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떠나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의 취미생활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부부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 범주에 속하는 케이스였다. 그래서 작년 8월까지 각자 제 팔을 흔들면서 살아오다가 9월부터 내가 집사람보고 1달에 한번 이상 여행을 가자고 제의를 했다.
난 사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년 365일 매일 새벽에 달리기를 하다 보니 몸이 피곤하여 잠을 보충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것을 감수하고 가족들이나 친척들과 함께 국내 또는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도통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 나였기에 집사람은 내가 제의한 내용을 그저 하는 소리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번 내뱉은 말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가급적 지키는 편이다. 1달에 한번 정도 떠나는 여행이기에 그날만큼은 좀 더 일찍 운동을 하고 잠을 자면 되고 여행의 목적도 눈요기가 아니라 입을 즐겁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단행했다. 한 3개월을 했었는데 할만했고 더욱이 집사람이 좋아하는 것이기에 유일한 공통의 취미생활을 가진 것에 뿌듯했다.
하지만 3개월째 집사람이 산을 오르다가 무리한 탓에 허벅지 협착증이 찾아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집사람이 입버릇처럼 말한 "여행은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다녀야 한다" 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여행 대신 주말에 먹방 데이를 갖기로 한 것이다.
먹방 데이는 주변에 맛집을 찾아 음식을 먹고 티타임을 가진 후 공원이나 수목원을 산책하는 것이다. 1달에 3~4번 정도 하는데 결혼 전 꼭 연애하는 기분이다. 금년 1월부터 시행했으니 한 20회 이상은 한 것 같다. 60이 넘으면 먹는 즐거움이 최고라고 했는데 그것을 포함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듯 하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맛집이라고 찾아갔지만 거의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2곳은 누구를 데리고 가도 맛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개발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음식 맛이 별로이다. 그래서 귀한 손님이 오면 항상 고민이 된다. 각 메뉴별로 최소 1개 이상의 맛집을 알아 놓아야 접대 후에도 손님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인데 그러지 못한 것이 불만이다.
그런 나를 보고 울 집사람은 음식점 탓하지 말고 당신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맛집을 찾아 직접 시식을 해보라고 했다. 하기야 맞는 말이다. 왕년에 술을 좋아할 때는 1주일에 최소 3~4회 정도 음식점에 갔었지만 술을 끊고 나서는 거의 음식점을 갈 일이 없다 보니 맛집을 제대로 알리가 없었다.
앞으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맛집을 검색하여 주말 먹방 데이를 더 즐거운 시간으로 보낼 것이다. 금년까지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위주로 할 것이고 내년부터는 전국을 대상으로 여행사가 주관하는 식도락 테마 여행을 해 볼까 한다. 먹방 데이를 하다가 보면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고 나중에 집에서도 응용하여 음식 솜씨도 발휘할 수 있으며 집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 부부애가 돈독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단점은 불필요하게 음식을 많이 먹어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는 적당히 먹고 남은 음식은 싸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싸주고 후자는 만족도가 높으면 비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금년이 집사람과 결혼한지 만 44년째이다. 44년 만에 유일한 부부의 공통 취미생활이 끝까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는 먹방 데이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인증샷이나 후기도 남기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훗날 추억이 될 수 있게 방법도 바꾸어 볼까 한다. 먹방 데이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고서야 인스타에도 좋은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인스타는 내가 운동한 기록을 매일 포스팅하는 SNS로만 사용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먹방 정보가 릴스(짧은 동영상)로 제공되어 맛집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더 있을듯하다. 나이 들어 먹는 즐거움이 없으면 낙도 없고 명을 다한 것이다. 그렇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면서 식도락을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