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젠 필스너우르켈 공장 견학을 실패하고 급히 프라하로 돌아왔습니다. 프라하의 저녁문화를 즐겨야 하잖아요.
프라하에는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습니다. 모두 가보았지만 다 생략하고 맥주 관련한 내용만 간략히 올리겠습니다. 맥주 관련한 이야기 외엔 여기 저기 블로그 등에서 자주 소개하고 있으니까 굳이 여기서 또 올리지 않으렵니다.
서울의 신촌 이대앞 홍대입구 정도의 반경에 거의 모든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는 프라하이지만, 다 구경하려니 나름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습니다. 목이 말라 하벨시장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사 마신 맥주입니다.
제가 몰라서인지 유명한 맥주는 아닌 것 같은데, 산뜻한 몰트 느낌에 강한 호프향, 적당한 알콜 기운 등 특출나지는 않지만 모든 면에서 조화로운 게 인상적인 맥주였습니다. 이런 훌륭한 품질의 맥주를 동네 구멍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체코국민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뒷면은 참고로 올립니다. 해석 가능하신 분 댓글로 부탁.
체코의 국민빵 뜨르들로입니다. 맛은 별거 아니라고 익히 들었지만 체코 국민들이 먹는다니까 다수의 위력에 사먹게 되네요.
드디어 수제맥주집에 갔습니다. 여기 저기 맥주집을 뜻하는 피보바(Pivovar) 라고 쓰인 작은 간판들이 많았습니다만 그 중 한 곳에 들렀습니다.
홀 중간에 당화조와 라우터링 턴이 보입니다. 일부러 그 옆에 가까이 앉았습니다.
테이블에는 빵이 놓여져 있고 영어에 능숙한 친절한 웨이터가 응대를 합니다.
직접 양조를 하는 집으로서 라이트(light)와 다크(dark) 두 가지 맥주를 취급하더군요. 다크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기대를 잔뜩하고 마신 수제맥주 맛이 좀 이상합니다. 바디감은 있는 것 같은데 호프향이 매우 약하고 거품 유지력도 약했습니다. 탄산마저 약한, 결과적으로 김빠진 맹맛이었습니다. 제 입과 혀를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발효조 위에 설치된 TV에서 양조 과정을 보여주는 화면을 보았습니다. 자세한 공정은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이미 분쇄된 맥아를 포대자루에 담아 당화조에 넣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러고 보니 밀링시설이 보이지 않네요. 직접 갈지 않고 분쇄된 맥아를 공급받는다면 산화되고 이상 분해된 맥아를 사용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래서 맥주의 맛이 없었나요.
또, 케그에 담기 전 냉장 발효 시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시설이 지하에 있으려나 했는데 거기도 레스토랑 공간이더군요. 의심이 의심을 낳나 봅니다. 제가 괜한 오해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안주는 훌륭하더군요. 그 유명한 체코식 돼지무릎요리 콜레뇨입니다.
맛도 좋지만 저 혼자 먹기엔 너무 양이 많습니다. 삼분의 일 정도 먹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포장해달라고 해서 호텔로 가져가 안주로 먹었습니다.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맥주 포함 전부 1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에 글루바인(Gluhwein)을 마셨습니다. 2유로니까 우리 돈 2천6백원 정도로 되네요. 북유럽에서 흔히 마시는 것으로서 포도주를 따뜻하게 끓인 것인데, 별다른 향신료는 안 넣은 맛이었습니다. 따뜻한 정종 마실 때처럼 컥 하고 목에서 걸리더군요. 2~3도 정도 되는 알콜기운이 올라오니 아침인데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열차로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졸다가 환승역인 우스키역에서 못 내리고 테프리스라는 시골역에 내려 갖은 고생했습니다.
테프리스역 바깥에 나와 담배 한 대 피는데 역 출입구를 장식하는 조각상이 보입니다. 남자는 공구를 들었고 여자는 꽃인지 빵인지 모를 둥글한 것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관리 안되는 조각상인지라 광채도 안 나고 허름하기 그지 없네요. 지금은 몰락한 과거 사회주의 시절을 되돌려보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릅니다. 프라하에서 보았던 수많은 기독교 관련 조각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프라하의 기독교 유적들은 체코에게 관광수입을 안겨주고, 테프리스 역의 낡은 조각상 같은 사회주의 시절 유물들은 돈을 벌게 해주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체코국민들 마음에는 둘 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첫댓글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ㅎㅎㅎ
언제 가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