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시인, 신작 시집 『해질녘 강가에 앉아』 발간
저항과 서정과
구원에 이르는 시인의 여정
김창범 시인의 신작 시집 『해질녘 강가에 앉아』가 문학아카데미시선 32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에는 제1부 <봄의 소리> 제2부 <소금창고에서> 제3부 <노르웨이 연어> 제4부 <들의 백합화>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에는 류재엽 (문학 평론가)의 해설 「저항과 서정과 구원에 이르는 시인의 여정」이 수록되었다. 류재엽 평론가는 "김창범 시인이 제1 시집을 내고 제2 시집을 내기까지, 36년이라는 세월이 강 해질녘 강가에 앉아 처럼 흘렀다. 물론 거기에는 목회자로서의 수행 기간이 있었지만, 인생에 대 한 인식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제1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참여시 위주의 창작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반추하기시작한것이다. 강물의저쪽에는민중, 참여, 저항이도사리고 있다면, 강물의 이쪽에는 그리움,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 인생에 대한 어떤 신앙적각성이존재하는것이다." 고 하였다
더불어 박제천 시인은 “김창범은 바람의 시인이다. 젊어서는 민중의 가슴에 바람의 불을 지피고, 오 랜 침잠기에는 가슴속 신앙과 서정의 샘물을 길어올려 아수라의 감옥에 갇 힌 탈북민들의 횃불을 태워 자유를 구가해온 행동의 시인이다. 노년기의 시 인이 보여주는 각성과 명상은 온천지를 내 몸 삼아 껴안으며 저 바닥의 어 둠, 얼음 속 추위를 데워내는 대광명이자 일진 청풍을 불러일으키는 본지풍광으로 여여하게 살자는 다짐이다. 가슴 속 저 바닥모를 깊이에서 힘차게 솟 아올라 하늘을 뒤덮는 용오름의 바람이다. 1972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소년시인이역사의질곡을겪어오면서반세기에걸쳐응축해낸바람의문법, 바람의 신앙 , 바람의 피로 직조한 서정시학의 본체, 미학적 상상력의 결정 본이다.”며 시집 상재를 상찬하고 있다.
▶프로필: 동국대 국문학과 졸.
1972년 『창작과 비평』 등단
시집 『봄의 소리』『소금창고에서』『노르웨이 연어』
2021년 동국문학상 수상.
▶문학아카데미: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 낙산빌라 101호
tel) 764-5057 fax) 745-8516 ▶B5판·반양장 108쪽/ 값 10,000원
<시인의 말>
나는 마침내 자유와 꿈을 꾸는 곳, 꿈과 서정의 강이 흐
르는 곳으로, 시와 노래가 흐르는 곳으로 귀향의 걸음을 걷
는다.
거기선 노을진 유년의 강마을과 내가 살아온 인생 풍경
이 아스라이 다가온다.
내 가슴 깊은 곳을 붉게 물들인 그리움이 뜨겁게 숨 쉬며
다가온다. 길은 외롭지만 호젓하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다.
「알 수 없는 길」이 내 앞에 있기에 나는 오늘도 그분과
함께 걷는다.
2023년 새 봄을 맞아 김창범
제1부 봄의 소리
18 | 석류를 위하여
20 | 산
21 | 봄의 소리
22 | 광장에서
24 | 버드나무 밑에 서서
26 | 저녘
28 | 도배
30 | 서울운동장에서
32 | 꽃
33 | 벌판 소나무
34 | 짐승의 詩
35 | 신월동 쪽을 바라보며
36 | 김치
37 | 춘심아
38 | 창포꽃
39 | 아궁이
40 | 바람부는 날밤
제2부 소금창고에서
44 | 수전증
45 | 메리크리스마스
46 | 소금창고에서
47 | 그리움에 대해
48 | 생 빅투아르 산
49 | 딜런 토머스 혹은 소멸
50 | 지옥의 정원
51 | 식탁위의 소금
52 | 절망
54 | 시베리아여, 시베리아여
56 | 빛이 그리워
58 | 스데반의 돌무더기
60 | 새벽기도
61 | 빈 방에서
62 | 집에 관한 단상
63 | 사진 속에서 만난 아내
64 | 단추를 달면서
66 | 해질녘 강가에 앉아
제3부 노르웨이 연어
68 | 쏘냐 2
69 | 장맛비를 바라보며
70 | 별
71 | 어느 날 아침
72 | 저기 내 사랑이 온다
73 | 수원역에서
74 | 얼굴
75 | 운현궁을 지나며
76 | 백비탕 한 그릇
78 | 메기의 추억
79 | 정월의 집
80 | 흔적
82 | 노르웨이 연어
84 | 굴뚝 1
85 | 굴뚝 2
86 | 광야의 떨기나무
제4부 들의 백합화
90 | 들의 백합화
91 | 세상의 소금
92 | 공중의 새를 보라
94 | 구하고 찾고 두드리라
96 | 세상의 빛
97 | 일용할 양식
98 | 꽃들은 어떻게 피어나는가
99 | 고려인 마을로 가는 길
100 | 인생 농사
102 | 겨자씨 믿음 1
104 | 겨자씨 믿음 2
106 | 마음의 등불을 걸어 두자
107 | 그 분의 손
108 | 좁은 문 1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
110 | 감창범 시인의 말
꿈과 서정의 강이 흐르는 곳으로
113 | 류재엽 해설
저항과 서정과 구원에 이르는 시인의 여정
<김창범 시집 좋은 시>
해질녘 강가에 앉아
해질녘 강가에 앉아 저물어가는 세상을 보라.
강 건너 하얗게
누에치는 집, 붉은 양철지붕 위로
빨간 치마처럼 내려앉은 저녁노을을 바라보라.
파란 입술로 땅콩을 파먹던 어린 날의 모래밭이
점점 붉어가는 저녁 기운에 감추어져 갈 무렵,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옥수수 키 큰 이삭 사이로 구월 보름달이
화창한 몸을 숨바꼭질하듯 숨길 때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두 눈을 감았다.
그리움은 아직도 내 가슴에 저녁 햇살로 남았구나.
따뜻하게, 따뜻하게 그리움의 숨소리를 듣는다.
양철지붕 위로 남은 해가 저물어간다.
해질녘 강가에 앉아 저기 가라앉는 세상을 보라.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치마를 풀어헤치고 저만치 가고 있는데
나는 해 저문 붉은 강가를 떠날 줄 모르는구나. (2017년)
그리움에 대해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두 눈을 감고 또 감아도
이른 봄날 온몸에서 돋아나는 여린 꽃망울 같은 것
속살 깊은 곳마다 솟아나는 마지막 호흡 같은 것
끝내 사라지지 않고 들려오는 속삭임 같은 것
그것은 오래 전 낯선 땅에서 만나
아직도 내 마음을 뒤덮고 있는 하얀 만년설 같은 것
이제는 내 인생의 둘레가 되어 나를 감싸고돌며
천년만년 녹지 않는 절정의 풍경 같은 것
봄이 되면 한 옴큼씩 녹아 흘러
시냇물을 따라 찰랑거리는 노래 소리로 들려오는 것
어느새 인생은 막다른 오지까지 달려왔지만
여전히 손을 흔들며 춤추는 기쁨의 몸짓이 되는 것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내 마음의 꼭대기에 하얀 만년설을 이고
길고 긴 여름 석양에도 녹지 않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뜨거움이 되는 것
그리움은 그대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몸부림
지금쯤 누군가의 인생에도 만년설이 되어
하얗게 빛나고 있으리라.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