억나?
준세 :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사월 : 어! 그걸 기억하네.
준세 : 제대로 연주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었거든.
사월 : 그런 거였어? 난 또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사춘기 내내 어떤 상상 속에 살았는데.
준세 : 어떤 상상?
사월 : 백작의 딸이 성에 초대됐던 집시한테 납치되잖아. 집시 손에 자라면서 어느 날 꿈을 꾸지. 묻혀 있던 옛날 기억을.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
준세 : 너도 꿈에 나타난 기억이 있어?
사월 : 그냥 엄마 아빠 언니가 있던 어렴풋한 기억 밖에 없어... 대리석이고 콘크리트고 기억 안 나.
그냥 난 상상으로 만약 누가 날 납치해서 데리고 가다가.... 일이 이상하게 꼬여서 흘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
준세 : 그건 아닐꺼야.
사월 : 나도 아니었음 좋겠어. 그 사람을 위해서.
준세 : 그 사람?
사월 : 날 납치했던 사람. 만약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난 내가 당한 몇 배로 갚아 줄꺼야.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값,
우리 부모님을 슬프게 한 값........ 절대 용서하지 않을꺼야.
준세 : 사월아....... 니가 그렇게까지 운이 나쁜 애는 아닐꺼야.
사월 : ........(미소) 그치?
S#25. 목포 일각 / 낮
준세와 사월, 걸어간다. 준세, 계속 문자음이 나고 문자메세지를 체크한다.
사월 : 오빠 오늘 무리했구나.... 정신없네.....
준세 : 메일 몇 개 보내면 되는거야.
사월 : 그럼 빨리 원장실에 가서 보내자.
준세 : 여기도 이쁘다..... 너 저기 좀 서봐.
사월 : 저기?
사월, 신나서 달려가 선다. 선글래스 꼈다 머리에 올렸다 설정하며 바쁘다. 신나서 수다떠는
사월 : 이게 더 멋질까? 얼짱 각도로 찍어줘. 박사님 깜짝 놀라게. 아니 너는 사월이 사진은 안보내고 웬 여배우 사진을 보냈냐.
허허허.
준세 : (카메라 들고 돌아서며) 풍경이나 찍어야겠다.
사월 : (팔짝 팔짝) 오빠아아.
준세 : 조금만 더 뒤로 가봐.
사월 : 이렇게?
준세 : 살짝 만 더.
사월 : (뒤로 물러서는데 발을 헛디뎌 뒤로 구른다)
준세 : (놀라) 사월아!
사월, 발목 잡고 주저 앉아있다.
사월 : 아흐........나 발목 나갔나봐.
준세 : 엎혀!
사월 : 됐어...... (아파서) 아흐...
준세 : 엎히라니까.
사월, 절룩이며 일어선다. 준세, 사월을 업는다. 걷기 시작한다.
준세 : 삐끗한 데 무리하게 걸으면 덧 나.
사월, 준세의 등에 업혀 있다. 떨리고 따뜻하고........
사월 : 오빠한테서 비누 냄새난다.....
S#26. 동네 한의원 / 낮
작고 허름한 동네 시골 한약방. 병원보단 사랑방 같은 분위기. 할머니 할아버지 주르륵 앉아있거나 뜸뜨며 누워있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침 들고 다가온다.
준세 : 발목 삐끗한 데는 침 맞는 게 젤 좋아.
사월 : 나 그냥 얼음 찜질하면 돼. 나 침이랑 주사 무서워. 오빠 잘 알면서....
준세 : 내 말 듣고 맞아. 선생님, 오른 쪽 발목을 좀 접질린 것 같아요.
의사 : 침 한방 찌르면 금새 나아.
사월 : 아까보다 괜찮아요. 안 맞아도 될 것 같아요.
의사 : 맞음 금방 풀려. (침을 발목에 가져오는데)
사월 : 흐악!
사월, 벌떡 일어나 잽싸게 도망간다.
준세 : 너 발목 괜찮아?
사월 : (아차 싶은) ! 아흐, 아까보단 안 아퍼. (절룩거리며 깽깽 발로 도망 가는데)
준세, 확 달려들어 사월을 번쩍 든다.
사월 : !!
준세, 사월을 안아다 침상에 내려놓는다.
준세 : 난 누가 아픈 거 싫어. 애처럼 굴지 말고 침 맞아.
할아버지 코를 한번 훌쩍 하더니 사월의 발에 침을 꽂는다.
사월 : 으아아악!
S#27. 레스토랑 / 어스름
전망이 아주 좋은 곳. 도영, 동우 테라스에 서 있다.
도영 : 여기 야경 참 멋지죠?
동우 : 그러네요. 서울 참 근사한데요.
도영 : 술 한잔 살께요. 좋은 일이 있거든요.
동우 : 뭔데요?
도영 : 대한민국 홍보대사 후보에 올랐어요.
동우 : 우와!
도영 : 후보에 오른 것만도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동우 : 축하해요 도영씨. 나도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지네.
도영 : ..........아침엔 어디 있다 왔어요?
동우 : ....네?
도영 : 어디서 시간 보내다 늦게 도착한 것처럼 왔냐구요.....
동우 : 무슨....소릴 하는 거예요?
도영 : ...... 집 앞에 있었죠?
동우 : ...........
도영 : 다 봤어요?
동우 : ............
도영 : ............
동우 : ............미안해요.
도영 : 잘 됐어요. 나도 얘기할 친구가 필요했거든.
반쯤 빈 위스키 병. 술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두 사람. 또는 술잔을 들고 야경 보며 서 있어도 좋을 듯.
도영 : 갓난 아이 때 보육원에 와서 여섯 살 때 그 집으로 입양됐어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편하게 살았지만
또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동우 : ..... 파양된 친구가 있어 잘 알아요.
도영 : 그 때 홍콩엔 친엄마를 만나러 갔던 거예요. 죽기 전에 널 보고 싶다..... 전화가 왔었거든.....
날 만나고 그날 밤에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동우 : ........우리 집에 있을 때 많이 힘들었겠네요.
도영 : 끔찍했죠.
동우 : ........난 그것도 모르고....
도영 : 엄마는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날 다시 데려가겠다 했는데 돈 많은 교수부부 집에 간 걸 알고 마음을 접으셨대요.
대신 우유배달부로, 요구르트 아줌마로 늘 내 곁을 맴돌면서 사셨다구.
동우 : ......마음 아프네요.
도영 : 비 오는 날 학교에서 우산을 건네줬던 요구르트 아줌마가 있었는데... 엄마였대요. 그 때 한번 손이라도 잡아볼 껄....
동우 : 홍콩으론 왜 가신 거예요?
도영 : ...........날 지켜만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떠나셨대요.
동우 : ...........(눈물이 핑글)
도영 : (픽 웃으며) 울어요? 당신 취했어?
동우 : 어릴 때........내가 신경 썼음 인생이 달라졌을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도영 : 사월씨는 아니구?
동우 : 사월인 아니예요. 같은 보육원에 있던 친군데 무슨 회사 사장인가 부잣집으로 입양을 갔어요.
그리곤 1년 반 있다 파양돼 왔죠.
도영 : ..........파양의 이유는 뭔데.
동우 : 그 집 애들이랑 자주 싸웠다는 것 같아요. 나쁜 사람들이죠, 데려갈 땐 언제고 또 쉽게 애를 내치더라구요.
도영 : .......아예 처음부터 없었음 모를까 행복을 줬다 뺏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예요.... 그 아이는 극한으로까지 갈 수 있어요.
동우 : 중 3 겨울 방학때, 바다에 뛰어 들었어요. 다시 나오지 못했죠.
도영 : ...........
동우 : 파양돼서 오던 날, 아주 좋은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다들 그게 밉고 샘났던 것 같아요.
다시 쫓겨 온 건 불쌍한데 넌 그동안 좋은데서 먹고 자고 했잖아.... 그런 심보였겠죠.
아무도 그 친구랑 놀아주지 않았어요....그게 너무 후회돼요. 그 놈을 그렇게 혼자 둔거.
도영 : ........집 앞에 바다가 있었음 나도 뛰어들었을지 몰라.
동우 : 자기를 쫓아낸 그 집 부모님한테 유서를 남겼는데.... 그거 보고 다들 엄청 울었어요.
도영 : 뭐라고 썼던가요?
동우 : 날 쫓아내 줘서 고맙다. 계속 이 집에 있으면 누나랑 형을 내가 죽일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은데
누나랑 형이 자꾸 날 미워하고 쫓아내라고 하니까....
도영 : ...........
도영,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동우 : .............
도영 :(일어서며) 미안해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도영, 일어서서 가는데 동우, 도영의 손을 잡는다.
도영 : .......!!
동우, 도영의 손을 잡은 채 가만히 앉아있다. 도영도 잡힌 손 빼지 않고 잠시 멈춰서.
동우 : ............
도영 : ..........
도영, 눈물 그렁한 눈으로 동우를 본다. 눈가가 젖은 동우, 도영보고 미소. 도영도, 엷은 미소.
동우, 손을 풀어준다. 도영, 걸어간다.
S#28. 원장실 / 밤
원장실 책상 위에 데스크 탑 켜고, 노트북에 인터넷 선 연결하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준세. 사월, 살그머니 들어온다.
준세 : 갑자기 주식을 안 팔고, 다시 매수로 돌아선 이유가 수상해요. 인수합병이 본격화 되면 주가가 더 오를꺼란 기대감 때문에
움직이는 것 같아요. 네.... 제가 새벽에 통화해 볼게요. 낼 회의 때 다시 얘기하죠.
사월 : 오빠 아직 멀었어? 원장님이 여기서 자고 새벽에 출발 하라는데.
준세 : 다 됐어. 30분 후에 출발하자.
사월,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준세를 바라본다. 준세, 노트북 앞에서 메일 보내고 체크하고 바쁘다.
사월 : (미소)..........
S#29. 도 로 / 밤
달리는 차. 운전하는 준세. 사월, 준세를 보다가
사월 : 오빠, 다음 휴게소에서 자리 바꾸자. 내가 운전할게.
준세 : 괜찮아. 넌 눈 좀 붙여.
사월 : 내가 운전할게. 오빠가 졸음 운전하다 사고라도 내면 난 어쩌라구. 아직 오빠보다 어리고 젊고 앞날이 창창한데.
준세 : 너 운전 할 줄 알아?
사월 :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피아노 학원에서 애들 차로 나르는 거 3년 무사고야, 왜 이래.
S#30. 도 로 / 밤
달리는 차. 사월, 운전 중.
준세, 조수석에서 눈 감고 잠들어 있다. 진짜 잠든.
사월 : 푹 자, 오빠.... 아까 보니까 엄청 신경 쓰이고 힘든 일 같더라....
준세 : ..........
사월 : 오늘 난 너무 즐거웠어.... 오빠도 그랬어?
준세 : ............
사월 : 오빠 고백할게 있는데...... 아까 나 발목 삐끗한 거 거짓말이야....발목 다친 척 하면 오빠가 업어줄 것 같아서 그랬어.
오빠 등은 지금도 참 넓고 따뜻하더라.
준세 : ............
사월 : 오빠.........나 옛날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고 주근깨도 늘었잖아.... 그리고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도 많이 늘었어....
난 이제 어떡해.... 오빠한테 여자친구도, 결혼을 약속한 애인도 없었으면 좋겠어....
어두운 도로, 차 달려간다.
S#31. 용자네 아파트 / 아침
시끄럽게 음악 튼 거실. 용자 팔을 걷어 부치고 돌아다니며 이 방 저 방, 문 두드리고 성질부린다.
용자 : 기상 기상! 다들 일어나!
토스트 계란 후라이, 쥬스가 놓인 테이블. 용자, 동우, 사월 앉아있다.
용자 : 넌 어제 몇 시에 들어왔니?
사월 : ......2시 반 쯤.
용자 : 동우씨는요?
동우 : 저는 1시쯤.
용자 : 왜들 이렇게 늦게 다녀? 밤에 집에 딱 들어오면 식구들이 있고 좀 푸근함을 느끼고 싶은 내 맘을 왜 그렇게 몰라 주냐 말야.
사월 : 야, 어쩌다 하루 늦었다.
용자 : 동우씬 뭐하느라고 늦었어요?
동우 : 뭐 이것 저것....
용자 : 신도영씨 만나서 여권은 잘 받았어요?
동우 : 예.
사월 : 일 때문에 만났나봐? 여권도 떨구고 오고.
동우 : 응........ 뭐.....
사월 : 나 어제 미카엘 집 갔었어.
동우 : 혼자? 야, 너 그러기가 어딨어.
사월 : .........준세 오빠랑 같이 갔어. 우린 다음에 또 같이 가자.
동우 : .........그 사람이랑 자주 만나?
사월 : 아무래도 한 건물 안에 있으니까 자주 보게 되지.
동우 : 응...........
사월 : 나 그 사람 좋아해 동우야.
동우 : 그래서?
사월 : .......
용자 : 두 사람은 그냥 좋은 친구니까 동우씨도 빨리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란 배려겠지요.....네.
동우 : 책상에 금 그어놓는 애 같이 굴지마.
S#32. 호텔 카페 / 아침
아침 뷔페 차려진 레스토랑. 준세와 도영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와 커피를 따라주는 웨이터.
도영 : 오늘 아침 아님 주말에나 자길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자기가 많이 보고 싶었거든.
준세 : 난 어제 시골엘 좀 다녀왔어. 그 때 말했던 그 동생이랑.
도영 : ........왜?
준세 : 아버지 심부름 때문에 사진 좀 찍으러. 사무실로 한번 와. 사진 보여 줄게.
도영 : 그래.
준세 : 어젠 전화도 없고 문자도 없고... 바빴나 봐?
도영 : ........응. 그래서 자기 볼려고 아침부터 무리해서 온거야.
준세 : 커피에 우유 좀 타줄래?
도영 : 알았어 자기야.
S#33. 아나운서실 / 낮
도영, 들어온다.
도영 : 좋은 아침!
동료 : 오늘 점심 시간 빼놨지?
도영 : 점심 뭐지?
동료 : 동기 모임. 니가 제일 바빠서 일부러 니 스케줄 맞춰서 시간 잡은거야. 꼭 같이 가.
도영 : 당연하지. 같이 가.
S#34. 방송국 로비 / 낮
도영, 동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시은, 걸어온다.
동료 : 어? 시은. 시간 딱 맞춰 오네.
시은 : 나야 칼 타임이지.
동료 : 니가 좋아하는 일식집으로 잡았어. 좋지?
시은 : 그래서 온거야.
세 사람, 걸어간다.
은섭 : (E) 한숙아!
도영 : (못 듣고 걸어가는)
은섭 : (따라가며) 신도영씨! 한숙아! 김한숙!
도영 : .......!! (섬뜩하다 뒤 돌아보지 않고 가는데)
은섭 : (앞으로 달려와 막아선다) 한숙아!
도영 : .........!
은섭 : 나 기억나지? 나 홍은섭이야. 너 만나기 되기 힘들더라. 어제도 와서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시은 : .......뭐야 왜 자기더러 한숙이래?
도영 :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
시은과 동료, 뒤 돌아보며 이상한 듯 갸우뚱하며 걸음 옮기는.
도영 : (은섭보며 차갑게) 따라오세요.
S#35. 방송국 연습실 / 낮
텅빈 연습실. 은섭, 도영 마주 서 있다.
은섭 : 야.... 실물로 보니까 훨씬 이쁘다... 어릴 때 너 시꺼멓고 못생겼었는데.... 유명인사가 되더니 인물까지 달라졌네.
도영 : 무슨 용건이시죠?
은섭 : 존댓말을 쓰고 그래.
도영 : 저 시간 없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해주세요.
은섭 : 만나서 정말 반갑다 한숙아. 니가 이렇게 성공하고 출세해서 나도 참 기분이 좋아.
도영 : ............(불안하고, 싫고).........
은섭 : 너 기억나니? 겨울에 연탄불 갈면서 마루에 연탄불 자국냈다고 우리 둘다 두드려 맞은거..
그 땐 정말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밖에 안 들었어. 참, 너 옛날에 도망가려다 한번 된통 터진 적 있지?
쪼그만 게 간도 크지 기집애가. 그 때부터 크게 될 줄 알았다니까.
도영 : 이보세요.... 저는 댁이 잘 기억 안납니다.
은섭 : 거짓말 하지 마. 니가 날 기억 못하면 누가 하는데? 원래는 내가 그 집에 입양 가기로 돼있었잖아. 너 몰라?
도영 : ............
은섭 : 잘 나가는 널 보면서 나 자주 그런 생각했다. 내가 그 집으로 갔다면 넌 어떻게 돼있을까....
도영 : 절 왜 찾아오신거죠?
은섭 : 천 만원만 꿔줘. 반드시 갚을게. 나 지금 절박한데 도움을 청할 데가 없다. 오죽하면 널 찾아왔겠니.
도영 : ............다신 이런 부탁하러 절 찾아오지 마세요. 전 그런 돈도 없고...
은섭 : 나한텐 목숨이 걸린 액수지만 너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돈이야.
도영 :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그리고 다신 절 찾아오지 않으셨음 합니다. (가는데)
은섭 : 너 나 서울역에서 본 건 기억나니?
도영 : ............!
은섭 : 추울 때 였는데.... 88년 올림픽 하기 전에. 그 때 니가 어떤 꼬마랑 같이 가는 걸 본 것 같은데.... 걔가 니 동생이었니?
난 너 입양가고 그 집에 애가 태어났대서 니가 참 불쌍해지더라. 나중에 동생을 잃어 버렸단 얘기도 들리던데 정말이니?
도영 : ....그런 일 없습니다.
은섭 : ....한숙아! 나 돈 좀 마련해줘. 너한테 그깟 천만 원이 없어?
도영 : 다신 이렇게 찾아오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나간다)
은섭 : ..................
S#36. 일식집 / 낮
초밥 먹으며 앉아있는 도영과 시은, 동료 그 외 동기들 5명 정도. 얘기하며 웃고 식사중이다.
도영은 먹는 둥 마는 둥 얘기도 듣지 않고 겉돌고 있다.
동료 : 스튜디오에 에어컨 좀 살살 틀었음 좋겠어. 카메라가 중요해 사람이 중요해. 계속 찬데 있으니까 배탈이 낫질 않는거야.
그저께 생방송하다 죽는 줄 알았네. 그날 방송 모니터 해보면 표정이 계속 아슬아슬해. 얼굴 하얗고.
누가 시청자 의견에 올렸더라. 000 아나운서 피부과 가서 미백시술 받았나 봐요.
다들 깔깔 웃고.
시은 : 어디 아프니?
도영 : 아니.
시은 : 아까 그 남자 누구야?
도영 : 옛날에 같은 동호회에 있던 사람인데 잘 몰라. 뭐 귀찮은 부탁 때문에 왔더라구.
시은 : 왜 너더러 한숙이래?
도영 : 장난으로 그러는거야. 한숙이 두숙이 삼숙이 이렇게 사람들 부르고 그랬어.
시은 : 키도 크고 섹시하던데.... 뭐하는 사람이야?
도영 : .....기억이 안나네.
S#37. 방송국 앞 / 낮
도영과 시은 동료, 걸어온다. 주변에 있던 여고생들 몰려들어 도영에게 싸인을 요청한다.
시은과 동료는 그냥 가고 도영, 웃으며 싸인 해주는데 저 멀리서 도영을 지켜보고 있는 은섭.
도영, 시선을 느끼고 쳐다본다. 은섭, 도영을 쏘아보고 있다.
도영 : ...............
은섭 : (돌아서 간다)
S#38. 방송국 연습실 / 낮
도영, 전화버튼을 누른다. 불안하다.
도영 : 준세씨.... 전화 좀 받아.... 자기 목소리 듣고 싶어.....
S#39. 준세 사무실 / 낮
회의 테이블에서 외국 남자 2명과 자료를 보며 조용히 밀담을 나누는 준세.
준세 책상에서 진동으로 울리는 전화기. 도영의 웃는 사진이 뜬다. 진동 그치고. 다시 울리는 전화기, 도영의 사진이 뜬다.
준세, 계속 회의만.
S#40. 방송국 연습실 / 낮
도영, 전화기를 집어던진다. 벽에 부딪혀 박살나는 전화기.
S#41. 용자 새 가게 / 낮
용자, 현주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용자 : 그 깡패가 여길 찾아오면 당장 그만두시는 겁니다.
현주 : 그런 일 없어요. 걱정마세요.
현주, 손님들에게 친절히 인사하고 설명하고.
현주 : 여름 신상품인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55사이즈 드려볼까요?
S#42. 백화점 명품시계 매장 / 낮
사월, 시계 보고 돌아다니며 수첩 들고 적는다.
사월 : 이게 새로 나온 모델이구나.... 매니져님, 저 이거 한번만 구경시켜 주세요. (주머니에서 흰 장갑 꺼내는)
사월, 시계를 공부하듯 살펴보고 있는데
미미 : (E) 시계를 좀 교환해 주셨음 하는데요.
미미, 젊고 모델 같은 남자의 팔짱을 끼고 들어온다.
사월 : (돌아보면)
미미 : 이거.......남자 시계로 바꿔주세요. 바로 어제 산 거 예요. 영수증이랑 보증서 여기 있어요.
사월 : (얼른 고개를 돌린다)
미미 : 자기야, 맘에 드는 걸로 골라봐.
미미, 젊은 남자 팔짱을 끼고 착 달라붙어 서서 남자가 시계를 고르고 차보는 동안 계속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만지고.......
미미 : 여기있는 거 아무거나로 다 바꿀 수 있어. 맘 놓고 골라봐.
사월 : 매니져님 잘 봤습니다.
사월, 나가는데 미미와 눈이 마주친다. 사월, 일부러 모델 남자를 뚫어지게 훑어보고 나간다.
매장 밖으로 걸어가는 사월. 미미, 따라나와 부른다.
미미 : 나 좀 봐요.
사월 : (돌아본다)
미미 : ......내가 왜 불렀는진 알죠?
사월 : 모르겠는데요.
미미 : 바보예요?
사월 : 네! (간다)
미미 : 이봐요!
사월 : 너무 하는 거 아녜요? 남이 사준 선물을 와서 환불해 가고 다른 사람 선물로 되바꾸고.
미미 : 뭐 어때. 내 선물 내 맘대로 하는데.
사월 : 회장님은 댁을 좋아하는 것 같았단 말예요.
미미 : 그 사람 편을 들고 싶어요?
사월 : ................
미미 : 굳이 회장한테 얘기할 만큼 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사월 : .........다음에 뵈요. (간다)
S#43. 2층 지영 방 / 밤
정희, 2층 계단으로 올라와 도영 방을 지나 다른 방의 문에 열쇠를 꽂는다. 문 열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정희.
방에 불을 켜면 어린이 침대 놓여있고 어린 지영의 독사진, 어린 도영 지영 웃고 있는 사진 예쁜 액자에 담겨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정희 : ...........
수호 : (문 열려진 방문 밖에서) 당신 또 여기 들어와 있어?
정희 : ........여보.
수호 : 내려 갑시다.
정희 : .........경찰에서도 연락이 없어요.
수호 : 접수한다고 바로 연락올 꺼라 생각했어? 그럼 당신이 바보구.
정희 : 나 이제 지영이 포기할까봐.
수호 : ........
정희 : 지영이랑 내 인연은 그 5년이 다였던 것 같아요.
수호 : 그런 말 하지 마. 포기한다 그랬다 며칠 못가 다시 집착하고 점집가고 그랬어, 당신.
정희 : 내가 죽으면 이거 다 태워서 나랑 같이 묻어줘요.
수호 : ......무슨 꿈이라도 꿨어?
정희 : 슬픈 느낌이 들어서.....
수호 : 못 만날 꺼란 생각도 하지 말고, 금방 온단 생각도 하지마.
S#44. 도영 방 / 밤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 있는 도영. 노크소리.
수호 : (E) 도영아, 자니.
도영 : 아뇨.
수호 : (문 열고) 우리 차 한잔 하자.
S#45. 도영네 거실 / 밤
수호, 거실에 앉아있다. 부엌에서 차를 내오는 도영.
수호 : 음........향 좋다.
도영 : 밤엔 커피보다 허브티가 좋을 것 같아서요.
수호 : 좋지. 마시자.
차 마시는 부녀.
수호 : 엄마는 와인 반 병 마시더니 골아 떨어졌다.
도영 : 푹 주무시면 좋죠.
수호 : 경찰에서 아무 연락 없다고 상심해 있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희망을 걸었던 것 같은데...
도영 : 실종 아동이 만 명이 넘는다는데.... 경찰인력이 어디 감당할 수 있겠어요.
수호 : 가끔 난 하늘에 물어본다.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을 주셨냐고.
도영 : ...........
수호 : 하늘아래 쓸모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상처가 있으면 그 고통을 통해서 뭔가를 깨닫게 해주시지. 그래서 난 이런 생각도
했다. 혹시 도영이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 아닌가. 너를 우리가 섭섭하게 해서 이런 벌을 주신 건 아닌가.
도영 : ..........그런 말씀 하지마세요.
수호 : 아니었음 좋겠다. 도영아.
도영 : 아니예요.
수호 : 우리는 이런 일이 생겨선 안되는 백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어. 난 착하게 살았어요, 난 노력했어요, 난 불쌍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하늘은 그래도 그 일이 생겨야 하는 백 한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지금은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좀 더 나이 들어 알게 되겠지.
도영 : ..........
수호 : ...넌 지영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니?
도영 : .........모르겠어요.
S#46. 대학로 소극장 / 밤
텅빈 소극장. 현주, 대본 들고 연습 중.
현주 : 아니라고 말해! 나만 사랑한다고! 그 여자는 사고였다고,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맘에 안드는 듯 다시) 아니라고 말해! 나만 사랑한다고!
객석 구석에 은섭,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다.
S#47. 포장마차 / 밤
은섭과 친구, 소주 마시고 있다.
친구 : 너도 참 답답하다. 내가 무슨 돈이 있고 빽이 있다고 날 찾아와.
은섭 : 천 오백은 구할 수 없어. 니가 어떻게 중재 좀 해줘. 너 그래도 경찰 아니냐.
친구 : 말단 경장이 무슨 빽이 있어 자식아. 너도 참 답답하다. 나온 지 며칠 됐다고 또 사람을 패. 너도 이제 사람노릇 좀 해봐!
은섭 : (소줏잔을 던져 박살내는)
친구 : 성질머리하고는....... 아줌마! 여기 소주잔 하나 더 주세요.
은섭 : 니가 좀 나서서 도와줘.
친구 : 자,자... 한잔 받아. 내일 내가 찾아가 볼게.
은섭 : (잔 받아 단숨에 비운다)
친구 : 너 예전에 신도영이 우리랑 같이 살던 김한숙이라고 했지?
은섭 : 응.......
친구 : 신도영네서 헤어진 가족찾기 신청서를 접수했어.
은섭 : ........누굴 찾는데?
친구 : 친한 경위가 받아서 얘길 해줬는데 그 집에 여동생이 어릴 때 실종 됐더라구. 그 때 상황을 신청서 가득 빼곡히 써왔어.
은섭 : ........동생을 찾는대?
S#48. VIP 룸 / 낮
팀장, 흰 장갑을 끼고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악어백(켈리 백 스타일)보여준다.
태문과 미미, 앉아있다. 그 옆엔 비서 서 있고. 사월은 구석에 하녀처럼 서있다.
팀장 : 수석 디자이너 몽 포드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백인데요, 세계적으로 딱 30개 한정 판매 상품이예요.
미미 : 좀 유식한 말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하지.
팀장 : ....네, 맞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미미 : (으쓱) 흥!
팀장 : 미국에선 마돈나와 에바 롱고리아가 벌써 이 백을 구입했다는 설이 있구요.
저희 백화점엔 지금 하나 밖에 입점이 안됐습니다.
미미 : 하나 밖에 없는 건 내가 가져야지.
팀장 : 네,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소장가치도 크구요.
미미 : 오빠, 저 백이 날 원하는데요.
태문 : 원한다면 사줘야지.
사월, 백을 곱게 포장하는데
태문 : 박팀장, 내 카드 맡겨 둔 거 있지? 그걸로 계산해. 오늘 꺼.
미미 : 오빠! 현금으로 해요. 정 실장 시켜서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해. 이렇게 하나 밖에 없는 백을 카드로 사면 자국이 남잖아.
태문 : 별 걸 다 신경쓰는구나.
미미 : 나야 오빠를 언제나 챙기고 걱정하는 여자니까요.
사월 : (토하려고 우욱)
태문 : 정 실장 연결해서 니가 좀 처리해라.
비서 : 네, 지금 곧 해드리겠습니다. (전화들고 나가는)
커다란 쇼핑백을 든 미미, 태문 팔짱을 끼고 살랑살랑 걸어간다.
뒷모습을 보며 서 있는 사월.
사월 : .......성격 파탄의 저 회장님....참말 쓸쓸해 보이네...
사월, 돌아서 걸어오는데 어떤 옷을 보고 멈춰 선다.
사월 : .......어?.......이거 최정희 교수님 스타일인데.....
사월, 핸드폰 꺼내 전화 거는.
사월 :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윤사월인데요.... 네.... 완전 교수님 취향인 옷을 하나 봐서요.... 한번 나오시겠어요....
많이 바쁘시면 자택이나 학교로 제가 가져다 보여 드려도 되구요.
S#49. 준세 사무실 / 밤
준세, 책꽂이 앞에 서 있다. 도영, 들어온다.
준세 : 전화는 버리고 다녀? 연락도 안되고.
도영 : 전화 다시 살렸어. 망가졌었어.
준세 : 그럼 진작 말을 해줘야지.
도영 : 난 요새 왜 매일매일 자기가 보고 싶지?
준세 : ........(안아준다)
도영 : 오늘도 밤새?
준세 : 아니, 같이 저녁 먹을까?
도영 : 응!
준세 : 잠깐 기다려. 금방 끝나. (책꽂이 뒤지며 자료 찾는)
도영 : (책상에 가방 놓다가 노트북에 뜬 사진을 보며) 웬 바닷가 사진이야?
준세 : 응.....시골 가서 찍은 거. 내가 보여준다고 했잖아. (다가와 슬라이드 쇼가 되도록 바꾼다) 사진보고 있어. 금방 정리할게.
사진, 슬라이드 쇼로 천천히 넘어간다. 도영, 사진을 보고 있다. 바닷가 사진, 아름다운 풍경들....
도영의 핸드폰 백안에서 울린다. 도영, 옆에 놓인 백으로 팔을 뻗어 핸드폰을 꺼낸다.
도영 : 아빠?
수호 : (F) 도영아, 지금 어디냐?
도영 : 준세씨 사무실이요. 같이 저녁 먹고 들어갈려구요.
수호 : (F) 저녁은 다음에 하고 얼른 들어왔으면 싶다.
도영, 긴장. 앉았던 자세를 바꾼다. 책상에서 돌아앉는다.
도영 : 무슨 일 있으세요?
수호 : (F) 지영이를 찾았다.
도영 : 네!?
놀라 굳은 도영의 얼굴 뒤로 모니터에 뜬 사월의 환하게 웃는 모습.
핸드폰을 들고 있는 도영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