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있는 곳 - 설흘산

[남연]

오랫만에 한편 올립니다 ^^
 

산행한 코스의 계략도입니다.

산행한 고도표, 속도, 소요 시간입니다. ... 총 8 km도 산행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모범적인 2/8 산행 이었습니다. 시간당 1.6 km 이니 예전 같았으면 포복으로 가도 가겠다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


2008/3/22(일) 아침에 집을 나서니 지난밤 내린 비로 장산의 대천천 물도 제법 많고 봄기운이 완연해 초목들이 참 싱그럽게 여겨 집니다.

원래는 어제 오후 모친이 "내일 이리좀 오너라"라고 해서 조금 행복하지 못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었는 데 밤늦게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어 다행스럽게도 오늘의 산행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많이 행복했습니다. 산쟁이들은 그저 산에 갈 수 있으면 그 걸로 행복해지는 아주 단순한 족속들인가 봅니다. ^^

연산동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30여분이나 일찍와서 해장 죽을 한그릇하고 승차를 했습니다.
도체 얼마만에 먹어보는 일요일 아침인지 ... 하여튼 든든 하더군요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임원분들의 산행 소개가 끝나고 그 때부터 자다깨다 자다깨다 ...

눈을 뜨니 문산 휴게소입니다. 문산휴게소의 춤추는 아가씨는 오늘도 몇 년전이나 변함없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네요. 어떻게 보면 즐거운 삶이고 또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삶이겠지만 하여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게는 기분 좋은 일입니다.


다시 눈을 뜨니 남해 대교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마침 TV에서는 베네수엘라와의 세계대회 준결승 야구가 시작되더군요 ...
1회부터 상대의 실책을 기회로 마구 두들겨 패 주는 장면을 보니 또 다시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들더군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니 정말 나쁜 심뽀입니다. 이 놀부 심뽀가 언제나 고쳐질까요? 아마 저는 죽기전에는 고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은 안 그러시겠지요 ^^

야구 중계와 차창 밖의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듯 산행 초입입니다.


제법 많은 산악회의 버스가 보이는 군요




바다와 접해 있어 그런지 초입부터 조망이 참 멋지게 펼쳐집니다.




오늘 산행 하는 분들의 간단한 소개와 몸풀기를 합니다.

등산 안내도를 지나며 오름길이 시작됩지만 다른 많은 산악회 때문에 줄서기가 시작됩니다.  

오르는 길 옆으로 조그마한 동굴이 보이지만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곧 중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건너편 뾰죽한 봉우리가 눈에 띕니다.

다랑이 마을의 밭들이 그림과 같이 보입니다.

가시가 있는 엄나무도 보입니다.

등산로 주위에는 진달래가 제법 피어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진 분들은 사진찍는 사치를 부리는 군요 ^^

칼바위 쪽으로 고도를 높여가며 조금씩 다른 조망을 보여 줍니다. 이제 다랑이 밭들이 아주 쬐끄마하게 보입니다.

생강나무가 예쁘게 피었네요

칼바위쪽의 바위 능선입니다. 릿지 코스도 제법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칼바위 입구에 있는 이정표 입니다.

칼바위 초입에 올라서니 또 다른 조망을 보여 줍니다.

능선에서 제법 지체가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유있게 사진을 찍어 봅니다. 주변의 풍광도 감상하구요


이제 멀리 오늘의 목적지 설흘산도 보이고 뒤로 앵강만의 에메랄드빛 물빛, 그 뒤로 남해에서 제일 유명한 금산도 보이고
멋진 구름도 떠 있습니다.
 

                                                                                                                  참 요상한 모양의 술잔도 다 있군요 ^^

칼바위 능선을 지나 응봉산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아침도 먹었고 산악회에서 나눠준 떡도 먹었기에 점심 생각이 별 없습니다.
주변 조망이 좋아 구경한다고 먹는 시간도 아깝더군요^^
건너편 여수쪽의 구름도 너무 멋져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구름을 보고 있으려니 예전 외삼촌의 글 중에 외삼촌의 당숙을 생각한 글이 있었는 데 
"봉아! 나는 저 구름이 참 좋데이, 나는 구름만 보면 그만 눈물이 난다 아이가!" 하며
마지막 임종을 맞으셨다는 글귀가  떠올라 한참동안이나 구름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매봉산이라고도 불리는 응봉산 표지석입니다.

이제 눈 앞에 설흘산이 다가 왔습니다.

응봉산에서 능선을 한 삼십여분 산책하듯 걷다보니 어느듯 정상 아래 이정표에 도달했습니다.

설흘산 봉수대위의 조망은 사방 팔방으로 거칠 것이 없습니다.
그 중에 두도가 보이는 앵강만의 에메랄드빛 바다 물색이 제일 멋지게 보입니다.
에메랄드 푸른 바다를 보면 왠지 모르는 그리움이 가득차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알려진 두도입니다. 구운몽도 여기서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조그마한 섬에서 유폐되어 있으면 소설이라도 써야지 그러지 않았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림길의 삼각점입니다.

또 생강나무가 보이는 군요.  산수유(좌측)와  생강나무(우측)는 멀리서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확실하게 다릅니다.
산수유는 꽃들이 하나하나 가지처럼 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한 삽십여분 조망을 즐기며 산행이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내려오니 버스가 오기로한 마을 회관 부근입니다.

마을회관 부근의 풍경

버스에 모두 탑승하고는 돼지 출석을 부르니 불행하게도 모두 다 있습니다.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창선대교도 지나고

삼천포 연륙교도 지납니다.

선착장 부근에서 식사 장소에 왔다고 회장님이 안내멘트를 합니다.
오늘 조망이 너무 좋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지만 뭐 성의를 무시하면 괘씸죄에 걸릴 수 있으니
우째떤동 집에 갈 때까지는 말 잘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식당으로 가기위해 버스에서 내리니 삼천포 선착장에는 왠 관광버스가 그리도 많은 지
아마 사량도 산행한 산악회 버스 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일요일은 사량도는 갈 생각을 말아야겠습니다.


막내동생처럼 생기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콩쥐렐라의 멋진 한컷
(새끼 복어 입에다 바람 불어넣어 배를 볼록하게 만들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의 멋진 바다풍경

노을 지는 차창에는 어둠이 깊어 가고  ....
못다한 얘기들은 차안에서 이어지며 오늘의 여행이 저물어 갑니다.

<후기>

행복이 있는 곳


행복은 함께하는 곳에 서려있다.

쩝쩝거리는 점심 속에 한숫갈 들어있고
조용히 음미하는 커피 속에 한방울 들어있다.
찰랑이는 맥주 거품 속에는 한아름 들어있으며
함께 바라보는 풍경 속에는 한눈 가득하며
도란거리는 얘기 속에는 한귀 가득히 실려있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봄비마냥 스며있고    
함께하는 눈길에는 생각만큼 숨어있다. 

행복은 함께하는 곳에 서려있다. 
 

[한빛]

행복만땅 하고 오셨군요. 저도 금산갔다가 남해 현지인의 추천으로 다음날 하루더 시간을 내어 올랐다 홍현으로 바로 내려와 뒷쪽으로 길도타고 임도도 타고 주차장까지 돌아왔었습니다. 입구에 무지무지한 시그널보고 유명세가 대단한 산인걸 알았습니다. 내노라하는 산악회는 모두 찾는 그런산인것 같더군요, 사씨남정기를 저곳에서 썼다고 합니다. 날씨가 받쳐줬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