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왕따’는 이제 새삼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사전에까지 올라와 있으니 공식적인 말이 된 것이다.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이른바 ‘집단 따돌림’ 현상이 너무나 심각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왕따는 내가 당하는 게 아닌 이상,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걸까?
‘양파에 왕따 일기’를 꽤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이는 초등학교, 우리 반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때 난 3학년이었고, 사실 애들도 초등학생이 알 만한 거 다 아는 나이기도 했다. 물론 왕따도 포함해서. 그때 우리 반엔 전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근데 전학생은... 음... 섬세하고 꼼꼼한 완벽주의자였고, 차가운 분위기가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할 듯한 느낌? 그래도 초반에는 자기와 성격이 맞는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1학기 중후반에 무르익어 가며 잘난척? 그런 느낌이 약간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기대하는 분위기를 깨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질투’라는 감정이 있지 않은가. 공부를 잘하는 그 아이에 대한 소문은 뒷담으로 이어졌고, 그 아이는 우리반 공공의 적, 즉 어떻게 보자면 왕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사건은 선생님께서 약간 개입하여 어찌저찌 잘 마무리가 되었고 그 학년이 끝날 때까지 우리 반에 ‘왕따’란 없었다.
난 왕따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여 더 좋은 우리 반을 만들려고 했을 뿐 그 당사자의 기분을 이해해주고 생각해주려 했던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면 끝? 그 아이 마음 깊이 난 상처는 누가 치료해주는가? 그 때는 이 책을 읽으며 왕따를 당하는 정선이가 어떻게 하면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에 대해서만 생각해본 것 같다. 누군가가 내밀어준 손이 누군가가 내보여준 빛 한줄기가 누군가가 진심으로 생각해준 그 마음이 그 아이에겐 참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난 나에게 말했다. 내가 그 아이에게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주겠노라고.
양파의 왕따 일기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