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하면 기존미디어는 늘 위기를 맞는다. 그렇다고 위기를 맞은 기존 미디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통미디어는 새로운 미디어 흐름 속에서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찾아내 공존을 한다.
종이매체는 디지털매체에 비해 편집과 인쇄, 배포라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반면 디지털 매체는 배치와 동시에 검색이나 SNS를 통해 세상 누군가와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개인간 단말기시대가 도래된 지금 콘텐츠 배포에 드는 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것만은 아니다. 같은 콘텐츠라도 어디에 실리느냐에 따라 영향력과 전달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어느 경제 전문가가 코스닥 전망에 대한 분석을 디지털 매체에 실었을 경우, 독자들은 아무리 큰 모니터로 본다고 해도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손에 든 작은 폰으로 읽는다면, 리드문장도 못 읽고 빠져 나올 확률이 크다.
반대로 이를 종이매체에 실었을 경우, 독자들은 책을 읽는 마음가짐과 환경이 조성되고 그와 유사한 정적인 정보소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기사에 대한 집중도와 정보의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종이에 인쇄된 콘텐츠는 디지털 화면에 새겨진 미디어와 달리 정서적인 안정과 가독성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디지털 매체는 글보다 사진이, 형식적인 문어체보다 자유로운 대화형 문체들로 구성된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소재 또한 무거운 주제보다 일상의 소식들을 많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뉴스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켰고, 과거엔 가벼이 여기던 일반인들의 일상이야기가 뉴스가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마을 단위일 경우 이러한 수다는 근접성이라는 뉴스의 가치와 가장 잘 부합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신문과 동단위 소식지와 같은 마을매체들은 디지털 속성을 빨리 읽어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실험적인 매체가 필요했다. 학생과 마을 사람들의 수다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소식과 흐름을 읽어내고 콘텐츠 유형의 변화와 종이 매체의 장점을 융합한 매체를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이 ‘위퍼’였다.
웹에서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의미의 위키(WIKI)와 기록을 의미하는 페이퍼(PAPER)의 합성어인 위퍼(Wipper)는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매체의 빈 공간을 채워간다는 의미가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기존미디어와 달리 글의 양이 중요하지 않고, 한두줄만으로도 재미만 있다면 충분했다. 가급적 사진의 전달력도 중요시 했다. 일상 이야기뿐만 아니라 함께 나눈 대화나 SNS 댓글까지도 실었다. 이런 이유로 위퍼는 ‘종이SNS’라는 표현까지 하게 되었다.
참여자는 기자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였고, 학생 아무나였다. 현재 5회까지 발행하고 있는 이 마을미디어 실험은 동네주민이나 학생들에게 글이 아닌 수다,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문턱이 낮아지자 누구나 쉽게 참여가 가능했다. 나의 일상이 곧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뉴스가 되었고 그로 인한 마을의 커뮤니케이션은 공동체 실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싹을 틔우는 중이다.
첫댓글 사진이 기가 막히네요 굿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