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사진의 쟁점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한국사진은 2002년부터 미술시장의 호황에 힘입어서 사진전시도 더불어 늘어났고, 사진가들의 활동영역도 넓어졌다. 또한 사진의 사회적인 위상도 높아졌고, 국제성을 지향하는 사진행사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였기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이 비엔날레의 감독은 누가 맡고, 전시참여 작가는 누가 될 것인가? 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 외에 다른 사진행사에 대한 관심사도 그와 대동소이하다. 그만큼 사진계 내부에 특별한 담론이나 이슈가 없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적인 상황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술시장도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미술관급 전시장에서 큰 전시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사진을 표현매체로 이용하는 작가들도 많이 참여한다. 최근에 열리는 현대미미술 전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진, 영상, 설치 등 미디어아트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단일매체를 사용하기 보다는 혼합매체가 다수를 이루고 있고, 디지털기술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그와 더불어서 사진의 영역도 확장됐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미술관 리움이 기획한 ‘2012 아트스펙트럼’,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이다. 이처럼 한국사진은 외형적으로는 확장되었고 긍정적인 풍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내부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002년도부터 10년 넘게 매년 개최되고 있는 ‘동강국제사진제’를 비롯한 대규모사진행사가 늘어나서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전문적인 기획자는 한정적이고 작가도 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꾸준히 발전하기에는 한계지점이 느껴진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진전공 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학부학생수도 장기적으로는 부족 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국제적인 사진행사에 필요한 전문 인력확보가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문화가 발전하려면 뛰어난 작가도 필요하지만 이론가, 평론가, 전시기획자, 큐레이터, 예술행정가 등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사진교육은 이러한 부분에 무심했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는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한국사진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한국사진은 동강사진박물관 외에도 사립미술관이기는 하지만 한미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등이 있다. 하지만 전시장운영이나 전시기획이 공적이기 보다는 특정한 개인이나 계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동시대 사진문화를 주도하거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진문화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미술관이 건립되어야 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국공립미술관이 사진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전시를 기획하고 연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진이 현대미술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적인 상황 속에서 국공립미술관에 사진과 관련된 부서와 담당자가 없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사진문화가 좀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여러 국공립 미술관에 사진관련 부서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 또 사진가를 위한 수상제도도 좀 더 공정하고 균형감각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서 국제적인 사진행사의 기획을 맡은 기획자와 관계자들도 공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사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진의 상황은 전혀 그와는 다르다. 일부 기획자들은 큰 전시의 기획이나 운영을 맡으면 지나치게 사적인 욕심을 드러내고 공정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사진문화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중에 하나다. 이번에 열린 ‘2012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도 일부 기획자는 기획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고 권력을 과시하는데 더 열중한 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일부 작가들도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인작가일 때는 겸손했지만 시간이 흘러서 조금 지명도가 생기면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작가들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현명하지 못한 태도다.
올해 한국사진은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전주국제사진페스티벌, 서울사진축제 등 서울뿐 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사진행사가 개최됐다. 또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크 리부, 얀 샤우덱 등 해외 사진가들의 대규모 전시도 많이 열렸다. 공적인 전시 외에도 상업전시도 꾸준히 열리고 있어서 외형적으로는 균형 있는 사진전시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부 한국사진문화의 주축세력들은 사진에 대한 미학적인 인식이 균형 잡혀있지 않고 여전히 편협하다. 동시대 예술제도하에서는 사진도 현대미술의 여러 표현수단 중에 하나 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본질이라고 인식하는 기계적인 기록성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이트 포토나 다큐멘터리 사진 혹은 저널리즘적인 사진을 일방적으로 선호하고 강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별 작가들의 선택의 문제이지 본질 혹은 원칙은 아닌데 예술 혹은 사진에 대한 미학적인 인식의 오류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현재 한국사진은 국제적인 사진행사는 늘어났지만 개별 작가들의 활동은 부진하다. 2008년부터 미술시장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진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작가들의 태도에도 분명한 문제가 있다. 학습의 부재로 인하여 특정한 흐름에 민감하기만 하고 자기만의 주제와 조형언어를 구축 못하는 것도 작가들이 긴 호흡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학교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작업의 완성보다는 다른 것에 더 치중한 탓도 있다. 작가는 꾸준하게 학습과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그리고 일부 작가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오만하다. 신인시절을 벗어나 조금만 유명해지면 초심을 잃는 작가도 많이 있다. 이러한 작가들도 한 순간에 제도 내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올해에는 오형근, 노순택 등의 개인전이 주목받았지만 좀 더 작가의 계층이 두터워져야하고, 다양한 주제, 다양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활동 해야만 사진문화가 발전 할 수 있다.
현재보다 한국사진문화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하려면 한국사진의 여러 주체들이 사진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 공적인 행사에 대한 공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개인의 사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사진문화를 주도하는 공적인 기관인 국공립 사진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첨언한다면 작가 외에도 사진이론가, 전시기획자, 사진 역사연구가, 사진예술행정가 등 이 체계적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가능하면 사진학과 교육과정이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사진행사 및 사진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사진문화가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하여 중요한 국가발전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