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 성취하였을 경우의 환희에 대한 기대로 설레임을 갖기에 충분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무지로 인한 정신적, 시간적 스트레스와 실패한 경우의 절망감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15년여를 남편의 그늘에서 가정주부로만 살아왔던 나는 투자신탁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IMF이후 회사가 청산되면서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잘 아는 후배와 같이 이런 저런 사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부동산업에 종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남편이 이제는 나이가 들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며 부동산업을 하던 후배와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부동산 일을 시작한지 7개월여만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같이 보자는 달콤한 꾀임에 빠져서 남편과 함께 인터넷강의를 4개월간 듣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루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것이 부동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
여러가지 실무 서적도 읽어보고, 남편의 경험담도 듣고 하면서 창업에 대한 열망을 키워가던 터에 마침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부동산사무실이 팔겠다고 인터넷에 나와 남편과 여러번 방문하고 상의한 끝에 사무실을 인수하였다.
부동산 권리양도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온 그날은 내가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아직 돌봐주어야 할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 이런저런 착잡한 생각들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처음 시작하는 이 마음을 그대로 오래도록 지속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시작과 함께 몸과 마음으로 부딪치는 여러가지 일들을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이 창업일기에 적어보려한다.
그 이유는 첫째는 나 자신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독자들의 가르침의 기회로 삼고, 둘째는 나처럼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먼저간 발자취를 보면서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끝으로 잘하면 박수를 보내주시고, 잘 못할 때는 한 수 가르쳐주시길 바라면서 시작의 변을 마치고자 한다.
(잔금을 치루면서 생긴일)....
실평으로 7평 남짓한 사무실을 인수하는데 보증금 1500만원과 권리금 4000만원 합계 5500만원 들어갔으며 턱없이 부족한 자금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계약한지 2주만에 잔금을 치루는 날 사무실 주인이 임대차계약을 새로 쓰기 위해 주인부부가 사무실로 왔다. 두분 다 인상이 선한 인상이었는데 막상 이전 사장이 사전에 작성해 두었던 임대차계약서를 보여주자 권리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리 이후의 새 임차인은 자신들이 정한다는 문구를 특약으로 넣어달라고 하였다.
전자는 특약으로 넣으나 넣지 않으나 같은 사항이나 후자는 우리가 사무실을 타인에게 넘길 때 족쇄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이전 사장과 나는 좌불안석이 되었다.
나는 권리양도계약서에 정상의공인중개사들 지사장님이 넣어 준 특약이 있어서 이전 사장보다는 느긋한 입장이었으나 이전 사장은 이런저런 설명을 목소리 높여가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주인 부부중 남자분이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갈테니 부인보고 잘 처리하고 오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가버리는 바람에 정상의공인중개사 지사장과 이전 사장이 함께 설득하고, 또 그 부인이 양보하여 임대차계약이 아무런 특약없이 이뤄졌다.
일단 계약서에 도장과 간인을 찍고 서로 확인한 다음에는 나와 부인은 사는 곳이며, 남편이 하는 일이며, 종교적인 얘기 등 시시콜콜한 얘기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주인과 마찰을 일으키고, 부정적 이미지를 남겨 놓는 것은 영업상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 틀림없기에 친밀한 사이로 남아있도록 하자는 상식적인 발상에서이다.
그 부인을 보내고 봉투에 따로 준비해 두었던 수수료를 지사장님께 드림으로써 잔금처리는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