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후에
2019년 10월 13일 주일
제목: 설교자는 자신의 메시지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어제 주일 나는 ‘우리가 대항하여 싸워야 할 원수들’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현 시국 가운데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설교의 주된 목적이요 과제라고 나는 생각하고 7주 동안 설교할 계획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회 공동체가 이 시국에서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경직된 사고와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치우쳐 있기에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나는 생각했다.
목회자도 개인적인 소신이 있다. 광화문에서 목숨 걸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외치는 목회자들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과 확신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축소판처럼 교회 안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에 괜히 건드리면 논쟁에 휩싸일 것이 뻔하므로 정치나 종교적인 신념 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교양인의 매너라고 한다. 하지만 한 공동체 안에서 이미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을 해야 한다. 계속 그런 문제를 언급하지 말자고 말하든지, 아니면 끝장토론을 하든지, 아니면 목회자 개인의 소신을 밀고 나가든지, 아니면 공동체의 의식을 갱신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은 네 번째 노선이다.
교회 안에는 서초동 집회에 참석한 이도 있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확신하는 이들도 있다. 나에게는 그 둘 다 한 교인이요 나의 동역자들이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억지로 통일시키려는 것은 독재요 횡포요 인격을 말살시키는 행위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특정한 이름으로 낙인 찍고 범주화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횡포요 ‘마녀사냥’이다. 그런 사회는 흑사병을 이길 면역력을 상실한 중세시대의 사회처럼 취약하기 이를 데 없는 허약하고 허약한 공동체다. 그것은 종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자연의 섭리에도 위배된다. (14세기에 일어난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0~50%가 죽었다고 한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중 받는 세상은 온갖 아름다운 색깔의 꽃이 만발한 정원과 같다. 거기에는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화초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고 이름 모를 해충들도 거기서는 그저 하나의 벌레일 뿐이다. 공존하고 공생하며 공영하며 또 건강하다.
나는 이번 설교를 통해 우리가 대항하여 싸워야 할 원수는 인간이 아니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을 낙인 찍는 ‘혐오 그 자체’라고 했다. 또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야말로 우리의 원수라고 했다. 또한 가짜뉴스를 쉽게 믿어버리는 ‘순진한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용과 진실, 그리고 지혜를 추구하자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 메시지 앞에서 더욱 큰 갈등을 보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늘 모임에서 자신의 분노를 드러냈고, 속단을 나타냈고, 무례를 표현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아파하고 고통을 겪는 자신을 발견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원만하고 완벽하고 포용적이고 너그러운 삶, 조화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생각하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의롭고 경건하고 멋지게 또한 ‘신령하게’ 살아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용서를 필요로 하고 다른 사람들의 용납을 의지하여 살고 있다. 그것을 잊을 때마다 우리는 마귀에게 속는다.
예수님의 메시지는 유대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고, 바울이 설교할 때 군중들 가운데 소동이 발생했다. 설교자는 그 메시지 때문에 환영을 받기도 하고 바로 그 메시지 때문에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환영과 갈채를 받고 싶은 것은 모든 설교자의 바람이지만 메시지를 바르게 전한 예언자들 중에는 그 메시지 때문에 죽은 사람도 많다. 두려워 그 길을 회피하면 그는 이미 메신저가 아니라 돈벌이를 하는 매니저일 뿐이다.
나는 나 자신과 공동체를 위하여 메신저로 살아야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부름 받아 오늘 여기 서 있다.
설교안 전문: https://blog.naver.com/newhopechurch1/221675855977
설교 동영상: https://youtu.be/HTAewMAeZm0
설교자는 자신의 메시지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do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