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산 참나무처럼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겨울편16 - 하얀 눈덩이, 알고보니 오줌싸개
장영희·서강대 교수·영문학
셸 실버스타인(1930∼1999) | |
Snow Ball
- Shel Silverstein
I made myself a snow ball as perfect as could be
I thought I’d keep it as a pet and let it sleep with me
I made it some pajamas and a pillow for its head
Then, last night it ran away
But first― it wet the bed.
눈덩이
- 셸 실버스타인
눈덩이 하나를 아주 멋지게 만들었어요.
애완동물로 길들여서 함께 자려구요.
잠옷도 만들고 머리에 베개도 만들어 주었어요.
그런데 어젯밤에 도망갔어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침대에 오줌을 쌌네요.
어둑어둑 해질녘에 파주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탔던 네 살짜리 조카 민수가 말했습니다. ‘이모, 산들이 피곤해서 엎드려서 자고 있나 봐.’ 문득 보니 멀리 둘러싸인 산들이 정말 길게 엎드려서 누워있는 듯 보입니다.
이 시는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쓰여진 동시입니다. 눈이 녹아서 침대가 젖은 것을 오줌 싼 것으로 생각, 눈을 크게 뜨고 재미있게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무생물에 생명을 투사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 상대방에 자신을 이입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면서 점차 상상력보다는 논리와 이성이 앞서고 나는 나, 너는 너의 구별이 뚜렷해집니다. 점점 세상이 재미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