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마을의 청량한 밤공기에 몸이 가볍다.
• 2023. 6.13(수)
• 야마트 산 정상 : 해발 2,020m
• 입산코스 : 야마트산 트레킹 코스
• 소요시간 : 4~5시간 예정
세 번째 걷게 되는 산행의 야마트산도 태를지 국립공원에 위치해 있다. 야마트산은 그리 높거나 험하지는 않지만, 탁 트인 조망과 녹색 평원이 아름다운 산이라 한다.
산행 거리는 약 8km 정도로 트레킹 수준이라 하여 들머리에서 레벨 구별없이 모두 함께 입산하기로 한다.
이번 원정산행에서 마지막으로 현수막을 펼쳐들고 산행 화이팅을 외친다.
“천하부고여, 영원하라!”
골짜기마다 부고인의 열정외침이 메아리로 번져간다.
이어 기수별로 기념촬영을 하고 등반 길에 오른다.
초반 오르막은 제법 가파르다. 그래도 마음을 모은 동기끼리 녹색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야트막한 능선을 타고 기수별 이야기가 바람결에 넘실거린다.
녹색의 향연에 어울리는 암갈색 기괴암석들이 가지가지 모양으로 빚어낸 듯 몽골 풍광에 자꾸 마음을 빼앗긴다.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며 사부작사부작 나아간다.
몽골의 마지막 산행이어서일까. 아숴움이 커가는 탓일까. 자꾸 뒤를 돌아다 본다. 암릉, 초원이 어우러진 풍광 속에 온 마음을 빼앗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하느님의 아름다운 예술품을 휴대폰으로 담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지금 이대로 눈과 마음과 온 몸에 담아 가련다. 훗날 돌아가서 이 풍광을 그대로 반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한 발자국마다 추억을 새긴다.
자주 뒤돌아보게 하는 산.
눈이 시원해진 녹색 대평원에 푸른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 이 아름다운 광경 속에 유유자적 걸어오르는 우리 동문들이 멋진 정취를 그려낸다. 동문들의 모습이 자연이고, 한 폭의 그림이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평선은 작은 숲으로 모여든다.
코발트빛 청량한 하늘은 한없이 푸르다. 지상 대평원의 빛깔도 하늘빛에 맞춘 듯 녹색 빛깔 향연이 참 곱다. 몽골 원정트레킹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정상에는 어워 장대와 늑대상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어워는 우리의 천하대장군 같은 얼굴 조각이 기다란 나무 장대 꼭대기에 새겨져 돌무더기 위에 세워져있다. 성황단 어워에서 보았던 것처럼 오색 빛깔 천이 아래부터 반쯤 휘감겨 있다. 야마트 산 정상을 알리는 표식인 동시에 정상에서 신에게 기원하는 몽골 토속 신앙의 모습인 듯하다.
장대 어워 옆에는 야생 늑대상이 돌로 조각돼 세워져있다. 몽골 사람들은 늑대를 자신들의 시조로 여긴다.
늑대상 아래 기단에는 몽골어로 늑대 시조에 대한 전설이 적혀있다고 한다. 몽골인은 ‘보르항산’ 기슭에 펼쳐진 초원에서 하늘의 뜻으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 푸른 늑대(볼테치노)와 그의 아내 흰 사슴(고아바랄) 사이에서 시조 ‘바타치 칸’이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들의 10대손인 ‘알란코아’(북쪽에서 내려온 곱디고운 여자)가 태어났다. 몽골족의‘시조모’(族母)로 여겨지는 여인이다. 그리고 또다시 12대를 흘러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이 이 가문에서 나온다.
( - 2018. 10. 18. 서울신문 기사 일부 참조 - )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과 내리쬐는 햇빛이 침엽수림을 한 폭 수채화로 만든다. 그 수채화 속 평지 흙길을 걷는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걸으며 발바닥으로 몽골 땅의 지온과 감촉을 느껴본다.
이번 해외원정 몽골트레킹에서는 3개 산행을 했다.
체체궁봉 - 엉거츠 산 - 야마트 산
산행의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잘 배려해 일정을 추진한 결과 몽골 산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전에 충분한 탐색과 더불어 선발대원들이 미리 걸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해서 멋진 원정산행이 이루어진 것 같다.
김미경 산행대장을 비롯해 35기 동문들, 추진 임원들, 선발대원들, 그리고 마음 모아 함께 참여한 모든 동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천하부고 동문 산악회 일원임이 자랑스럽다.
“천하부고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