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만주벌판]

2018. 8. 12 ... 지리산 ..

반야봉 ~ 명선봉 .. 26km.. 12/50시간..

노고단 고개의 초롱초롱한 샛별에, 오늘 만큼은 반야봉 일출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들뜬다.

헌데..
..

올라갈수록 사방 분간 못할 자욱한 안개비에.. 실망감보다 허탈함이..

올라가봐야 일출은 커녕 조망도 없기에, 짊어진 배낭 무게만큼이나 계단길에 맥이 풀린다..

반야봉(1,732m) ..정상 표지석이 바뀐 후로 처음이다.

설악산 보다 높고, 천왕봉에 이어 두번째 높은 반야봉에서 일출을 잔뜩 기대했건만..헛웃음만 나온다..

삼도봉을 지나고..

오랜만에 긴 테크 계단을 내려와 화개재를 지난다.

예보상 최적이고 노고단 고개의 초롱초롱한 샛별로 잔뜩 기대가 컷건만,
못 본 일출과 안갯속 조망 조차 없어 흥이 안나는 탓인지 토끼봉을 골골 거리며 오른다.

그래도 바닥을 야자수? 가마니를 쭈욱 깔아서 편안하게 걷기도 한다.

막바지 여름꽃은 만발하고..

혹시나 조망이 트일까 싶어 명선봉에 숨어 올라가보지만, 발 밑에서 이질풀만 반긴다..

보물찾기하듯 숨어있는 명선봉(1,586m) 삼각점을 찾아본다..

요기를 하겠다고 걸터 앉아 땀이 식으니 써늘하게 춥다..

** 이제부터 조망 없는 능선길을 걷느니, 볼거리가 있을 거 같은 계곡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 사면이 워낙 펑퍼짐해서 원하는 계곡으로 방향 잡아 내려서기가 애매하다..

** 지도를 챙겨오지 못해서 우골인지 좌골인지 헷갈리는데 흐린 기억으로 우골 같아서
어느정도 내려간 상태에서 500m 정도 옆으로 능선을 넘어가려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난다..

** 쓰러진 나무와 덩쿨이 뒤엉킨 급한 내리막에 간간히 나타나는 암봉을 이리저리 우회 하면서
자욱한 안개속에 불과 몇 미터 아래도 상황 판단이 안되고 완전 고립된 느낌에
산행 욕심으로 괜히 어려움만 자초한 것이 아닌지 때늦은 후회가 밀려 온다..

**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오름길이라면 도로 내려가겠지만, 이제 뒤돌아 능선으로 다시 오를 수도 없다..

** 그래도 포기하면 이번 지리산 산헹에서 남는 건 후회밖에 더하겠는가 마음을 다 잡는다..

해발 1,500m 높이에서 구르고 엎어지길 두어 시간 하다보니 차츰 계곡 형태로 나타난다..

원하는 계곡이 아닐지 몰라도 일단 한고비를 넘긴듯하다..

안개 속이라 끝 모를 높이로 푸른 이끼로 장관이다..

제대로 잘 찾아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멋진 광경을 즐기는 여유가 생긴다..

이제부터 지금껏 앓는 소리 대신 멋진 풍경속에 감탄이 절로 난다..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면서 거지꼴로 내려선 이곳의 궁긍증은, 황홀한 풍경 앞에 그저 넋을 놓기에 알맞다.

흐린 안갯속이라 이끼가 더 푸르고 몽환적일 수 있어, 오늘 조망을 못 본 대신 계곡산행으론 최적이다.

... ..

계곡은 오름길이 수월하다.. 낭떠러지를 능선으로 멀리 우회 하는데, 메마른 산죽이 따갑다.

성삼재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 산동의 멋진 풍경에....

움찔 거리는 욕심을 주체 못하고, 곧장 산길을 헤치며 능선길을 뛰어오르고 있다..

멀리 봉우리흘 향해 능선길을 달음질치는데, 땀은 쏟아지는데 멋진 조망 탓에 힘은 안든다..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에서 평온함이 찾아온다..

고리봉 만복대..

지리산에는 어떠한 수식어를 덧붙여도 무색한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측 뒤로 왕시루봉..

좌측 높이 빼꼼한 반야봉..

좌측 왕시루봉 중앙 형제봉 능선 사이로 멀리 삼단으로 물결치는 광양 백운산..

우측 차일봉 능선과 좌측 형제봉 능선 골짜기 아래 화엄사 구례 섬진강 우측 멀리 희미한 무등산..

뒤 빼꼼한 봉우리 넘어서 또 헐떡이며 올라온 능선.

넋 빼고 관람하는 화려한 운무쑈..

넘어온 뒤 봉우리는 구름에 반쯤 가렸다..

좌측 멀리 광양 백운산과 우측멀리 무등산.. 중앙으로 굽이치는 섬진강..

파란 지붕의 우번암 위로 덮치는 붉은 구름..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그저 멋진 풍경속에 시간만 흐르고 있다..

너무 추우니 폭염으로 덥다고 투정 부릴 때가 믿기질않는다..

이제는 아쉬움을 털어내고 ...
구례 섬진강을 한번 더 바라보고 산을 내려간다..

[푸른산]

대단합니다.

[각하]

님의 수고로움으로 지리산의 멋진 풍광 속에서 머물다 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