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양식
닭과 한약재의 만남, 무더위에도 '기' 펄펄, 강영준·강정호 부부의 여름 보양식
원기 회복에 그만, 솔잎 넣어 끓이면 약효·향기가 2배
<한약냄새가 은은한 한방 보양식은 약재의 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더운 날씨의 복날이 다가오면 조상들은 각종 보양식으로 몸의 원기를 보충했다. 어린 닭에 인삼, 마늘, 대추, 찹쌀, 각종 한약재를 넣어 푹 끓인 삼계탕은 약식동의(藥食同意)의 개념이 짙게 배어있는 대표적 여름 보양식이다.
강정호(54, 한의사)씨가 처음 삼계탕을 맛봤던 것도 복날을 즈음해서다. 여름방학 때 시골 집에 놀러 가면 할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에게 먹이겠다고 약병아리 배를 갈라 찹쌀과 각종 한약재를 넣고 삼계탕을 끓여주셨다.
"처음 삼계탕을 먹어봤던 게 중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소 돼지는 물론 개 잡기도 어렵고 달걀 먹기도 결코 쉽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약재를 듬뿍 넣은 삼계탕을 끓여주셨으니 정말 호사가 따로 없었죠." 지난 날을 회상하는 그의 눈에 세상 떠난 조모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삼계탕 덕에 그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었다.
30 평생 종사했던 은행을 그만두고 다시 한의대학에 입학해 만학열을 불태울 정도로 그는 건강과 한방에 대해 늘 관심 이상의 열정을 갖고 있었다. 50 지천명에 한의사가 된 그는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삼계탕 한 그릇에 담긴 지혜와 사랑을 비로소 깨닫는다.
닭고기는 여름철 무더운 날씨로 지친 몸에 기력을 되찾아주는 고단백 건강식. 소화흡수가 잘 돼 어린이나 노인 회복기의 환자에게도 훌륭한 영양식이다.
간 기능의 이상으로 근육이 위축되거나 피로해지고 시력이 떨어질 때 한방에서는 닭 간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리콜레산이 함유되어 있어 암 동맥경화 심장병은 물론 감기와 각종 질병도 예방해준다. 닭 날개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여성들의 골다공증과 피부미용에도 특효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기력이 빠져나가 이를 보충해줘야 합니다. 황기는 내과 수술 후의 상처도 아물게 하는 좋은 약재예요. 무더위로 땀을 흘린 후 복용하면 원기 회복에 아주 좋죠. 백출은 여름철 떨어지는 소화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산사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천궁은 두통을 해소하죠. 대추는 여성들에게 두루 이롭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인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아요.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도 적당량을 복용하거나 홍삼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는 요리 솜씨 뛰어난 아내 강영준(52.주부)씨와 함께 여름 보양식으로 한방 삼계탕과 갈비탕을 개발했다. 교회 예배 후의 식사와 구역 집회인 다락방 모임 때 내놨더니 많은 이들이 국물 한 국자 더 없느냐고 찾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구역 예배에 참가하는데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저희 부부의 다락방 모임 식사 준비 차례가 돌아와서 남편과 함께 머리를 짜봤어요.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도 챙기는 음식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한방 삼계탕을 대접했더니 다들 한 그릇을 뚝딱 하면서 좋아하세요. 매번 삼계탕만 하기도 그래서 갈비탕도 삼계탕처럼 약재를 넣어 끓여봤는데 모두들 맛있게 잘 드시더라고요."
이들 부부는 여름이면 사나흘이 멀다 하고 한방 삼계탕과 갈비탕을 정성껏 끓여 집에서도 먹고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약재 외에 솔잎 가지도 함께 넣고 끓인다. “집에 소나무가 있는 교우들이 가지를 꺾어다 줬어요. 솔잎은 몸에 쌓인 공해를 없애주죠.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넣어 끓이면 향기도 좋고 약효도 배가 되죠.”
한의사인 강정호씨는 조금만 연구하면 집에서도 한약 못지 않은 한방 건강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약재 넣어 삶은 돼지 보쌈도 자주 해먹는다. “예전에 백묵 가루 많이 먹는 선생님들, 돈을 많이 세는 은행원들, 탄광촌의 광부들은 몸에 쌓인 먼지와 공해를 씻어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돼지 보쌈 요리를 해먹곤 했어요.”
“중요한 것은 배합이에요. 너무 적게 넣으면 약효가 없고 너무 많이 넣으면 약 냄새가 심해 음식 맛이 없어지거든요.” 한약 냄새가 은은한 한방 삼계탕과 갈비탕을 먹고 나니 한약 한 재라도 먹은 듯 기운이 난다.
한방 보양식 요리법
<한방 삼계탕>
.재료: 영계 1마리 산사 6그램 천궁.백출.구기자.은행 2~3그램 황기 3그램 솔잎 1가지 양파 1/2개 1시간 가량 불린 찹쌀 3큰술 밤 크기로 깍둑 썰기 한 고구마 3~4쪽 마늘 4쪽 대추 3알 은행 4알 수삼 1뿌리 송송 썬 대파 적당량 팽이버섯 소금.후춧가루.잣 약간씩.
.만드는 법: 닭은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꽁지 쪽의 기름기 많은 곳은 자른 뒤 찬물에 씻어 핏물을 뺀 다음 건져 놓는다. 불린 찹쌀과 수삼 은행 고구마 마늘 대추를 닭의 뱃속에 단단히 채워 넣고 닭 아랫배 양 옆 껍질에 칼집을 넣어 닭다리를 X자 모양으로 끼워 넣는다. 날개는 접어서 몸통 쪽으로 집어넣는다. 냄비에 닭과 양파 한약재를 넣고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푹 끓인다. 양파를 넣으면 양파의 향이 더해져 한층 깊은 맛이 나고 국물에 흘러나오는 기름 성분도 분해된다. 닭이 푹 무르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큰 그릇에 담고 송송 썬 대파 잣 검은 깨를 뿌린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한방 갈비탕>
.재료: 1.5인치 두께로 자른 통갈비 3~4쪽 산사 6그램 천궁.백출.구기자.은행 2~3그램 황기 3그램 솔잎 1가지 가래떡 3~4개 밤 크기로 깍둑 썰기한 고구마 3쪽 대추 3알 은행 3알 마늘 4쪽 인삼 1조각 송송 썬 대파 적당량 팽이버섯 소금.후춧가루.잣 약간씩.
.만드는 법: 물에 약재와 솔잎 가지를 넣고 3시간 정도 끓인다. 갈비를 끓는 물에 씻어 핏기와 기름기를 제거한 후 약재 달인 물에 넣어 1시간 정도 끓이며 기름기를 계속 걷어 낸다.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끓여 냉장고에 식혀 굳어진 기름을 걷어 내면 좋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가래떡 밤 대추 인삼 1조각 은행 통마늘을 넣어 떡이 익을 정도로 끓인 후 그릇에 담아 팽나무버섯을 얹어낸다. 간장 식초 다진 마늘 파 양파를 섞어 만든 양념장에 고기를 찍어 먹는다.
스텔라 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