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스님
조선시대 말엽에 곽 씨 부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 유명한 사주쟁이가 ‘네 남편이 내년 3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는 말을 듣고 앓아누워 버렸어요. 남편이 집에 와보니 마누라가 밥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있거든. 해서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더니
“미안합니다. 내가 몸이 아파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어요.”하고 변명했어요. 그 말을 남편에게 할 수는 없고 속으로 끙끙 앓았어요. 밥을 잘 먹고 그 이튿날부터는 문을 닫아걸고 물을 길러 가는 것도 밤중에 가고 동네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죽자 사자 하고 관세음보살만 불렀습니다. 관세음보살만 부르는데 동네 사람들인 김씨 부인, 백씨 부인이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데도 문 닫아 걸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관세음보살만 매일 부른단 말이야.
관세음보살만 일심으로 부르면서 대문 밖에를 나가지 않았어요. 그렇게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부르는데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지나 새해가 돌아왔는데 첫날부터 새해가 될 때까지 관세음에 대한 발원을 멈추지 않았어요. 3월 달이 가까워 오자 3월 삼짓날을 잘 지내야 된다. 이거란 말이예요. 그런데 정월달이 지나면서부터 곽 씨 부인은 밥을 하면서도 관세음보살을 어찌나 크게 부르는지 밥상을 다 놓고서도 젓가락, 숟가락을 놓지도 않고 남편께 갖다 주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남편이 “여보 당신 정신이 있소, 없소? 관세음보살 덜 부르고 숟가락을 주어야 밥을 먹지 않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여보, 당신 관세음보살 작작 불러요.” “미안해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곽씨 부인은 점점 살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관세음만 찾았습니다. 그럭저럭 세월은 흘러 3월 삼짓날이 되었어요. 12시가 가까이 되니 곽 씨 부인은 옷을 다 벗고 사다리를 가지고 지붕위로 올라갔습니다. 지붕 끝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곽 씨 부인의 그런 광경을 보고 모두를 곽 씨 부인이 미쳤다고들 야단이었어요. 광산에서 광석을 끌고 나오던 사람이 보니 기술자의 부인이 지붕 꼭대기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광부가 들어가서 하는 말이 “당신 부인이 돌았어.”
“내 마누라가 벌써 돌았다고? 내 친정으로 보낼 거야.”
“돌아도 이만저만 돌은 게 아니란 말이야. 이 사람아, 발가벗고 지붕 꼭대기에서 춤을 춘단 말이야.” “뭐, 발가벗고, 춤을 추어.” “이년을 그냥 가서 때려 죽여야겠다. 우리 집 망신을 해도 분수가 있지.”
그 남편이 광산을 뛰어나오는 바로 그때 광산이 무너져 내렸어요. 곽 씨 부인은 뛰쳐나온 남편을 바라보면서 “당신, 살았구려.” 곽 씨 부인은 남편을 집으로 모시고 와서 말씀드렸습니다.
“사실은 당신이 3월 삼짓날을 넘기지 못한다고 사주쟁이라는 사주쟁이는 다 이야기했습니다. 또 지난번에 다녀간 노스님까지도 그렇게 말씀했습니다. 노스님께 울면서 말씀드렸습니다. 노스님 하시는 말씀이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100일 기도를 드리면 살 길이 열린다고 오늘이 그 100일 기도 회향 날입니다.”
“여보, 당신의 정성이 내 목숨을 살렸구려. 그럼 그 노스님이 어디에 있다고 합디까?” 하여 산을 넘고 넘어 그 스님을 찾아가니 병풍바위는 있는데 집은 없었어요. 이상스러워 주위를 둘러보니 글씨가 크게 새겨진 것이 선명하게 눈앞으로 들어왔어요.
‘나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 화현해서 곽 씨 부인도 살리고 남편도 살린 것입니다. 그저 지극 정성으로 부르십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