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페나크 에세이 『소설처럼』(문학과지성사, 2021)을 읽고
작가는 1944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에는 열등생이었으나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독서에 남다른 흥미를 갖게 되었다. 프랑스 니스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26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3년 작품활동을 시작.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책 ‘까모 시리즈’를 통해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작가소개에서
“강압적인 독서교육을 비판하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치는 책”이라는 광고문구가 보인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며 아이들이 책과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즐거워하는 동안, 그러니까 “교육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출중한 교사였던가!”라고 말한다.
“책이 지니는 무게란 한결같이 사람을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는 성향이 있다.” (p25)
“책의 무게, 지루함의 무게, 아무리 기를 써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버거움의 무게에.” (p25)
사춘기 아이들이 책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가는 청소년들에게도 수업 시간에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절대로 먼저 질문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물어볼 때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의, 아니 좀 더 넓게는 모든 예술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인간들의 아귀다툼을 멈추게 하는 역할. 거기에서 사람은 전혀 다른 모습을 띠었다. 그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의 사랑이었다.” (p38)
아이들에게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순간을 묘사한 문장이다. 아이와 내가 한마음으로 뭉쳐지는 일체의 순간을 친밀감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즐겁게 책을 읽었던 것과 다르게 책이 ‘읽어야만 하는 것’이 될 때, 책 읽기를 기피하게 된다.
“어른들이 자신의 능력만을 내세우려 들기보다는, 아이에게 열정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무조건 암기와 복습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북돋워 줘야 할 것이다.” (p67)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면, 책 읽기를 당위가 아니라 보상이 되도록 해야 아이들도 책 읽는 행위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다. 부모가 함께 책 읽기를 즐기는 등 어렸을 때 그렇게 했던 것처럼 기꺼이 시간을 내줘야 한다.
작가는 하나의 비법을 알려 준다. 책 읽기를 하면서 무상의 즐거움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읽은 책에서 질문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저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철석같이 지켜야 할 교리이자 철학이다.” (p89)
몽테스키외는
“나에겐 공부만이 세상의 모든 불쾌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최상의 치유책이었다. 한 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온갖 근심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곤 했다.”
마치 내 마음을 밝히는 문장 같았다. 내 심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장이었다.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고전들을 모두 읽을 수 있다면 나는 행운아일 것이다.
“소설은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 소설 읽기란 무엇보다 이야기를 원하든 우리의 갈구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p157)
책 읽기의 즐거움을 일러 주기 위해 작가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학생들은 책 속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질문하고, 찾아 읽으며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간다. ‘호모 나랜스’로 지칭될 정도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다. 그 말은 바로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것 또한,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하나의 즐거운 이야기를 찾아 책 속으로 빠져드는 우리들 자신을 생각하면 된다.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p161)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성경과도 같은 유명한 문장을 찾았다. 보석처럼 빛나는.
‘내게 책 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라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작가가 주장하는 독자의 권리가 흥미롭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슴을 누릴 권리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작가가 읽었던 수많은 책과 작가들, 주인공들이 이 책 속으로 튀어나와 종횡무진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책 읽기는 강요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즐거운 활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책이다.
테스를 시작으로 세계 문학전집을 읽었던 열세 살 이후, 나의 세상이었던 명작들이 거론될 때마다 반갑고 행복했다. 어떤 제약도 받지 말고 자유롭게 읽을 권리가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 인상 깊었다.
첫댓글 소설처럼!
민작가님의 부지런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잠은 언제 자나요?!!
농장에 가서 일 하랴
집에 들어오면 집안일 하랴
한길이와 함께 얘기 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겠네요!!
소설처럼!
읽고보니 잠 의미가 있네요!!재밌고요!^^
의무와 권리가 참 자유스럽네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모든 활동은 즐거운 놀이여야 효과가 좋고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인류가 현존하면서부터 함께 해온 독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이 작가가 말한 '소설처럼' 에세이가 시사한 점이 매우 큽니다.
댓가 없이 조건 없이 무한으로 이어질 독서활동은 우리에게 필요불가결임을 다시 새겨줍니다.
좋은 작품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데요~ 작가는 그 활동을 즐겁게 하도록 알려 줍니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들도 최고였지요. 감사합니다~♡
손녀가 있는데
할미랑
마구 책놀이 하고 싶어집니다
눈 뜨면 키타 들고 노래하는 가수가 있듯이
눈 뜨면 책 들고 ㅎ
큰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체력이 딸리고 힘이 드니까 팔베개하고 책 읽어주면 5분도 안되어
엄마 감긴 눈 뒤집고 또 다른책 들고와 읽어달라고 했던 추억이 생각나 웃습니다
아들이 다독왕으로 표창장을 받기도 했지요
좋은 책
엑기스 문장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표본이지요~ 엄마가 책을 읽어 주는 것만큼 행복한 책읽기가 있을까요?
아이도 닮아서 독서왕이 되었군요~
손녀에게 책 읽어 주시는 자상하신 선생님도 상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