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14 한 사람이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15 "주님, 제 아들이 간질병으로
몹시 시달리고 있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 아이는 가끔 불 속에 뛰어들
기도 하고 물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16 그래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데려가 보았
지만 그들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17 예수께서는 "아, 이 세대
가 왜 이다지도 믿으려 하지 않고 비뚤어졌을까? 내가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살며 이 성화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 그 아이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하시고는
18 마귀에게 호령하시자 마귀는 나가고 아이는 곧 나았다. 19 사람들이 없을 때
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저희는 왜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
다. 20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
로 옮겨져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 너희가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묵상-
오늘 복음의 치유사건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사건 뒤에 일어난 사건이다. 예수
께서 산에 계시는 동안에 간질병으로 고생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그 아들을 고
쳐달라고 제자들에게 갔으나, 마귀를 쫓아내는 권능을 받은 제자들이(마태
10,1) 그 아들을 치유하지 못했다. 그 아버지는 예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는 것
을 보고 그 앞에 꿇어 애원하고 있다. 이를 보신 예수님은 그 아들을 낫게 해주
셨다고 한다.
그 아버지는 제자들이 치유를 하지 못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예수님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에도 그럴 것이다. 많은 신자들이 성직자들
이나 수도자들에 대하여 실망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믿는 것
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이기 때문에 예수님께 확실한 기대를 걸고 있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는 인간들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
고 친밀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기도하고 명상하는 시간에는 하느님과 가
깝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 아픔, 고
통에 응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하느님과의 일치는 바로 나의 이웃
들과의 일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당신의 자녀로 살기를 원하시며 끝까지 인내
해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우리가 형제와 이웃의 과실과 잘못을 참아주지 못
하고 있다면, 나 자신의 불충실함, 내 죄에 대해서 즉시 벌을 주지 않으시고 참
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인내를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
상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그분의 자녀가 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간질병을 앓는 아들을 둔 아버지와 같은 하느님께 대한 항구한 신앙을 우리도 청
하며, 항상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
으로 살아가도록 은총을 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