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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빈 방
김 학 진
그의 기억이 확실하다면 하다면 그는 몇 개월 전까지는 어느 장로교회의 목사였다.
그는 한 교회에서 20년간을 목회 일을 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책을 읽다가 잠시 눈을 붙인다. 아침을 먹고 교인 집을 심방한다.
아내도 그를 따라 자주색 가방을 손목에 낀 채 그의 뒤를 따라 나선다. 그 가죽 가방 안에는 선경 찬송가가 들어있고 교인들의 연락처가 적혀있는 주소록, 심방일지가 있다.
어느 때는 여자 전도사와도 함께 심방을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혼자 뒤를 따랐다.
남들은 목사가 거룩해야하고 은혜가 철철 넘치는 신비스럼이 있어야 한다지만 그는 그렇 지도 못했다. 한 마다로 좋게 말하면 걸어 다니는 진실 덩어리 그대로였다.
아내는 그와 함께 살아오면서 늘 작크가 달린 큰 보자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것은 이동용가방이었다. 접어서 작크를 채우면 작은 핸드백 안에도 들어 갈 수 잇게 접어졌고 ,작크를 열고 그것을 펴면 큰 가방이 되었다.
아내는 그 가방에다 이 것 저것을 챙겨왔다. 제일 많이 드나든 집이 아내가 살던 친정이었고 그 다음이 큰 여동생 막내 여동생 집 순이다. 드나드는 집에서 주는 것은 모두 거두어 들였다. 그 까닭은 개척교회의 아내라는 점도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주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는 그의 천성이 더 작용했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아내는 아기를 셋이나 낳았다. 첫애는 딸이었는데 몇 년 살지 못하고 죽었다. 들 째와 셋째는 모두 아들이었는데, 두 아들을 기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딸을 귀여워해서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으나 그 아내가 어느 날 영등포 보건소에 가서 정고한 수술을 해버렸다.
그에게 정관수술을 하라고 권해도 거부할 게 뻔한 이치여서인지 아내는 단독으로 그 일을 해 치운 것이다. 그가 아내가 정관 수술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실망의 빛이 감돌았고 한번 도 그래보지 않던 그를 원망 하는 눈치를 보인 것이다.
아내는 그 후 부터 그에게 죄인같이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뒤 짚고 적극적으로 나왔다.
애들을 더 낳아서 기르면 좋으나 우리가 개척교회를 하는데 교인들에게 짐도 되고 자식이 많아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표어도 내세우니 가족계획까지 권장하며 자신이 수술 한 것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보건소에서 공짜로 수술을 해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신이 하면 좋으나 당신이 감성이 특별히 예민해서 거기에 컴프렉스를 느낄까 봐서 내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변명 아닌 변병을 늘어놓았다.
그 이후 그가 딸 하나를 더 낳으려는 의지는 무참히 짓밟혀 버리고 불가능해져 버렸다.
뭐 한 번 그렇게 한 것을 다시 풀어서 재생시킬 수가 있다지만 그것도 번잡스러울 테니 다시 임신을 시킨다고 해도 그게 생명에 대한 어떤 회복운동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서울서 손님이 왔는데 빈집을 찾고 있어요 당신네 집을 가 보았으니 빨리 오시오 젊잖은 손님같은 데 아주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소, ”
노파는 집주인이 한 두 시간 안으로 도착 할 거라고 했다. 집에 아들 자동차가 있으니 그걸 타고 올 거예요 지금 아들이 들어온다고 전화가 왔다는 구료 그럼 조금 기다리면 도착할 거예요 이집이 생각에 맘에 들면 잠시 기다리시구료 그런데 점심은 하셨오? 난 마점 심 을 하려던 참인데 “
”네 조치원에서 사먹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젊은이 여기는 왜 왔소? 여기 와서 뭘 하게 ?”
‘ 네 좀 생각을 하면서 지내려구료?'
"그래 생각을 많이 해야지 너무 깊게 하면 못 쓰우 정신이상이 돼 ! 미친 사람이 된다구 ,버스내리는 데 큰집 왜 대문에 태극기 그려 논 집 있잖우? 딸이 미쳤지, 서울로 시집을 갔는 데 서방이 매일 매질을 했다는 군 재취로 들어 간 걸 알고 도망을 나오다가 붙들렸다 지 뭐유 그런 걸 매일같이 두드려 맞고 살다가 미쳤다는 군 . 그래 얼마 전에 친정 오라비가 데리고 왔어, 사람이 너무 한 가지만 생각을 해도 못 써!“
그는 주인이 오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기다리기로 했다. 산촌의 농가에서 며칠 동안을 묵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집 주위를 둘러보았다. 닭장이 있고 가스통 가스레인지 냉장고 오래된 텔레비전 꿩을 잡는 삽탄 총 두 자루, 곡식을 담는 검은 색의 큰독, 괭이 재래식 변소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후 집 주인이 도착했다. 그는 몇 가지 이것 저 것을 물었다.
“왜 이 곳에 오셨는지요? ”
집주인은 그가 서울에서 사기라도 치고 도망을 와서 숨어 있을 곳을 찾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그 쪽 방향으로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네 사정이 있어서요”
“ 무슨 사정이요 그 게? “
“내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요‘‘
그는 차마 목사로서 쫒겨 나기 직전 방황하고 있는 거라는 말은 하지 못 했다.
다만 글을 쓰기위해서 왔노라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람들은 서울 가서 출세해서 잘사는데 젊은이는 왜 서울서 여기로 내려와 ? 서울이 좋찮아 ? 며칠 전에 서울 수색에서 왔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올 거예요 언제 올지는 모르오 그러니 계셔도 됩니다. 며칠은 기간이 있으니까요 계셔도 됩니다. 원하시다면?---”
집주인은 그에 대한 신분이 믿음직스러웠는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도 좋다는 허락을 하였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 붙였다.
“전화 한 노파의 이들이 목사인데 서울 가서 출세를 했다는 군요 큰돈을 벌었대요, 교인이 3천명이나 된데요 헬리콥터를 자가용으로 쓴다는 군요.”
“그래요? ”
집주인은 그가 주인을 기다리면서 마루에 앉아서 보던 작은 성경책이 마루 한 편에 놓여있는 것에 잠시 눈길을 두더니 그런 말을 했다.
서울에 다시 올라온 그는 방안에서 딩굴었다. 다른 어느 곳 한 곳도 갈 곳이 없었다.
아들도 보기에 답답했는지,
“아버지 왜 방안에만 계세요 친구 분한테도 가보시지요”
큰 놈이 교회 돌아가는 형편과 사정을 알아 차렸는지 아버지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아내도그 에게 말도하지 않았다. 서로 대화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피했다. 아내는 친정 동 생 네로 시집의 동서를 만나기도하고 친구를 찾기도 하며 밖으로만 돌았다. 어쩌다가 같이 있어도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나무아비타불이 되지 않았느냐는 웃기는 이야기도 했다. 깊은 상처가 될 이야기는 꺼내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그를 못 견디게 했다.
“ 병신같이 왜 그렇게 당하구만 있느냐는 고함이라도 치고 덤비면 나을 것 같았다. 아내의 얼굴이 흉측한 얼굴로 들이대면 오히려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오히려 예전보다 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쏟았다.
“다시 시작해요 어차피 신앙은 봉사이잖아요“
아내는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러고 있었다. 그는 여럿의 친 한 친구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얼마 전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부지가 확정되고 건축문제를 의논한 적이 있었다.
건축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친구는
“좋아 몇 사람만이라도 하자는 사람이 있으면 해봐 교회 건축문제야 내가 도울 수 있지 , 의지가 문제야 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건 포기하는 거야 ”
다방에서 만난 친구는 옆 차를 몇 잔씩이나 들이 키면서 그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주었던 친구다.
그를 찾아갔다. 전철을 타고 천호동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서 성모병원 가까이 대로변에 있었다. 친구의 집은 이층건물이었고 아래층은 민물매운탕을 만들어서 파는 음식점이었다.
그 집 문안에 들어서서 카운터에 앉아있는 이에게 물었다.
“최 순길이라고 이 집에 사실 텐데요?“
“ 어찌 오셨습니까?”
“네 제가 친구입니다. 오랜만에 그냥 만나 보러 왔습니다.”
“그래요 그 분이 이 집주인이신데 지금 병원에 입원을 해 있어요”
"왜요?‘ "
“글쎄 모르겠어요 아주 심한가 봐요 벌써 서너 번 째 이거든요 입원을 하신지 가요? “
그는 친구가 입원해 있다는 성모병원으로 갔다. 303호실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문 쪽 의 두 번째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자 친구가 눈을 떴다.
그가 친구를 보자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웠다.
“김 목사! 고맙군 어떻게 알고 왔어 내가 입원해 있는 걸”
”응 그냥 왔어 보고 싶어서“
그는 병의 회복을 위해서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김 목사 날 위해서 기도를 좀 해주지”
그가 기도를 원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당신은 만인의 구주이십니다. 내 사랑하는 친구 김 장로가 병중에 있사오니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잘 알 수 없으나 당신께서는 아시겠사오니 치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의사가 진찰을 할 때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게 하시고 약을 쓰며 주사를 놓을 때, 효과가 더욱 좋아 예전에 지녔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그래야만 봉사하는 교회에 나가서 장로노릇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염려하고 걱정하고 당신께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그가 기도를 드리는 동안 친구의 눈에선 눈물이 줄기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윽고 기도가 끝나고 친구의 손을 잡고 있는 데 그의 아내가 들어왔다.
기도를 마친 뒤라서 그가 기도를 드려달라는 부탁에도 이미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노라고 했다.
“목사님! 나 과부될래나 봐요. 의사가 그러는데 집으로 모시고 가래요 갈 데까지 갔대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하루 이틀 더 있다가 집으로 갈 거예요”
김 장로가 아내의 말을 제지하려는 듯 그에게 물었다.
"교회는?“
‘쫒겨 났어“
“왜? "
“돈이 많은 목사를 데려 온데나 봐 ”
“저런 나쁜 놈들 한 평생 뼈골 빠지게 이뤄 논 교회를 호랑이 입에다 날고기를 넣은 셈이군, 내 친구가 진짜 목사지,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으니까 그러지 말고 다시 잘 알아 봐 어떻게 된 건지 사직서를 낸 건 아니지?”
“응 ”
“그러면 됐어, 교인들 마음대로 내쫒을 수는 없는 거니까 본인이 동의를 해야 돼 큰 과오가 없었으면”
“과오는 무슨 과오?“
“글쎄 말야 ”
“빨리 회복해야지”
며칠 후에 다시 오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병실 문을 나왔다.
305호를, 간경화라고 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해 보았으나 차도가 없어서 집으로 데리고 나가야되겠다는 거였다.
김 장로의 아내는 과부가 죄나보다고 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친구이니 아니 예수교 장로이니 )
그가 천호동역을 떠날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 지난번에 만났던 조민인데요, 한 번 뵙고 싶어요 상의 할 일이 있어요,
자기마음대로 정해 놓고 오라고 했다. 신림역 부근의 황제호텔이라고 했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구입하겠다는 집이군요”
현장에 가보기도 하고 계획서도 만들어서 운영에 관한 것을 논의 해 본 적도 있었다. 그릴 안은 밝은 색등이 켜져 있고 무대가 실내 분 수 옆으로 만들어져 있다. 시대가 지난 통키다가 연주되어 흘렀다.
숨 넘어 가는 목소리로 만나자던 그가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조민은 나타나지 않고 핸드폰이 울렸다.
“지금 난곡동인데 조합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회식 중인데 아직 끝나지지 않아 그런데 기다리기가 지루하면 이쪽으로 와 주었으면 좋겠다“
고 했다. 조민이 알려준 대로 그는 난곡동의 큰 화식 집을 찾아내었다. 그대로 들어가기가 뭐해서 다방 근처에 있는 다방에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어찌되었느냐고 물었다. 바로 조민이 있는 곳의 옆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가 조민이 있는 데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오라고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왕내친 김에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몇 사람이 군데군데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조민이 어떤 사람 앞에 앉아서 불안한 얼굴로 그를 대했다. 술을 마셨는지 조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앞에 있는 남자는 사채업자였다. 조민이 사업이 급해서 사채를 썼는데 아직 갚지를 못해서 잡혀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니 보증을 서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2천 5백만 원이라고 했다.
돈 몇 푼에 몸을 잡히고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도 구속하고 있는 사내가 미웠다.
그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듯이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앞에 놓았다.
“이 게 이분이 쓴 사채액수입니다. 약속된 기일을 여러 번 어기고 갚지 않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이 신용있는 사람이라고 이 여자가 말하고 있으니 한 번 믿어봅시다. 보증만 해 주시면 이 여자가 살아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에 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청천벽력이었다.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 라고 하지만 한 두 번 만나서 사업의 관리를 부탁한다는 사람이 그를 불러 놓고 보증서에 도장을 찍으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그가 마다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는 교회의 목사입니다”
“그러니까 도장을 찍으라는 거지요 한 번 믿어 보려구요”
‘저희 교회는 돈도 없고 부동산도 없는 가난한 교회입니다. 조민씨께서 얼마 전 가난한 노인들을 위해서 <노인의 집>을 운영해 달라기에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조민 씨 갚아야 할 사채를 제가 보증을 해야 할 사람이 못됩니다. 또 그럴만한 이유도 없구요 “
사내는 조민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얼굴에 핏대가 오르고 눈알이 휘둥그레 졌다.
“어떻게 된 거야 얘기하고 다르잖어! 안 되겠어 처리해 버려야 겠어!“
사내는 마치 죄인을 다루듯이 조민을 질책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조민이 사내에게 말미를 달라고 요구하자 다시 화를 벌컥 내었다.
“이 자가 당신 서방야? ‘
“아닙니다.“
“그런대 왜 이 사람을 불렀어? "
해결책이 있었다.
조민은 장애자인 자신의 남편이 싫다고 했다. 모두 남에게 진 빛이 8천만 원이나 되는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서 든 돈이라고 했다. 이제는 조민 자신도 손발 다 들었다고 했다. 오늘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몸까지 버려가면서 빌린 돈의 연장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오늘 일은 염려 없다며 생긋 웃었다. 오늘 남편을 만나 보았자 돈 나올 구석은 뻔하고 봄이나 되어야 몇 푼 돈을 손에 쥐게 되는 데 그것도 두고 보야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저 여행하는 셈치고 원주까지 가서 남편이나 만나보고 오자고 했다.
빚진 것은 그저 며칠 몸으로 때우면 되니 너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오히려 그를 안심까지 시켰다.
그는 조민의 말을 들으면서 이 여자가 참으로 벼랑 끝을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교회를 떠나면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 거며 가족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정식으로 물어 왔다. 그는 더 이상 대답을 피할 수 없어서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 들을 모두 말해버렸다.
“그대로 있지 뭐, 내쫒는다고 나가나 그저 박 목사가 설교를 하게 놔 두지 뭐”
“그러면? "
"그러면서 어떻게 하는 지 보는 거지, 재개발이 되어 주택들이 모두 헐리고 교회가 비어지면 그들의 생각도 달라지겠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돈일 테니까 교회가 무슨 돈이 되겠어? “그래서 일까요?”
“그것 때문이지, 다른 일이 뭐 있을라구?“
아내는 탱크처럼 밀어붙이겠다는 아니 바보같이 그대로 머물러있어 보자는 말에 한 낱 희망의 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분명히 마음이 동요하고 있으나 겉으로는 큰 변화의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몇 달 두고 봐요, 그러면서 결정을 지읍시다.”
아내도 그의 결심한 뜻에 동요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정말 죽 쑤어 개주는 꼴이었다. 20년 동안이나 힘들여서 이끌어 온 교회를 하루아침에 쫒겨나는 모양을 그려보지 않았던 그였다.
다른 목사들이 모두 교인이 교인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한 솥에 밥을 먹으며 신앙생활을 한교인, 기도로 다져온 자신의 교인들이야 말로 조그만 이득이 나 감언이설에 나자빠지지는 않는다고 뱃심을 부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당하고 보니 다른 목사들이 하는 말이 어느 정도 알맹이가 있는 말 같았다.
“그 것 봐 당신도 그 꼴이 되었지”
동료목사들이 동정하며 조소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가 평소에 잘 알 고 있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시청앞 세실극장 부근에 사무실이 있어서 그 곳으로 갔다.
그로부터 그가 처한 입장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목사님 그거 모두 교회 재산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재개발이 되면 교회가 종교 부지를 받게 되고 주택을 받게 되는 데, 거기에 대한 교회재산이 불어나는 것에 대한 것을 차지하려는 겁니다. 그러나 교회 재산은 교인들의 것이지요 어느 개인 한 사람의 것은 아닙니다. 교회의 등기가 어떻게 되어있습니까?"
"등기된 것은 없습니다. 교회건물이 무허가 건물이니까요?”
‘그러면 누구의 명의로 되어있나요? “
“그 건물은 제가 사서 교회로 사용한 것이지요. 아내가 여군군대를 재대해서 받은 돈으로 건물을 구입했지요”
“그러면 목사님 명의로 등재되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
”그러면 안심하고 계셔도 됩니다. 등기권자가 행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재산권은 교회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법률에 의해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빈방에는 여러 개의 창문이 있었는데 방안으로 햇빛이 가득 비치고 있었다.
그 빛은 그의 영혼의 비치는 빛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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