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인솔하여 현충원으로 단체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고 코로나19로 학교 밖에서 체험활동을 하지 못해 별다른 추억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3학년 학생들이 워낙 활발하고 에너지도 많고 생활지도가 힘든 학생들이라서 처음에 이 행사를 기획할 때는 봉사활동에 잘 참여할지, 안전하게 질서를 유지하며 참여할지에 대한 걱정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다행히 집합 장소에 모두 잘 도착하였고 본격적으로 묘비를 닦고 주변에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걸레를 가방에서 꺼내어 먼지가 있는 묘비를 깨끗하게 닦고 잡초를 뽑으며 정리 정돈을 하는 학생들이 매우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평소에 생활지도로 힘들어하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학생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걸레에 물을 묻혀오고 자신들이 스스로 청소구역을 나누어 신속하게 봉사활동에 임하였습니다. 예상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습니다. 함께 인솔했던 다른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에 비해 더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고 뿌듯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였습니다. 2년간의 원격수업으로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제게 감시의 대상이자 관리를 해야 할 목표였습니다. 딴짓 안 하고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늘 화면 속에서 확인하고 수업에 늦지 않게 접속했는지 로그 기록을 확인하고 제출한 숙제가 다 들어왔는지 보면서 제출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전화를 걸어서 다그치고 빨리 제출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등 정확한 관리자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했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대면 수업을 진행한 지 3개월이 되어가는데도 저는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공부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열심히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저는 학교에서 수업 시간을 따분해하고 잠을 자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학생들을 못마땅해하며 요즘 학생들이 의욕이 없고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게 걱정이라고 불평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 체험으로 인해 다시 힘을 내고 제 학생들에 대한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욕이 없고 삶을 대하는 자세가 건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어렵고 재미없었던 것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들이 많고 관심사가 학교 밖에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고 성적이 좋지 않아서 걱정하고 계신다구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러면 몰랐던 자녀의 흥미와 재능이 무엇인지 보실 수 있을거에요. 자녀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고 흥미도 알겠는데 공부를 더 잘했으면 하신다구요? 아직은 공부에 전념하기보다는 흥미와 관심사를 채우는 게 더 먼저라네요...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많이 기다리실 수도 있지만 하고 싶어질 때가 찾아오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거에요. 자녀와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하시다구요?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와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밝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소통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