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효순이가 지키고 있다 화들짝 반긴다
나이가 들어도 초등학교 친구들은 만나면 언제나 그 시절로 돌아갈수있으니
참으로 귀하고 특별한 친구들이다
집에 숟가락 이 몇개인지 부터 두루 꿰고 살았던 친구들이니 덕지덕지 바르고 치장할 필요
도 없는 알몸이여도 부끄럽지 않다
여지없이 이야기는 어린시절 아스라한 봄날로 시공을 뛰어넘어 단박에 달려간다
이때쯤 우리 나물 뜯으러 산과 들로 쏘다니고 다녔잖아
"야 기억나니 오랜지 색치마"
"그럼 그걸 어떻게 잊냐 죽을때 까지 잊지못하지"
무릎에 허연 살비듬 상관안하고 엄마 몰래 꺼내입었던 오랜지 색 치마
봄이면 딴엔 지지배라고 왜 그렇게 치마가 입고싶었던지...
효순이 와 의 특별한 추억들을 한없이 주절대기에는 지 독수리 타법이 답답한지
쪼로록 전화질로 매년 한얘기 또하고 또해도 언제나 새록새록 새로울까
효순이가 부탁한다
우리들 봄 이야기좀 글로 써서 함올려줘라 지금당장 짧게 쓰지말고 길게~~~
학교에만 갔다오면 책가방 집어던지고 바구니 끼고 논둑 밭뚝을 헤집고 다녔다
솜털 보송보송한 쑥 밑둥에 참칼을 질러넣던 감촉까지 어쩌면 이렇게 생생할까
어질어질 하게 아른대는 아지랑이속에 팔랑거리며 좁은 논 밭길을 걸어가며
조잘대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 은 다 어디로갔나 싶었더니 이렇게 머리속 겹주름과
가슴속에 잘 갈무리되어있었구나
기억나니?
냉이 뜯으러 보리밭 헤메고 다니다가 보리밭에 지천이던 시금치 를 보리밭주인이
심어놓은줄 모르게 바구니 가득뜯어 횡재한 기분이였다가
밭주인 아저씨가 쫓아와서 바구니 집어던지고 도망치다 벗겨진 코 고구신 한짝
던져버린 바구니와 고무신 때문에 집에 가지도 못하고 밭뚝에 앉아있다
아저씨 사라진 뒤 살금살금 가봤더니 밭뚝에 가지런히 챙져놓은 바구니속엔
시금치도 그대로 들어있고 칼까지 챙겨넣어 놓으셨던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괜시리
눈물이 핑돌아 무안해진 마음감추려
찾아신은 신발짝 을 일부러 질질소리내어 끌며 돌아오던 그 봄날
기억나지?
나물많은곳을 발견하면 칼로 둥그렇게 금을 그어놓고 내 자리라고 우기면 착한 너는
멀건이 쳐다보고 있기만 했었지 무안해진 내가 금방 금을 지우고 머리맞대던일
딴전피우다 나혼자 쑥바구니 바닥이면 좀전에 니가 쑥뜯던 자리에 뱀구멍이 있어서
뱀지난 자리라고 속여 네 바구니 몽땅 비우게 하곤 털난 양심으로 내 바구니 채우던일
그렇게 못되고 영악하게 굴던 나에게 한결같았던 효순이...
미안하다 하지만 난 또한 너의 수호신이기도 했잖아 다른애들이 너를 괴롭히면
물불 안가리고 네편이기도 햇잖니
삐쳐서 금방 집에 가다가 대문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서로 바라보다
미안해 한마디로 앙금없이 풀어지던 그 여린가슴이 한없이 그립다
지금 은 너무 많이 두터워져 웬만한 일에는 끄덕하지 않게 단단해진 가슴이 두렵다
기억나니?
그 오랜지색 치마 우리엄마 가 만들어준 나이론 치마의 그 봄햇살같던 오랜지색빛
주름 풍성하던 화사했던 치마 자랑 차려입고 공주도 안부럽던날
너네 엄마를 졸라 그예 같은 치마를 얻어입고 벌어졌던 너의 함박웃음
아마 세상에서 더이상 그옷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옷은 다시 입어볼수없을꺼 같다
기억나니?
지새울 소나무 숲의 솔향기
지천으로 피어있던 제비꽃
진달래 꽃 따먹어 시퍼래진 입술
소나무 에 송화 가루 날리기전 따먹으면 입안에 가득퍼지던 단맛 과 향내
오래오래 곰삭일 기억들이 대부분 너와 함께였던것은 축복이였다 옛날의 그 여린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너를 그리워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효순아~~~!
이글은 어린 시절 동네 친구 가 쓴글을 복사하여 올립니다!!
다 같이 옛 날을 그려보면서 읽어보세요!!
충북에서 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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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아 기억나니?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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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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