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순 시집 {그믐밤을 이기다} 출간
장정순 시인은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했고,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초등학교 교사를 역임했다. 2016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했고, 첫 번째 시집 {드디어 맑음}(2020년, 시문학사)을 출간한 바가 있다.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과 ‘백운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시문학문인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비평가협회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장정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그믐밤을 이기다}는 ‘곡선의 시학’의 성과이며, 자유와 평등과 사랑의 전도사로서의 그의 ‘인문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가 있다.
기도에 비춰오는 한 줄기 햇살은
나의 날을 환희로 채워진다
그늘 때문에 열리지 않았는데
회오의 실오라기를 풀어주며 그믐밤을 이긴다
자유로운 민들레 씨앗처럼 될 수는 없어도
은하수를 좇아 긴긴 행로를 헤쳐가야 하는
이런 조바심은
이젠 아무것도 아니다 ----[그믐밤을 이기다] 전문
장정순 시인의 ‘곡선의 시학’은 ‘사랑의 시학’이며, 이 ‘사랑의 시학’은 비판철학에 기초를 둔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직선이 온갖 탐욕과 이기주의의 칼날을 들이대면 곡선이 그 칼끝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그 칼날을 못 쓰게 만든다. 정의가 불의를 물리치고 사랑이 모든 증오와 험담을 물리치듯이, 곡선이 직선을 이긴다. 비판철학은 사랑에 기초한 철학이며, 모든 시의 근본토대이다. “비판만이 위대하고, 비판만이 또 위대하다”는 비판철학, 즉, ‘곡선의 시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비판없는 시는 공허하고 시가 없는 비판은 맹목적이며, 무차별적인 폭력을 난무하게 만든다. 시인은 그의 앎과 비판철학으로 무장한 최고급의 인식의 전사이자 자기 자신의 그 모든 것, 즉, 돈과 명예와 권력을 다 걸고 사회적인 재앙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혁명가라고 할 수가 있다. 그믐밤, 모든 생명체가 시들고 병드는 그믐밤, 어떠한 꿈과 희망도 가질 수 없는 그믐밤을 이기는 것은 “두 눈에 비춰오는/ 한 줄기 햇살”로 온몸을 환희로 가득 채우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독약과도 같고 흉기와도 같은 말들을 제거하고, “자유로운 민들레 씨앗처럼”, 또는 “은하수를 좇”는 “긴긴 행로”처럼 그 꿈과 희망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는 꿈과 희망이고, 언제, 어느 때나 오염을 모르는 곡선의 젖줄이며, 우리 인간들은 시가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장정순 시인의 시는 “눈물이 있는 기도”이고, “마음을 밝혀주는 별”이다. “절망을 극복한 꽃”이고, “환희의 노래”이다. “사랑의 빛 안에서” 그의 “영혼은 별처럼 반짝”이고, “꽃처럼 향기로워”진다. 장정순 시인의 시는 오늘도, 내일도 “어두운 밤을 헤쳐”([시인의 말]) 나가는 꿈과 희망이 되고, 그리하여 끝끝내는 “그믐밤을 이기게” 하는 ‘곡선의 시학’, 즉, ‘사랑의 시학’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 것이다.
광활한 창으로 밤은 수많은 별을 보낸다
폭설에 덮인 자작나무는 서로를 감싼다
자연주의자의 죽음이 다시 살아나는 새로운 시점이다 ---[새로운 시점] 전문
풀꽃에 하얀 나비가 앉는다 낱자가 떡잎을 밀어 올린다 요람의 아기가 웃는다 도화지는 크레파스를 부른다 ---[공부하는 봄] 전문
언제, 어느 때나 광활한 창으로 수많은 별들을 보내는 시, 폭설에 덮인 자작나무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시, 자연주의자의 죽음으로 다시 살아나는 시, 풀꽃에 하얀 나비가 날아 앉고 낱자가 떡잎을 밀어 올리는 시, 요람의 아기가 웃으면 도화지는 크레파스를 부르는 시----. 장정순 시인의 시는 나무이고, 꿈과 희망이고, 궁극적으로는 그의 종교이다. 그는 “자유를 잃어버린 노예” 같지만,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복종을 하고, “어쩌면 다소곳한 여종” 같지만, 자기 자신의 “고고한 권리를 순종으로 채운다.” 자기 자신의 고고한 권리는 고귀하고 위대한 시인의 삶의 철학이 되고, 따라서 그는 옥토가 아니어도 용기를 잃지 않는다. “틈틈이 눈을 뜨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고공을 향한 끈질긴 저력은/ 듬직하고도 강인한 신사와도 같다.”([[나무에게 헌사를]]) 장정순 시인의 시는 종교가 되고, 그는 이 말의 사원에서 암수 한몸인 시인이 된다. 시인은 자기 자신의 ‘곡선의 시학’ 앞에 순종을 하는 여종이면서도 또한, 그는 그 어떠한 적이나 고통과도 싸워 이기는 천하무적의 용사와도 같다. 시는 키가 크고 뿌리가 깊은 나무이고, 이처럼 ‘시의 종교’를 찬양할 수가 있다는 것은 “행운 중의 행운”[[나무에게 헌사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가 있고, 세계가 있다. 내가 있고, 세계가 있다. 시의 종교는 자기 자신을 영원불멸의 시인으로 키우는 종교이며,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복종을 하며, 자기가 자기 자신을 ‘고통의 지옥’ 속으로 몰아넣으며 끊임없이 입신수도 하는 종교라고 할 수가 있다.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니까 내 손은 작은 건반 악기가 된다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도 레 미 파 솔
숨어있는 나비를 부른다
보드랍고 귀여운 너의 오른손가락으로 노래를 연주한다
노랑 하양 나비야 개나리꽃 필 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쁨이를 예쁘게 꼭꼭 기억해 주려무나 *기쁨이 : 2021년 서울지하철 안전게시문 공모전에 선정됨 ----[기쁨이] 전문
모든 병은 심인성心因性, 즉,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 난제와 장애를 만나면 미리부터 겁을 먹고 자포자기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천재지변을 만나 전재산을 다 잃거나 삶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사지를 절단당한다면 그 고통의 무게는 너무나도 엄청나고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그러한 엄청난 재앙과 장애를 만났을 때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 비책묘계秘策妙計를 창출해낸다면 만인들의 반대방향에서 ‘인간 승리’를 이룩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홍해 바다가 쩌억 갈라지고 바위는 샘물을 내뿜고 하늘에서는 만나가 쏟아지는 기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오늘날 고귀하고 위대한 민족이나 모든 위대한 시인들은 모두가 다같이 역경에 강한 인물들이고, 이 고귀하고 위대한 시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즐겁고 기쁜 삶을 향유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어린아이는 시신詩神의 은총이며, 우리 인간들의 미래의 꿈과 희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어린아이는 삶의 기쁨이며, 모든 고통들을 다 눈 녹듯이 녹여주며 이 세상의 삶의 찬가를 부르게 만든다.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니까/ 내 손은 작은 건반 악기가” 되고,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도레미파솔// 숨어있는 나비를 부”르게 된다.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 모든 험담과 중상모략도 다 없어지고, 어느 누구 하나 이 어린아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아이는 어른의 어른이며,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다 씻어주는 최초의 종족창시자와도 같다. “보드랍고 귀여운 너의/ 오른손가락으로 노래를 연주한다”와 “노랑 하양 나비야/ 개나리꽃 필 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쁨이를/ 예쁘게 꼭꼭 기억해 주려무나”라는 [기쁨이]가 그것을 말해준다. 장정순 시인의 {그믐밤을 이기다}는 ‘곡선의 시학’이고, 곡선의 시학은 ‘사랑의 시학’이며, ‘사랑의 시학’은 ‘시의 종교를 탄생시킨다. ‘기쁨이’는 키가 크고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되고, ‘기쁨이’가 ‘기쁨이’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최초의 종족창시자와도 같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장정순 시집 {그믐밤을 이기다},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