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을 해파랑길 걷기 10.22~23
22일 아침 8시50분 강남고속터미널에 만난 세 부부는 모처럼 신나는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다. 동해안 해파랑길 6번째 행사이다. 21인승 프레미엄 버스라 시설도 좋고 편하다. 동해시를 거쳐 삼척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터미널 옆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걷기 행사가 시작되었디.
해파랑길 32코스는 삼척 북쪽 추암해변에서 삼척항을 거쳐 맹방해변까지이다. 지난 봄 추암에서 삼척항까지는 이미 걸었기 때문에 오늘은 삼척항에서 맹방해변쪽으로 향한다.봄에도 들렀던 장미공원 둑방길을 걸으며 늦게 핀 장미꽃을 보느라 시선이 한쪽 으로 솔린다. 삼척항 주변에는 이곳 어장에서 잡은 오징어와 가재미가 말리느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항구쪽으로 가면서 길이 헷갈렸다. "여기서 어디로 가죠?" 여사가 묻는다. "절~로 가요" 하필 가리키는 방향에 교회가 보인다. 절이 아니라 교회인데요? 일행이 한바탕 웃었다. "교회ㅡ니가 왜 거기서 나와?"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이다 해파랑길 표시는 바닥이나 전봇대 담벼락에 붙인 표찰과 리본이 촘촘히 붙어 있어 표찰만 잘 보고 가면 된다. 우린 잘못 빨간 표찰을 따라 가다보니 반대방향으로 갔다. 알고보니 빨강은 북쪽,파랑은 남쪽방향이다.
삼척교를 건너 삼표연탄공장이 보인다. 그 옛날 연탄이 주 화력일 때의 주인공인데- 드디어 바닷가로 나왔다. 육각 정자가 있어 잠시 쉬기로 했다. 정자에서 바라다 보이는 해안가에는 새로 방파제를 만들고 나무데크 통로를 만들고 있다. 곳곳에 관광지를 만드 느라 분주하다. 역시 동해안 해파랑길의 장점은 푸른 바다의 아름다운 뷰를 감상하면서 걷는 즐거움이다. 바닥엔 낙엽이 쌓여 마치 융단위를 걷는 것 처럼 바싹바싹 소리를 낸다. 가을의 낭만이다. 이상한 프랑카드가 눈길을 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이곳에 만드나 보다. 원전을 없애고 공해 덩어리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든다니 지역주민들이 흥분하지 않겠나? 인간들의 분규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길바닥에 가을꽃이 예쁘게 피어 우리를 반긴다. 남자들은 늘 뒤처진다. 여자들이 더 잘 걷는 것은 왜일까? 늘 의문이다.
맹방해변이 300m로 다가왔다. 맹방의 덕산해변에 민박과 팬션이 많다고 알고 있다. 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마침내 덕산리에 도착했다. 예전 맹방에서 교회 목사를 지낸 친구에게 전화로 자문도 구했으나 몇군데 답사를 하고 팬션중 하나를 골라 방3개를 얻었다. 이집 주인의 권유로 저녁식사는 회센터에서 광어매운탕을 소주와 곁들 여 맛있게 먹었다. 내일 아침은 8시에 체크아웃하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일차 아침이다. 일찍 잠이 깨어 할 일도 없고하여 산책길에 나섰다. 아침밥 먹을 마땅한 식당이 있을까 답사도 할겸. 어제 저녁에 본 이 덕산리의 명품은 역시 솔밭산책로---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지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주변은 낭만가도라는 팻말이 있어 역시 걷고싶은 충동이 생겨나는 길이다. 5천보를 미리 걸은 셈이다. 친구가 웃으며 항의한다. 미리 5천보나 앞서가면 되냐고? 그래 맞는 말이다. 우리가 묵은 팬션 맞은편 집은 마라토너 이봉주의 장모가 하는 "처갓집민박"집이란다. 작은 마을이라 모텔이나 여관은 없고 모두 민박,팬션 뿐이다. 집주인의 권유에 따라 읍내에 있는 순대국집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의외로 맛집을 만났다. 순대국은 물론 햇쌀밥과 김치가 어찌나 맛 있는지 엄지척을 하면서 칭찬일색--
커피까지 한잔 하고 가뿐히 오전 걷기를 시작한다. 31번길이다. 거꾸로 걷기 때문에 31번코스의 종점에서 시작점인 궁촌길까지의 코스이다. 이곳은 해안길이 아니라 농촌길이다. 논과 밭에는 하얀 비닐로 감아 만든 가축사료인 곤포 사일리지가 가득히 쌓여있는 모습에 마치 부자가 된 느낌이다. 파란 보리밭도, 소가 우리 안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가축장도, 누런 감이 주렁주렁 달린 키 큰 감나무도 눈요기 감이다. 쓰러져가는 폐가 옆에 왠 빨간 우체통이 앙증맞게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참으로 신선하다. 세 그루의 큰 소나무가 가지를 옆으로 비켜가며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다. 내가 "삼정승 소나무"라고 명명했다. 논밭 위로 철로가 놓이나 보다. 멀리 산을 뚫고 터널이 놓이고, 시멘트 기둥이 받쳐든 철로 공사가 한창이다. 과연 어디서 어디로 가는 철로 일까?
걷고 있는 길에는 역시 해파랑길 표지가 잘 되어 있다. 동막리를 지나 울진방향이다. 해양 레일바이크로 유명한 궁촌리까지 2.7km남았다는 표지판에 희망의 힘이 솟구친다. 레일바이클 다같이 타 보자고 약속했기에 어린애처럼 설렌다. 맞은편에서 혼자 배낭에 해파랑길 깃대를 꽂고 걸어오는 젊은이를 만났다. 자기는 부산서 시작하여 오늘 19일째 걷고 있는 중이라고,그것도 혼자서~정말 대단하다.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목표지인 궁촌을 향해 마지막 스팟을 가한다. 마침내 궁촌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오늘은 레일바이크 운행이 중지되었다. 사정에 의해 임시휴업이라고~크게 실망했지만 방법이 없다. 대신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 묘소를 찾기로 했다. 망국의 한이 서려있는 마지막 공양왕의 묘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경기도 고양에도 공양왕 묘소가 있는데 어느 곳이 진짜인지도 분명치는 않다. 오늘 오전 스케쥴은 끝났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 다시 삼척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삼척에 도착, 점심은 곰치국을 먹기로~곰치전문식당이 모여 있는 정라진 식당골목으로 갔다. 년중 인기있는 메뉴지만 곰치가 잡히지 않는 날은 곰치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곰치탕에 김치를 넣고 끓인 곰치매운탕이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다. 밥 먹으면서 공통적인 이야기가 1박2일은 너무 기간이 짧아서 다음 부터는 2박3일이 좋겠단다. 서울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제 상경을 위해 다시 삼척 시외버스터미널로. 버스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몸이 가뿐해졌다. 이틀의 걷기로 다소 몸은 피곤했지만 그렇게도 기분이 좋다. 코로나로 지치고 우울했던 심신이 크게 힐링이 되었다. 내년 봄에 다시 해파랑길을 걸을 기대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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