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07
자기 주관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유난히 카레, 순두부, 불고기 같은 저녁거리가 쌓여 있어서 모처럼 엄마가 닭강정을 사왔음에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차였다.
동생이 먼저 닭강정을 먹으려 했는데 치킨무 얼마나 먹을 거냐고 물어서 다 먹고 남은 거 내가 먹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동생은 내가 얼마나 먹을지 모르는데 먹을 거냐 안 먹을 거냐고 물었고 나는 다시 그대로 대답하며 그대로 서로 이야기가 헛돌았다.
엄마가 목소리 커진 걸 듣고 중재하기 위해 나와서 치킨무 먹을거냐고 한 걸 내가 어렵게 대답했다고 요약하고 끝냈다.
그러다 다음 날 오전에 엄마가 어제 이야기를 다시 꺼냈는데, 자기 주관이 있는 동혁이와 맞추려는 내가 서로 어긋난 것이 원인이라 하였다.
오늘 같이 내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는데, 여러모로 나 자신이 일반화된 듯 하면서 끝내 일반인일 수 없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의 자기 주관은 다양해서 식습관, 취향인 옷, 우선시 하는 가치관, 남에 대한 태도 어떤 요소는 서로 공감하여도 어떤 요소는 전부 부딪치게 되어있다.
나름 일반화 되며 사회성을 맞추어도 어딘가에는 서로 걸리고 충돌하며 사소한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창작문화와 현실의 대화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생기는지를 느꼈는데, 이 점이 글을 쓰며 멀지 않은 시기에 어려움을 겪게 할 거라 생각한다.
내 이야기라 그런지 오전의 기억이 많이 날아갔는데도 써질 부분은 써지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와 엄마가 자기 주관이 약하다고 했는데 자폐장애인인 나는 둘째치고 엄마의 경우는 일반인임에도 그 점이 비슷한 것은 의외이다.
하긴 엄마 본인이 공동체 생활을 할 때 고충이 많다고 했는데 난 성장환경과 어우러지며 꽤나 깊게 뒤틀린 것 같다.
덕분에 혼자 기준의 주관은 확고하나 남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이를 내세울 수가 없어서 불편하고 집에서 함께 생활할 때도 엄마의 간섭에 좋든 싫든 영향을 받게 되어버린다.
반대로 내 일반적이지 못한 생활 때문에 엄마도 많이 신경쓰고 어려워하고, 그 점을 자각하게 되어 더불어 스스로 힘들어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오전에 느꼈던 주제는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어그러지는 것 같지만 이거라도 건져야 본래 루틴으로 돌아갈 것 같다. 이 내용이 과연 책으로 나올지 영상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