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도시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다. 우리집 요앞에는 저수지도 있고 산도있어서 쉬러오거나 낚시를 하러오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우리집에는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내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가 돈을 벌러 가셨다고 하지만 할머니께서 아버지는 지독한 술주정뱅이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평소처럼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시다가 밖에 나가 저수지길을 걸으시다가 빠져서 그만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때가 아마 내가 막 세 살 생일이 지났을 때 라고 한다. 할머니는 나와 많이 놀아주시고 같이 요앞 산에 올라가서 나물도 따곤 하셨다. 그런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인지 아버지의 공백을 많이 느끼지 못했고 나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 할머니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자주 까먹으셨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실때도 있었고 급기야는 나와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손님과 사람들을 기억하시지 못하셨다. 할머니께서 나를 기억하시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해서 답답할 때가 종종 있긴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가시자고 말씀하시곤 하셨고 할머니는 그럴 때 마다 자신은 괜찮다며 화를 내셨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할머니는 정상인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지내셨고 옆집 동혁이의 동생인 5살짜리 동한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 나는 슬슬 할머니를 피했던 것 같다. 10살짜리 아이의 모습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이었고 오히려 할머니가 그렇게 변했다는게 무서웠다.
매미가 지독하게 울던 날 학교에 갔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학교는 시골에 있어서 화장실이 모두 푸세식 이었고 냄새가 많이 나서 볼일을 볼 수 없었다. 우리집도 물론 푸세식 이였지만은 집에 있는 신문지에다가 볼일을 보고 변기통에 버리곤 하였다. 하지만 엄마에게 집에 온 걸 들키면 혼나기 때문에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할머니가 눈에 보였다. 할머니는 무언가를 종이에 적고 계셨다. 할머니는 아이의 행동을 하시면서 글자를 단 한글자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하지만 글씨를 적고 계신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다가갔는데 할머니가 귀신을 본것처럼 화들짝 놀라시면서 아이의 행동을 하셨다. 할머니는 나에게 “히히 일찍왔네 놀아줘” 라고 말하시며 아이 흉내를 내셨다. 어린 내가봐도 할머니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행동에 의아했지만 나는 볼일이 문앞까지 나와있던 관계로 신문지를 들고 화장실 앞으로 달려갔다. 이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께 혼날걸 두려워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그 후 1년이 채 되지않아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때 어머니는 할머니의 상여 앞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할머니가 무서워서 인지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할머니의 장례인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된 지금 나는 할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한 것 같다.
나는 나만의 생각이지만 할머니께서 아이인척 행동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제야 할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ㅠㅠ
오~~~~~~~~~~~~~~~~~~~~~~~~~~~~~~~~~~~~~~~~~~~~~~~~~~~~~~~~~~~~~~~~~~~~유하는놈ㅗ
올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ㅋ
...와...............쓰라해도못쓸것같은...
장관상 받은아이의 필력임......ㄷㄷ;;
잘 읽었어. 괜찮다. 진행도 자연스럽고 문장력도 좋다. 다만 간혹 문장이 길어 비문이 생기는데, 문장을 최대한 짧게 끊어 쓰는 연습을 해 보면 좋겠어
할머니가 왜 사랑했는지를 써야할거같아..나는 할머니는 어머니를 걱정했다고 생각하는데.그래서 할머니가 어머니를 위로할려고 아이인척한거같은데..음..내용은 좋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