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을이’
2015년 생후 2개월 가을에 우리집으로 온 요크샤 '가을이'가 있습니다.
8년 전에는 대구에서 살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반려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등6 막내딸이 너무 우겨서 엄마도 마지못해 집안에 들여놓기는 했지만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시절이니 아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 다녀오면 가을이를 끼고 살던 막내가 10개월만에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떠나자 자연히 가을이는 엄마 차지가 되었고, 막내딸을 엄마로 대치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막내딸도 자신을 생각하며 대신에 가을이를 잘 키우라 하고는 유학을 갔었습니다. 유한부인들이 할 일이 없어서 침대에까지 끌여들이며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반려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있었던 소생에게는 부부싸움이 생기면 당연히 화살이 '가을이'에게로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공간에서 개새끼를 치워라! 현관에다 개새끼집을 옮겨두어라! 나랑 살래? 개새끼랑 살래?'
현관문을 열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다그치기도 했었습니다.
2주마다 집에 오는 의사생활이 연속되었으니 가을이는 항상 소생의 눈치만 보는 신세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저절로 정이 안 가는 식구의 일원이 되어 갔습니다. 3년 세월이 지난 어느 일요일 오후 막내가 남겨두고 간 대형티비 앞에 누워서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종아리에 따끈한 온열을 느꼈습니다. 저절로 5센티쯤 옆으로 물리자 곧 가을이가 온몸으로 들이미는 체온을 다시 느꼈습니다. 3번쯤 연속으로 반복하자 말이 없는 가을이도 아비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온몸으로 들이미는데 저절로 왼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습니다. 우리집 3째딸 ‘가을이’가 아비를 사랑의 얻고자 3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리며 들이민 결과인 아비의 손길을 얼마나 기다렸을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소생에게는 ‘가을이’가 감정적으로 우리집 식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반려견들의 속성이라지만 ‘가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지 4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오밤중에 잠이 깨여서 거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면 모르는 밤손님이 침입한 것처럼 짖어대어서 어미까지 깨웁니다. 별것 아닌 것으로 부모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지면 어느새 나타나 어미를 지키겠다는 태도로 아비에게 짖어댑니다. 무조건 어미에게 충성하는 모습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이 세상의 딸들 모습과 아주 흡사합니다. 아비 잘못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항변하며 나무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채로 살아가는 게 우리 아비들의 인생입니다.
이제는 ‘가을이’로 인하여 집안에 웃음이 번져 나갑니다.
첫댓글 꺄
귀여워 요
애물단지인 가을이가 이제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이네요.
각집에 우리 환우들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걲었지만 가을이처럼 가정에서 없어선 안될 귀한 존재로 재탄생하였으면 좋겠네요.
귀요미 가을이네요 ㅋㅋㅋ
가을이란 이름도 그러한데
애처로운 눈빛도 몸통도 온통 가을이에요.^^
가을이 참사랑스럽습니다~^^
강아지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본능적이면 순수해서 예쁘고
머리쓰는것 느껴지면 너무 기특해서
예뻐요.
그만큼 기대치가 없기 때문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