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에게 가장 존중하는 마음을 내며,
광대하고 청정한 이해를 내어, 항상 대승을 생각하고 부처 지혜를 일심으로 구하며,
부처님 뵈옵기를 원하고 법의 경계를 관찰하며, 걸림없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서,
모든 법의 참된 짬[實際]과, 항상 머물러 있는 짬과, 모든 삼세(三世)와 찰나의 짬과,
허공과 같은 짬과, 둘이 없는 짬과, 모든 법의 분별이 없는 짬과,
모든 이치의 걸림이 없는 짬과, 모든 겁의 무너지지 않는 짬과,
모든 여래의 짬이 없는 짬을 결정하게 알며, 모든 부처에게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
모든 생각의 그물을 깨뜨려 집착이 없으며, 부처님들의 대중이 모인 도량도 취하지 않고,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도 취하지 않으며, 중생들은 모두 나[我]가 없음을 알고,
모든 소리는 다 메아리와 같음을 알고, 모든 빛은 다 그림자와 같은 줄 알았다.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분신(師子奮迅)성에 이르러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자행 동녀(慈行童女)를 찾았다.
이 동녀는 사자당왕(師子幢王)의 딸로서
5백 동녀가 시종이 되고 비로자나장(毘盧遮那藏) 궁전에 있으며,
용승전단(龍勝栴檀)이 발이 되고 금실 그물을 두루고 하늘옷을 깐 자리에 앉아
묘한 법을 연설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선재동자는 왕궁에 나아가 자행 동녀를 찾았는데,
한량없는 사람들이 궁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선재동자는 “당신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그 사람들은 “우리는 자행 동녀에게 가서 묘한 법을 들으려 한다”고 대답하였다.
선재동자는 생각하기를 '이 왕궁의 문은 제한이 없으니 나도 들어가리라' 하고
들어가서 비로자나장 궁전을 보았다.
파리(玻)로 땅이 되고 유리(瑠璃)로 기둥을 만들고 금강(金剛)으로 벽이 되었으며,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담을 쌓았고,
백천 광명은 창호[牖]가 되고 아승기 보배로 꾸미었으며,
보장(寶藏)마니 거울로 장엄하고 세상에 제일가는 마니보배로 장식하였는데,
수없는 보배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백천의 황금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와서,
이렇게 부사의한 보배로 훌륭하게 꾸몄으며,
자행 동녀는 살갗이 금빛이요 눈은 자주빛이고 머리카락은 검푸르며,
범천의 음성으로 법을 연설하고 있었다.
선재는 앞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그 때 자행 동녀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궁전에 장엄한 것을 보라.”
선재동자는 엎드려 절하고 두루 살펴보았다.
낱낱 벽과 낱낱 기둥과 낱낱 거울과 낱낱 모양과 낱낱 형상과 낱낱 마니보배와
낱낱 장엄거리와 낱낱 황금 풍경과 낱낱 보배 나무와 낱낱 보배 형상과
낱낱 보배 영락에 온 법계의 여러 여래께서 처음 마음을 내고
보살의 행을 닦고 큰 서원을 만족하고 공덕을 갖추고 정등각을 이루는 일과,
묘한 법륜을 굴리다가 열반에 드시는 일이 영상처럼 나타나니,
마치 깨끗한 물 속에 일월성신과 모든 물상이 비치는 듯하였다.
이런 것이 모두 자행 동녀가 지난 세상에 심은 선근의 힘이었다.
이 때 선재동자는 궁전의 장엄에서,
본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모양을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자행 동녀를 쳐다보았다.
자행 동녀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반야바라밀의 두루 장엄하는 문이니,
내가 36항하사(恒河沙)의 부처님 계신 데서 이 법을 얻었는데,
저 여래들이 각각 다른 문으로써
나로 하여금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에 들어가게 하였으며,
한 부처님이 말씀한 것은 다른 부처님이 다시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선재동자는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동녀는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에 들어가서
따라 나아가면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기억하고 분별할 적에 넓은 문 다라니를 얻으니,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이 앞에 나타났느니라.
이른바 부처 세계 다라니문·부처 다라니문·법 다라니문·중생 다라니문·과거 다라니문·
미래 다라니문·현재 다라니문·항상 머무는 짬 다라니문이며, 복덕 다라니문·
복덕으로 도를 돕는 거리 다라니문·지혜 다라니문·지혜로 도를 돕는 거리 다라니문·
여러 소원 다라니문·여러 소원을 분별하는 다라니문·모든 행을 모으는 다라니문·
행을 청정케 하는 다라니문·행을 원만케 하는 다라니문이며, 업 다라니문·
업이 없어지지 않는 다라니문·업이 흐르는 다라니문·업으로 짓는 다라니문·
나쁜 업 버리는 다라니문·바른 업 닦는 다라니문·업이 자재한 다라니문·
착한 행 다라니문·착한 행 유지하는 다라니문이며, 삼매 다라니문·
삼매를 따르는 다라니문·삼매를 관찰하는 다라니문·삼매의 경계 다라니문·
삼매에서 일어나는 다라니문·신통한 다라니문이며, 마음 바다 다라니문·
갖가지 마음 다라니문·곧은 마음 다라니문·마음 숲을 비추는 다라니문·
마음을 조복하여 청정케 하는 다라니문이며, 중생의 나는 데를 아는 다라니문·
중생의 번뇌 행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번뇌 습기를 아는 다라니문·
번뇌의 방편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지해를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행을 아는 다라니문·
중생의 행이 같지 않음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성품을 아는 다라니문·
중생의 욕망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생각을 아는 다라니문이며,
시방을 두루보는 다라니문·법을 말하는 다라니문·크게 가엾이 여기는 다라니문·
크게 인자한 다라니문·고요한 다라니문·말하는 길 다라니문·방편과 방편 아닌 다라니문·
따라 주는 다라니문·차별한 다라니문·널리 들어가는 다라니문·걸림없는 짬 다라니문·
널리 두루하는 다라니문·부처의 법 다라니문·보살의 법 다라니문·성문의 법 다라니문·
독각의 법 다라니문·세간의 법 다라니문이며, 세계가 이루어지는 다라니문·
세계가 무너지는 다라니문·세계가 머무는 다라니문·깨끗한 세계 다라니문·
더러운 세계 다라니문·더러운 세계에 깨끗한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
깨끗한 세계에 더러운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순전히 더러운 세계 다라니문·
순전히 깨끗한 세계 다라니문·평탄한 세계 다라니문·평탄치 못한 세계 다라니문·
엎어진 세계 다라니문·인다라 그물 세계 다라니문·세계가 구르는 다라니문·
생각을 의지해서 머무름을 아는 다라니문·작은 것이 큰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
큰 것이 작은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이며, 부처님들을 보는 다라니문·
부처님 몸을 분별하는 다라니문·부처의 광명으로 장엄하는 다라니문·
부처의 원만한 음성 다라니문·부처의 법륜 다라니문·부처의 법륜을 성취하는 다라니문·
차별한 부처의 법륜 다라니문·차별 없는 부처의 법륜 다라니문·
부처의 법륜을 해석하는 다라니문·부처의 법륜을 굴리는 다라니문·
불사를 짓는 다라니문·부처의 대중 모임을 분별하는 다라니문·
부처의 대중이 모임에 들어가는 다라니문이며,
부처의 힘을 두루 비추는 다라니문·부처님들의 삼매 다라니문·
부처님들 삼매의 자재한 작용 다라니문·부처님들 머무시는 다라니문·
부처님의 지니는 다라니문·부처님의 변화하는 다라니문·
부처님이 중생의 마음과 행을 아는 다라니문·부처의 신통으로 변해 나타나는 다라니문·
도솔천궁에 머무시며 내지 열반에 듦을 보이시는 다라니문·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하는 다라니문·매우 깊은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
미묘한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이며, 보리심 다라니문·보리심 일으키는 다라니문·
보리심을 도와 주는 다라니문·모든 서원 다라니문·모든 행 다라니문·신통 다라니문·
벗어나는 다라니문·다 지님이 청정한 다라니문·지혜 바퀴 청정한 다라니문·
지혜가 청정한 다라니문·보리가 한량없는 다라니문·제 마음이 청정한 다라니문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 두루 장엄하는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의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고, 법계에 들어가 복덕이 만족하며,
출세간 법에 머물러 세간의 행을 멀리하며, 지혜 눈이 걸림없어 법계를 두루 관찰하며,
지혜 마음이 광대하여 허공과 같으며, 모든 경계를 다 분명히 보며,
걸림없는 지위의 큰 광명장을 얻어서 온갖 법과 뜻을 잘 분별하며,
세간의 행을 행하여도 세간 법에 물들지 않으며, 능히 세상을 이익하고,
세간에서 파괴한 것이 아니며, 모든 세상의 의지가 되고 모든 중생의 마음을 두루 알며,
그들에게 알맞게 법을 말하여 온갖 시기에 항상 자유자재함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세 눈[三眼]이요,
거기 비구가 있으니 이름이 선견(善見)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사모하여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