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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동화집 『걱정 없는 약』(도담소리, 2023)을 읽고
. 2023
정소영 선생님은 2013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동화집 《달꽃과 아기몽돌》로 아동문예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동화집 《아기몽돌의 꿈》으로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지서로는 동화집 《천년의 아이》, 《하얀 고래의 노래》, 《천년의 아이와 동물병정》, 그림책 《금빛 뿔 꽃사슴》 등이 있다. - 저자 소개에서
「걱정 없는 약」 ― 고양이 방울이네 가족은 걱정 병에 걸렸다. 엄마 아빠가 걱정을 많이 해서 병이라도 날까 봐 걱정을 한다. 집주인 부부가 사는 집은 들판 한가운데 있다. 까뮈는 그 집의 개다. 방울이가 걱정이 많은 가족들 걱정을 하자, 방울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까뮈가 마치 작가라도 되는 듯 그럴싸한 말로 알려 준 방법대로 숲 속에서 ‘걱정 없는 약’을 구하기로 한다. 토끼, 수꿩, 다람쥐를 만나는데 모두 걱정이 많았다. 동물 중의 호랑이는 걱정이 없을 것 같아 찾아갔는데 그들도 걱정하는 소리를 듣는다.
산에서 걱정 없는 약을 구하지 못한 방울이는 마을로 내려와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집을 찾는다. 산 밑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걱정 없는 약은 걱정을 안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사람들도 수많은 걱정을 짊어지고 산다. 그 걱정들 때문에 스트레스라는 병이 생길 지경이다. 동물들도 걱정이 많다. 걱정이 많아서 걱정 없는 약을 찾아 나서고 걱정 없는 약은 걱정을 안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은 방울이에게 배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려운 길을 떠나는 용기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밑바탕에 있다.]
「나무가 되고 싶은 아이」 ― 국어 시간에 자기 꿈을 말할 때, ‘나무’가 되고 싶다는 아이가 있다. 친구들은 깔깔 웃었지만, 선생님은 다정하게 묻는다. “고추잠자리가 와서 앉으라고요.”라고 말한다. 엄마가 고추잠자리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한 달 전,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져 있다. 어느 날,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와 함께 자주 갔던 공원 옆 정원으로 간다. 아기는 사과나무 옆에 서서 말을 건넨다. “나도 나무가 될 거야.” (p34)
두 손을 위로 올리고 나무처럼 섰다. 두 발을 약간 벌리고 두 손을 부채 모양으로 펼쳤다. 아이의 팔에 새도 앉았고, 매미도 찾아와 노래했다. 가을이 돼서 빨간 고추잠자리도 날아왔다. 아이는 “엄마, 엄마다.”라고 행복해한다.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수루를 데리러 온다. 나무가 되어 엄마를 만났다는 수루의 말을 듣고, 아버지도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늘나라로 간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수루가 너무 짠해서 안아주고 싶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버지나 선생님이 수루의 엉뚱한 생각을 나무라지 않고 다독이는 모습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수루가 슬픔을 이겨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다.]
「달뫼산의 마법사」 ― 달이 떠오르는 달뫼산에 그림을 그리는 마법사가 산다. 신령스러운 달뫼산에 가서 살면 엄청난 마법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산에서 혼자 살며 마법을 닦았다. 달뫼산 바위 사이를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바위에 그림을 그렸지만 바람처럼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 날, 바법사의 꿈에 달뫼산의 산신령이 나타났다. 마법사의 정성에 감동하여 마법사를 도우러 왔다고 한다. “달뫼산에 보름달이 떠오를 때마다 달뫼산 바위에 이 세상의 모든 꽃을 그려라.” (p42) 그 그림들이 어느 날 살아있는 꽃으로 피어나는 마법이 이루어지면 마법사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마법의 방법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마법은 사랑이다.” (p43) 새는 꽃들에 물을 주라고, 다람쥐는 알밤을, 여우는 다정한 말을 해 줘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마법사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달밤, 마법사가 바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큰 바위 뒤쪽으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달나라에 사는 달뫼공주가 온 것이다. 달뫼산 바위에 그림을 그리는 마법사를 멋지고 신기하게 생각해 보고 싶어서 왔다. 마법사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모두 보고 싶다는 달뫼공주가 발을 다쳐서 업고 구경시켜 준다. 달뫼공주는 외로워 보이는 마법사를 두고 달나라로 갈 수 없어서 그대로 녹아 없어지기로 한다. 날이 밝자 그 자리에 노란 달맞이꽃이 피었다. 마법사가 그 꽃에 입을 맞춘다. 달뫼산 바위에 수많은 바위꽃이 피어났다.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사랑을 모르면 그 마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설정이 진실하여 보였다. 사랑하는 마음은 타인은 안타깝게 여기고 살리려고 한다는 것, 함께 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따뜻한 동화다.]
「돌다리 할아버지와 우주 소년」 ― 용대리 산골 마을 초입, 냇가에 돌다리 할아버지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방유형문화재 1호인 다리다. 이상기온으로 열대야에 시달리던 어느 날, 돌다리 할아버지 앞에 우주 소녀 별아가 찾아온다. 돌다리 할아버지는 자신의 혼잣말도 들어주고 자신을 특이하고 예쁜 다리라고 칭찬해 줘서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은 돌다리가 지은 지 오래되었다고 보존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다니기엔 위험하다고 콘크리트 다리를 만들었다.
“날 노인네 취급해서 가끔 와서 사진이나 찍어 가지 아무도 나랑 놀아 주지 않아.”(p60)
돌다리엔 밀랍초를 만드는 할아버지가 와서 불을 밝히고 기도를 한다. 밀랍초 할아버지의 아들은 올여름 홍수 때 냇가에서 무너진 둑을 막다가 물에 떠내려 갔다. 기상이변으로 홍수나 산불 등 지구의 날씨는 예전과 다르게 예측불허다.
밀랍초 할아버지는 아들을 생각하며 지구를 지켜달라고 기도를 한다. 우주 소녀 별아는 홍수 때 밀려온 온갖 쓰레기들을 모아서 새로 만든 다리 위에 놓았다. 밀랍초 할아버지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밀랍 인형들을 돌다리 위에 세웠다. 한낮이 되자 밀랍 인형들이 녹아냈다. 많은 기자와 사람 앞에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용대리 다리를 지켜달라고 외쳤다.
[지구온난화, 기상 이온, 쓰레기 문제, 환경오염 등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동화다.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 석교를 이렇게 동화 속으로 끌어와 이야기를 만든 작가의 필력이 감탄스럽다. 이 동화 역시 지구를 사랑하고 돌다리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악착동자와 아기 도깨비」 ― 도깨비 엄마와 아기는 신통력을 잃은 도깨비방망이를 고치기 위해 산신령을 찾아간다. 산신령은 청운사에서 백일기도를 하면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력이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도깨비들은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력으로 코로나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청운사에 기도하러 가면서도 마스크를 쓴다. 기도하는 중에 지루해진 아기 도깨비는 부처님 머리 위에 용이 끄는 배의 용머리 쪽에 어린 동자가 밧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작은 도깨비로 변신해 동자 곁으로 간다.
극락 세상으로 가려고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고 한다. 반야용선은 천국 같은 세상, 지혜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뜻의 반야용선이라고 알려 준다. 아기 도깨비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 도깨비는 “열심히 착한 일을 해서 극락세상으로 가라고” 매달아 놓았다고 알려 준다.
아기 도깨비는 악착동자가 힘들게 밧줄에 매달려만 있을 것이 아니라, 내려와서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기 도깨비는 줄에 매달린 악착동자를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백일째 되는 날, 도깨비 방망이는 다시 빛을 찾는다. 아기 도깨비는 악착동자를 먼저 구한다. 악착동자와 함께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서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죽고 병들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구하기로 한다.
[악착동자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극락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부처님도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게 해 달라는 기도에 감동했을 것 같다. 또한, 기도만 한다고 해서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좋은 일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소중한 진실을 알게 해 준다.]
[분분이 꽃] ― 만연사 입구 장독대 옆에서 분꽃 분분이가 태어났다. 소녀와 어머니가 새싹 중에 튼튼해 보이는 분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소녀의 동생이 하늘나라로 가서 소녀와 어머니가 기도하러 만연사에 왔다가 분분이를 만난 것이다.
분분이가 간 곳은 오래된 아파트 베란다였다. 슬픔에 빠진 모녀에게 예쁜 꽃을 피워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햇빛이 잘 들지 않자, 분분이는 찾아오겠다고 했던 해님이 그리웠다. 어머니는 분분이를 볼 때마다 죽은 딸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린다. 분분이는 그럴수록 어서 꽃을 피워서 소녀와 어머니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가을이 다 가도록 꽃을 피우지 못하는 분분이를 아빠는 내다 버리라고 한다. 햇빛이 안 드는 곳으로 자기를 데려온 것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자기를 아가라고 생각하며 사랑해 준 사람들이라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녀네 집이 이사하게 된다. 분분이는 버려질 신세에 처한다. 새로 이사 한 아파트는 햇빛이 잘 들었다. 절에서 만났던 그 햇빛이었다. 분분이는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꽃을 피우려는 마음에도 슬픔에 젖어 있는 소녀와 어머니를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은 또 얼마나 숭고한가를 배울 수 있다.]
「흰고래 루루와 세 개의 돌」 ― ‘두둥실아쿠아리움’에 동생 태호와 엄마와 놀러 간다. 흰고래 루루의 쇼를 보던 태호는 루루가 말을 한다고, 루루가 울고 있다고 말한다. 태왕이도 루루가 바다로 가고 싶다는 말소리가 들린다. 태호는 루루에게 바다에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한다.
루루의 부모는 수족관에서 죽고 혼자 남았다고 한다. 태호는 형에게 루루를 바다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방법을 찾던 중, 멀리 보이는 엄마섬 아기섬에 요술을 부리는 할머니 도깨비가 산다는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할머니 도깨비는 주문을 외우더니 노랑, 빨강, 파란색 요술 돌을 준다. 돌을 던질 때마다 마술이 열린다. 아쿠라리움 출문이 열리고, 수족관이 갈라지며 고래가 나오고, 바다까지 갈 수 있게 된다. 흰고래 루루는 이제 남극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친구를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마법의 비법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는다. 넓은 바다를 누비며 살아야 할 고래가 사람들이 구경거리가 되려고 수족관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누군가 구해주려는 선한 마음은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마술을 만들어 내서 바다로 돌려보낸다. 마음마저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왕바위와 바닷새」 ― 먼바다 외딴섬 바닷가에 왕바위가 살았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크고 힘센 바위라고 으스댔지만, 늘 외로웠다. 어느 날 하얀 바닷새가 찾아온다. 조그만 바닷새도 혼자라서 외로워 보였다. 측은해지려는 마음을 숨기고 헛기침했는데 바닷새는 날아가 버린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가 부러웠다.
“나는 바위 중의 왕! 누구도 나를 깔보지 못해!” (p118) 입버릇처럼 말했다. 바닷새는 왕바위가 외로워 보여서 해당화 씨앗을 왕바위의 가슴팍 끝이 파인 곳에 떨어뜨린다. 바람에 날려 온 먼지가 흙이 되어 쌓인 곳에 씨를 묻었다.
봄빛이 환하게 웃는 어느 봄날에 해당화는 초록색 싹을 틔웠다. 왕바위는 누군가 자신을 꼭 안아 주는 것 같아 포근한 기운을 느낀다. 멀리서 보면 왕바위가 가슴에 꽃다발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왕바위는 해당화가 안전하도록 게들이나 태풍으로부터 해당화를 지킨다. 태풍으로 왕바위의 뾰족한 어깨가 떨어져 나가고 둥그스름해졌다. 해당화도 꽃을 피웠다. 왕바위에게 둥근 해님을 닮았다고, 따뜻하고 포근한 왕바위님이라고 이웃에 사는 친구 바위들이 칭찬하자 우쭐해진다.
[자그마한 바닷새 덕분에 해당화를 품게 된 왕바위는 잘났다고 뻐기는 뾰족한 성격에서 사랑을 품은 둥글고 온화한 성격의 따뜻한 바위로 변한다. 홀로 우뚝 솟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주위를 사랑하고 어울리는 것이 진짜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고 개연성이 있어서 이해가 잘 되었고 감동적이었다.]
동화집 『걱정 없는 약』은 사랑을 실천하고, 사랑을 지키고,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랑’이다. 사랑은 걱정도 없애주고, 마법도 실현한다. 외로운 바위도 지켜주고, 고래도 바다로 보낼 수 있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도 좋아서 공유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