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대감’ 조광조 선생을 대중가요로 재조명한
조용연의『대중가요 골목길』
윤승원 감상 記
세상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공교로운 일도 생긴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텔레파시인가, 잠시 불가사의한 ‘현실’에서 꿈같이 오묘한 ‘전설’과 마주한다.
과거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에서 요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선비(정옥자 지음, 2002년 현암사)’라는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있었다.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둔 책을 다시 꺼내 밑줄 그어가며 찬찬히 읽는 것은 새삼 무슨 역사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니다. 노년에 빈곳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책만 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같은 시기에 내가 읽고 있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역사의 주인공을 유튜브 영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공교로운 일을 ‘불가사의한 현실’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선비’에는 출중한 23명의 역사 속 선비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책의 저자가 가장 맨 앞에 등장시킨 인물이 정암 조광조이다.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향한 꿈과 좌절」이라는 제목이 정암 선생 이름 뒤에 붙었다.
『대중가요 골목길』을 유튜브로 연재하고 있는 조용연 작가(前 충남지방경찰청장)는 최근에 이미자의 노래 「정동대감」을 들려주면서 그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압축하여 해설한다.
여기에는 유튜브 해설자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등장하고, 페이스북에서 만난 어느 여류시인의 ‘용서를 비는 특별한 사연’이 소개된다.
※유튜브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MDjtbe1CzSo&t=18s
1482년(성종13년)~1519년(중종14년) 37세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역사적 인물 '정암 조광조'를 설명하면서 오늘 날 한 여류시인의 애틋한 사연을 삽화처럼 등장시킨 것은 조용연 해설가 특유의 따뜻한 작가적 안목이다.
개혁, 모함, 사약...이런 단어 앞에 가슴 아리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여류시인의 정중한 예(禮)와 인간적 도리 앞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짧게 소개하면 이런 사연이다.
여류시인은 어릴 때 '유허비 거북등'을 타고 놀았는데, 커서 알고 보니, 조광조 선생을 기리는 비석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용서를 비는 뜻에서 간단한 제물을 마련하여 잔을 올리고 절을 하면서 “어릴 적 무례를 허물치 말아달라”고 빌었다고 하는 '페이스북 사연'이다.
본 감상자가 따뜻한 감정으로, 그러나 묵직한 화두로 이 대목을 유독 주목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들이 어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이 시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엄중하게 묻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중요한 화두가 무엇인지, 바늘처럼 일깨우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함축된 조용연 작가의 대중가요 해설에 본 감상자의 긴 글은 자칫 군더더기가 될 수 있기에 여기서 멈춘다.
감상자는 귀에 익은 이미자의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신봉승 극작가가 노래 말에 담은 눈물어린 사연을 찬찬히 더듬는다.
정동대감 / 신봉승 작사
영을 넘고 강을 건너
남도 천리를
헤어져 그린 그님 찾아가는데
철없이 따라오는
어린 손이 차갑구나
자장 자장 잘자거라
아가야 잠들어라
이슬내려 젖은 길이
멀기만 하다
사랑찾아 임을 찾아
운명의 길을
천리라도 만리라도
찾아가련다
등에 업힌 어린 자식
칭얼칭얼 우는데
자장 자장 잘자거라
아가야 잠들어라
눈물에 젖은 길이
멀기만 하다
2020.10.15. 윤승원 감상 記
첫댓글 장천 선생 덕분에 이미자의 정동대감이란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위에 조용연님의 자상하고 그윽한 해설에 큰 감동
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장천선생의 글이 참으로 귀한 편지를 전해주는 전령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이 위대하고
문학이 위대하고 역사정신이 위대합니다. 저는 용인에 살고 있어 그 곳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존경하는 정 박사님이 저의 졸고 감상문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 주신 것만도 영광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저는 조용연 작가(前 충남지방경찰청장, 여행작가, 유튜브 ‘대중가요 골목길’ 운영자)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이미자 선생의 ‘정동대감’을 의미 있게 듣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도 소개하여 정 박사님과 함께 정암 선생 관련 노래를 듣고 귀한 말씀도 들으니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낙암 선생의 배려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개최하는 2020장서각특별전 "기묘명현의 꿈과 우정, 그리고 기억 己卯諸賢手帖"을 참관하고 많은 것을 배운 터에 '정동대감'까지 감상하였으니 하루 일정에 너무 많은 것을 담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윤 선생님의 감상기는 더욱 우리의 심금을 울려 줍니다. 감사합니다.
원로가수 이미자 선생의 <정동대감>을 몇번이고 다시 들어봐도 애잔합니다. 신봉승 작가의 노랫말에 담긴 은유가 백 마디, 만 마디보다 가슴을 울립니다. 조용연 해설가의 절제된 언어와 무게감 있는 해설이 더해지니 노랫말의 의미가 더욱 절절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박 선생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조선시대 선비 중의 선비로 알려진 조정암(광조)선생에 관하여 매우 상세히 소개해주신
장천 윤승원선생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은 '정동대감'이라는 대중가요가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조용연작가가 진행하는
'대중가요골목길'에서 이미자씨의 노래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소식이었습니다.
노래의 가사는 신봉승작사라고하는데 신봉승씨는 한때 한국최고의 사극작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연작가의 음악진행은 말할 것도 없고 조정암선생의 묘소를 비롯한 유적의 소개는 매우 무게가 있고
정성이 느껴지는 것이어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었습니다.
중등학교시절 국사 시간에 조정암선생이 '走肖爲王' 이라는 허무맹랑한 위증에 의하여 역적이 되어 유배를 당하고
사약을 받았다는 강의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기묘사화를 비롯한 몇 차례의 사화에 의하여 많은 선비들이 희생을
당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천선생이 다시 읽으신다는 <우리 선비들>은 한국지성인의 필독서라고 생각되며
그런 좋은 책이 출판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기만합니다. 반드시 책을 구하여 읽을 생각입니다.
.....(계속)
조선시대의 역사는 전문가들에 의하여 어떻게 분석되고 평가되고 있는지 잘 알 수는 없으나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事大思想이니 慕華思想이니 하는 것도 부정적인 사관의 근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화양동 계곡에서 볼 수 있는 "大明天地 崇禎日月"이
지적되고 있더군요. 女眞族과 漢族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외교적 차별도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 .
아무튼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하고 그것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탐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사교육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할 것이며 국가가 처한 위치에 따라 항상 끊임없는 반성과 새로운 모색이 요구될 것입니다.
한국사와 한국사상에 관하여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허물없이 정보도 제공하고 분석도 하고 해석도 하여 기탄없는 토론이 전개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잡담이 너무 장황하게 되었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성남분당 이매동에서 지교헌
제가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여 존경하는 지교헌 박사님의 귀한 댓글 옥고를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글에만 눈길을 주다가 뒤로 넘어간 글은 눈여겨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불찰이오니 용서를 바랍니다. 지 박사님의 소중한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읽은 <우리 선비>의 저자도 이 글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였고, 이미자 선생의 <정동대감>을 유튜브로 재조명한 조용연 작가도 지 박사님의 댓글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