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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사주는 달력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시간(時間)을 한자 문화권에서는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표기한다. 이것을 세로로 쓰기 때문에 글자들이 마치 기둥처럼 보이므로 사주라는 말이 생겼다. 동시에 사주에 사용된 글자수가 아래위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흔히 팔자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주라는 말이나 팔자라는 말은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사주명리학은 사주를 통해 대우주(大宇宙)의 섭리를 인간에게 적용해 운명을 감정(鑑定)하는 한편 심리까지 분석 할 수 있는 심오한 자연학문이다. 원래 사주명리학이라는 것은 동양학의 기본인 천지인 삼재사상(三才思想)에서 나온 것으로 천(天)은 사주명리학, 지(地)는 풍수이며, 인(人)은 한의학을 말한다.
한의학의 경우는 대학의 커리큘럼 안으로 들어오면서 제도권 내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풍수지리학도 최근에 생태철학과 맞물려 인식이 많이 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유독 사주명리학만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황된 미신(迷信) 이나 잡술(雜術)정도로만 보고 냉소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사실 필자 역시 처음엔 그런 인식을 가졌다.
이것은 아마도 조선 멸망과 더불어 공식적인 관학(官學)이었던 사주명리학이 일제강점기의 민족말살정책과 해방이후 서구합리주의 유입, 서양종교 인구의 증가로 후면으로 밀려나면서 시작된 것 같다.
사주명리학은 비록 잡과(雜科)이긴 했지만 조선시대처럼 관리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고, 케케묵은 미신으로 타락하면서 사술(邪術)로 여겨져 해방 이후 외면 받게 됐다. 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좌절된 인생들의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전락하게 됐다.
직업적으로 사주를 보는 사람들의 사주해석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사주풀이는 자연히 차이가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사주풀이는 저마다 다르다’ ‘사주는 객관성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이 부분도 사주를 나쁘게 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주명리학은 때를 알기 위한 학문으로 타이밍을 파악해 인생의 중대사를 해결할 수 있는 한자문화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다. 독일철학자 헤겔, 수학자 라이프니츠,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 심리학의 거장 칼융 등의 서양석학들이 동양역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사회에 커다란 업적을 달성했듯이 지금부터라도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즉 음지에서 양지로 당당한 학문으로서의 시각교정이 필요하다. 연구할 대상으로 가깝게는 우리 문화를 바로 찾는 길이며 멀게는 한자문화권에 속한 동아시아 문명의 맥을 잇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사주명리학은 존재론적으로 인간 개개인의 운명 전개를 알아봄으로써 언제 배팅을 해야 할지, 언제 엎드려 있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사주팔자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라는 맹신적(盲信的)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성품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사주명리학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人才)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며 지금부터라도 보다 활발한 연구와 더불어 체계적인 학문적 영역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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