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은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와 싸웠다. 정치 자체를 바꾸고 싶었다." 라고 고백했다.
유시민은 "정치란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위대한 사업이다." 라고 했다. 이 두 사람의 말이 동일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지자건 비판자건 유시민의 정치적 행보를 대권 또는 권력투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밖에 보지 못한다.
※ 펌자 주.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갈라지기 때문에 비유 반유 진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증대목(?) "처음에는 유시민 지지자였는데, 유시민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입니다. 제가 딱 한마디로 압축해드렸죠? 이른바 '프로'들 치고 유시민 좋아하는 사람을 못봤지만, '아마'들 치고 유시민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못봤다고요. 이게 무슨 뜻인지 이제 이해가 가실 겁니다.
위의 두 말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유시민式 정치'의 성패는 정치적 성공(대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사에 유의미한 전환점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의 유무로 판단해야 함을 알게 된다.
유시민 지지자도, 유시민을 비판하는 자도... 유시민의 정치적 위상이나 지지율이 아닌, 유시민으로 인해 일어나는 대한민국 정치지형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 펌자 주. 유시민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는걸까요? 처음에는 다들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야권에게는 '살벌한 현실'이었기 때문이죠.
말 한마디 잘못하면 '빨갱이'로 덧칠되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야권으로 살아가려면 '생존'이 절대 우선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생존 뿐이겠습니까? '육체적 금전적 희생'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만 했던 역사,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야권의 역사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시작이 어떻든 간에 결국엔 초심을 잃어버리고 '생존'을 넘어 이권에 급급하게 되어 버립니다. 지금까지 내가 '희생'해 온 세월과 금전적 '손해'가 얼만데 이정도도 눈감아주지 못하느냐? → 이게 당권파들과 난닝구들, 전대협 486들의 핵심 논리가 되는 거죠.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정치 자영업자 위주의 정치시스템에 남긴 폐해입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있으니 화끈하게 '보상'받고 싶다 이거죠. 이런 구도가 고착이 되면 주권자인 국민과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가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됩니다. 바로 이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정당이 '민주당'입니다.
노무현이 괜히 '패거리 정치' 청산해야 한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우리 편까지 다 봐주면서 넘어가는 패거리 정치로는 이런 부분이 절대로 시정되지 않는단 말이죠. 결국 그것이 노무현의 목숨을 앗아간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노무현 퇴임하고 나면 한가하게 책이나 쓰면서 편하게 살고 싶었던 유시민이 독종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겁니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정치를 권력투쟁으로 인식한다. 매우 건전하고, 건강한 정치인들 까지도 그렇다.
정치를 권력투쟁으로 인식하게 되면 정치적 성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권력투쟁은 필연적으로 이권투쟁으로 번져간다.
이권투쟁은 특권세력을 만든다.
여기서 바로 수구세력이 태어나고, 상식과 원칙이 무너지게 되고, 권력과 정보는 소수에 의해 독점되게 되고, 민중은 정치로 부터 소외되게 된다.
이래서는 절대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다.
※ 펌자 주. 제가 앞에서 설명드렸던 주석이 무슨 뜻인지 무극이 아버님께서 한줄로 요약 설명하시는 대목입니다. 처음이 어땠든, 초심이 어땠든 "결국엔 다~ 그렇게 되었어!" "정치하는 놈들은 그놈이 다 그놈이지" 이 대목에는 이른바 '친노세력'도 예외가 없습니다!!
나는 "노무현대통령을 실패했다고 말하지 말고, 그분이 쓰러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유시민의 호소를 신뢰한다.
※펌자 주. 유시민을 논할 때 꼭 나오는 레파토리(!)인 '오만과 독선' 이거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무슨 뜻입니까? '내 말 안들고 지 맘대로만 하니까 미워죽겠어!!' 이거죠? 김대중과 노무현과 유시민의 공통점이 '통제가 안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던 이유도 이제 감이 잡히실 겁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오만과 독선'의 아이콘이 유시민이다." 이거죠.
하지만 문제가 뭐냐면 그렇게 남 얘기 안듣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던 유시민의 '독선적(!)' 판단이 지금껏 틀렸던 역사가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입닫고 외면하고 침묵하고 있죠.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의 약점인 '중우정치'라는 것이 등장하는 것이며, 바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해 '정치지도자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하는 '장치'가 필요해지게 되는 겁니다.
'정치지도자의 정치적 판단력'이라는 대목이 어째서 중요하냐? 복잡할 것 없습니다. 노무현이 주변 참모들의 '대세'를 거스르고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니 실패한 후보가 되겠다'며 정몽준과 거래를 거부한 사례 딱 하나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물론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치라면 '정치지도자의 판단'에 기대는 경우를 최소한으로 줄여야겠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은 이런식의 무조건적인 '절차 준수'을 운운할 '수준'이 안된다는 겁니다. '왜곡'과 '교란'이라는 반칙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절차'가 '가치'가 아닌 '핑계'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는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군번'이 못된다는 얘기죠. 이것이 바로 87년 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비극'이 되는 겁니다.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 현재의 유시민의 정치적 위상은 실패에 가깝다.
그러나 '노무현科 정치인 유시민式 정치'를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되면 노무현대통령 역시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