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성명]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고 최종범 님의 죽음은 삼성에 의한 타살이다.
삼성은 노조탄압 중단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제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1000억원 이라는 입 벌어지는 천문학적 액수에 가장 큰 소외를 느꼈을 삼성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음을 택한 것이다. 그의 죽음과 그가 마지막 남긴 글은 산 자들을 울리고 삼성의 추악한 이면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배고프고 힘든 것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한 마지막 유언은 그가 죽으면서 떠올린 전태일의 모습과 닮아서 우리들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악명 높은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뚫고 노조로 뭉쳐 처음으로 외친 구호는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였다.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 11시가 되어 퇴근하였다. 이렇게 극심한 과로로 인해 불과 한달 전에는 뇌출혈로 고 임현우 님(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 조합원)이 죽었다.
여름이 지난 비수기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야 했다.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위영일 노조 지회장(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명세서에 찍힌 ‘지급액 80만원’이 아니라 아예 단 한푼도 벌지 못하는 현실을 폭로했다. 위영일 지회장은 “(명세서에 표시된) 저 임금 8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를 주유비나 식대, 통신비로 내야합니다. 30만원밖에 안 남아요. 그런데 4~5인 가족이 30만원 가지고 살아가려면, 대부분 우리 직원들이 서민이기 때문에 월세방에 삽니다. 거기서 또 (월세로) 30만원을 제하면은요, 우리 한달 그냥 굶어죽으라는 거죠. 저걸 대 삼성에서 월급 이라고 주고 있습니다.” 고 했다.
생활고에 더해 고 최종범님이 죽음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삼성그룹의 악명 높은 노조탄압 때문이다.
얼마 전 폭로된 ‘삼성그룹 노조파괴 전략 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처럼, 노조에 가입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심한 탄압을 받았다. 고인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기사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았다. 제품을 수리하는 건수대로 수수료(임금)를 받는데 회사가 조합원들만 골라 일감을 주지 않았다. 또 조합원들에게만 징벌적인 표적감사를 실시했다. 고인도 표적감사의 대상이었다. 3년 전 자료까지 끄집어내서 부품사용이 잘못되었다며 손실금액을 월급에서 차압하겠다고 하는 등 고통스런 표적감사와 일감 안주기 등은 고인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고인은 고객 불만 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였다고 천안센터 사장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 서비스노동자로 평소 고객에게 받는 비인간적 언사에 더해 센터의 사장은 고객보다 더한 폭언과 욕설을 고인에게 퍼부었다.
고인은 자신의 죽음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생활고에 더해 견디기 힘든 삼성의 극악무도한 노조탄압과 비인간적 대우는 그와 그의 동료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극한의 현실이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자신의 죽음으로서 바꾸려 한 것이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될 죽음을 막기 위해서 반올림은 제 연대단체들,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어깨 걸고 싸워나갈 것이다.
삼성은 당장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
고인을 자살로 이끈 직접적인 가해자 천안센터 사장을 엄중 처벌하라.
위장도급을 철회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
2013. 11. 1.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