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332)
제10장 모살(謀殺) 12회
서문경이 빈잔을 들어 살짝 앞으로 내밀자, 수춘이는 뜻밖의 일에 당황하여 좀 망설인다.
“어서... 진작부터 난 수춘이가 따라주는 술을 한번 마시고 싶었다구. 정말이야”
“어머”
수춘이는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그 말이 어쩐지 야릇한 뜻으로 들렸던 것이다. 수줍은 듯 두 입술을 꼭 다물면서 그녀는 얼른 술병을 들어 살며시 일어나기까지 하며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른다.
서문경은 그 잔을 단숨에 쭉 기분좋게 비운다. 그리고 잔을 수춘이 앞으로 내민다.
“자, 받아. 이번에는 내가 한잔 따라줄게”
“저는 아직 술을 못 마시는데요”
“아직 술을 한번도 입에 대보지 않았다 그말인가?”
“예”
“그렇다면 이제부터 배워야지. 수춘이도 벌써 열여섯살 아니야. 두어달 있으면 열일곱살이 되고. 맞지?”
“어머, 어떻게 제 나이를...”
약간 놀라면서 수춘이는 가만히 두손을 내밀어 잔을 받는다. 그 잔에 서문경은 술을 따라주며 말을 잇는다.
“다 기억하고 있지. 언젠가 내가 네 나이를 물어본 적이 있다구. 거억안나?”
“글쎄요....”
“내가 너를 두 번째 봤을 때였다구. 처음본 것은 너의 아줌마 심부름으로 우리 집에서 주연이 벌어지고 있을 때 네가 꽃과 떡을 선물로 가져왔을 때고, 그다음에 언젠가 내가 잠시 너희 집에 들렀을때 두 번째 봤다구. 그때 내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까, 몇 살이나 돼 보이느냐고 네가 되물었잖아”
“어머, 정말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서문 대관인님”
“기억력이 좋다기보다도 내가 수춘이를 그때부터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말이라구.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
“어머나. 호호호...”
수춘이는 그만 귀밑까지 발그레 물들며 몹시 수줍으면서도 무척 좋은 듯한 그런 웃음을 웃고는 얼른 고개를 떨구어 버린다.
서문경은 재미있다는 듯이 두 눈에 야릇한 미소를 번들거리며 점잖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런데 오늘 비로소 이렇게 수춘이하고 단둘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게 됐지뭐야. 정말 기분 좋다구. 자, 고개를 들고 어서 한잔 마시라구. 그리고 잔을 나한테 달라구”
그 말에 수춘이는 다소곳이 고개를 들어 고운 눈매로 힐끗 서문경을 한번 바라보고는 두손으로 잔을 들어 입에 가져간다. 찔끔 맛을 보듯 한모금 마시고는 콧등을 온통 찡그린다. 그러면서도 살짝 미소를 짓는다.
金甁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