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심사 주차장입구 정자-> 중머리재-> 장불재-> 백마능선-> 안양산
-> 안양산휴양림 (10km)
![](https://t1.daumcdn.net/cfile/cafe/190AB13E4DC0A43E0F)
화순 안양산(853m) 철쭉산행
신록의 바다에 펼쳐진 '철쭉 주단'을 걷다
정상 남북 사면이 모두 철쭉밭....5월 초순경 만발
때 맞추어 철쭉 구경을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원 봉화산, 화순 백아산에 이어 세번째로 옮긴 데가 바로 이 무등산 남쪽의 안양산(853m)이다.
마침 하산하는 사람들마다 좋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니, 이제는 됐구나 싶다.
처음 찾아간 남원 봉화산은 능선이 백두대간의 일부를 이룬 한편 이미 철쭉 명산으로 이름이 전국에 알려진
산이고, 마침 5월3일이 철쭉제 날이라 멋진 철쭉 풍치를 기대했다.
이 산은, 철쭉밭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산봉우리 북사면의 넓은 철쭉꽃밭은 만개 직전이어서 나름대로는
멋진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만으로 철쭉밭은 그만인 데다 북쪽으로 치달은 봉화산 모습은, 다소 과장하여, 좌절스러웠다.
밋밋한 육산인데다 조림을 위해 중턱을 벌목한 탓인지 몰골이 흉해보였다.
그래서 서둘러 달려간 곳이 화순 백아산, 이 산은 기막힌 명산이었으나 아쉽게도 올해는 꽃망울이 채 피기도
전 꽃샘추위로 후르르 떨어졌단다.
이렇게 꽃, 꽃을 되뇌이면서 허위허위 찾아 달려간 산이 화순 북서쪽 무등산의 한 위성봉 격인 안양산이었는데, 묻는 이마다 "꽃이 아주 좋다"고 하니 뛰어서라도 올라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한 치 꺾임이 없이 줄곧 오르막으로만 이어지는 능선길에서 콩죽 같은 땀을 흘려야 했다.
우선 안양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앞의 주차장에 주차 후 곧장 대나무숲 사잇길로 하여 100m쯤 올라가자 둔
병재 마루의 공터-.
고기서 오른쪽 그늘막 옆에 '안양산 정상 50분 소요' 라고 쓰인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여기 고갯마루는 임진왜란 때 의병이 주둔했던 곳이라 하여 둔병재(屯兵峙)이니, 곧 안양산 자연휴양림 근처가
주된 주둔지였을 것이다.
"정상 꽃밭은 죽인다니까요"
산길 입구로 접어들어 300m쯤은 길 가운데 풀이 자란 널찍한 임도이더니, '안양산 휴양림' 이란 팻말이
선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숲길로 접어들며 급경사 길이 시작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5km 거리.
통나무를 가로질러 철근으로 고정해 두었고옆에는 굵은 동앗줄을 매어두었을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숲 그늘이 짙었지만 사우나에 든 것만큼 땀이 시원스레 흐른다.
경사가 조금 약해지고 작은 바윗덩이가 뵈기에 잠시 걸터앉아 쉬었다가 걸음을 옮기는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숲지대가 끝나며 철쭉밭이 시작된다.
휴양림에서 약 30분, 700m쯤 걸은 뒤다.
잡목은 다 베어내고 철쭉만 남겨 두어 양쪽으로 시원히 트인 평평한 산록을 철쭉이 사방으로 흩뿌린 듯 뒤덮고
있다.
그 가운데로 길이 나 있으며 모난 석주형의 한 길 남짓한 화강암이 서 있어 조망하기도 아주 좋다.
바위 위에 올라 뒤돌아보자, 짙푸른 신록의 바다를 배경으로 분홍 철쭉 무리가 선명히 떠오른다.
그 풍경에 누구든 흥분기를 가누지 못하고 긴 탄성이다.
하지만 수건 쓴 아낙들이 내려오며, "여긴 꽃밭도 아니예요, 저기 정상은 아유, 죽인다니까" 한다.
그런데, 오를수록 철쭉 군락이 줄어들며 볼품이 없어진다.
그러다 다시 한 번 툭 트인 시야-. 안양산 정상(853m)이다.
널찍한 평지를 이루었고 그 북쪽 완사면에 철쭉꽃밭이 분홍 융단으로 펼쳐져 있다.
정상 북쪽 약 800m의 안부까지는 또한 능선 양쪽으로 50~100m 폭으로 철쭉이 피어나 있어, 그 사이로 오는
등산객들은 "화려한 주단길을 밟으면서 근사하게 입장하는 기분" 이라면서 함박웃음이다.
이만한 철쭉 군락은 그리 보기 쉬운 것이 아니다.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어느 등산객은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요" 하고 되묻는다.
이 안양산 철쭉 군락은 안양산 줄기가 호남정맥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에 종주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
기 시작했다고 한다.
워낙 미끈하게 말잔등처럼 뻗어 있어 백마능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안양산은 지형도를 놓고 보나, 여기 정상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나 독립된 산이라기 보다는 무등산에 속한
위성봉이라는 게 더 어울린다.
지형도에는 언제부터인지 안양산으로 표기돼 있지만 한국지명사전에는 안양봉이다.
안양(安養)이란 곧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게 한다는 뜻의 불교 용어 중 하나로, 안양사라는 절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다.
안양산 정상엔 회순군에서 세운 정상비가 있고, 저 앞으로 무등산의 듬직한 풍모가, 올라온 길쪽으로는 긴
산릉이 진초록의 신록을 입고 뻗어나가 있다.
이런 데를 무엇 때문에 서둘러 떠날 것인가.
우리는 꽃밭 사이를 거닐다가 정상 표지석 옆 풀밭에 비스듬히 앉아 과일을 들며 쉬며 오후의 철죽 풍광을 음
미했다.
안양산은 철쭉제를 지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철쭉 군락지가 넓다.
철쭉제를 지내는 봉화산이나 백아산보다도 훨씬 넓다.
무등산까지 올랐다가 하산하기도
구름에 가렸던 해가 날 때를 기다리다가 오후 4시경 정상을 떠났다.
산이 순하고 대도시가 가까워 그런가,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무등산쪽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일행들이
있다.
내려가다가 고개 돌려, 안양산 정상 방향으로 길고 넓은 철쭉 능선을 보는 멋도 기막히다.
철쭉밭의 폭이 눈에 띄게 좁아지는 안부의 능선 삼거리에 도착했다(좌표 N 35° 06′ 04″ E 127° 00′ 50″).
여기서 곧장 능선길을 따라 무등산의 여러 가닥 등산로를 이어도 된다.
이 삼거리 이후부터는 철쭉은 별로 없다.
계곡 하산길은 처음 얼마간만 급한 내리막이다.
통나무로 단을 지어두기는 했지만 저기 휴양림쪽 길에 비하면 양반이다.
오를 경우라도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500m 남짓 내려가자 바가지가 놓인 샘터가 있다.
바위가 얹힌 계곡 중간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졸졸 소리져 흐르는 것으로 보아 쉽사리 마르지는 않을 샘이다.
샘터에서 골짜기를 오른쪽으로 건너며 길이 한결 순해진다.
계단길이 끝나고 좁고 긴 숲속 오솔길이 시작된다. 아름드리 송림이 우거진 길이다.
완경사이고 솔방울이 사방에 떨어져 있는 운치가 그만이다.
이 길로 천천히 올라갔다가 휴양림으로 하산해도 좋을 것 같다.
능선 갈림목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널찍한 농로로 내려섰다.
수만리 3구, 안양산 정상 2.5km 팻말이 서 있다.
우측 50m 아래에 회색 기와집이 한 채 보인다.
그 기와집 위쪽의 숲 좋은 널찍한 농로를 따라 내려가자 이내 '수만리 3구 만수마을 경로당' 앞 공터다.
산길 초입에는 안양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좌표 N 35° 05′ 43.7″ E 127° 00′ 18.4″).
회색 슬레이트 지붕을 하고 셔터를 내린 경로당 앞 공터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시 기다리자 회색 기와집
에서 불러준 택시가 왔다.
잠깐 새에 되돌아간 안양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는 아까 정상에서 헤여졌던 광주 등산객들이 이미 내려와 있
다.
이렇게 다시 안양산 휴양림으로 되내려오는 것도 괜찮겠다.
아무튼 철쭉꽃 구경 실컷 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기까지 서너 시간이면 그만이라 소요시간도 적당하고
또한 바래봉이나 봉화산처럼 너무 산기슭 아래로
내려앉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지도 않으니, 안양산은 한
갓진 철쭉 탐승에 적격인 산이라고 할 것이다.
*산행 길잡이
안양산은 안양산 자연휴양림~정상~수만리로 넘어가든, 아니면 출발점으로 되내려가든 4km에 3~4시간이
면 충분하다.
휴양림에는 주차장이 있으며(입장료를 내고 이용해야 함), 수만리 경로당 옆 공터에 승용차 몇 대는 세울 수
있다.
휴양림에서 철죽밭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지점까지는 매우 가파르고 그 외는 별로 힘들거나 위험한 데가
없다.
일단 철쭉밭이 시작된 이후부터 능선은 키가 큰 나무는 한 그루도 없어 조망이 매우 좋지만, 그늘은 없음을
알아둔다. 철쭉철 이외의 계절엔 별로 권할 만한 산은 아니다.
참조:가족산행 안양산
참조:안양산~무등산
참조:안양산자연휴양림~안양산~장불재~토끼등~원효사
참조:모닥불 송년산행 안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