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장군이 15세때 일이다 하루는 어떤 아이가 조그마한 보자기를 들고 가는데 그 위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귀(女鬼)가 앉아 있어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남이 눈에만 보인다 남이가 이상히 여겨 쫓아가 보니 어느 재상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울음바다가 된다 사연인즉 그 집 외동딸이 방금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들어가 보니 아까 본 귀신이 외동딸의 목을 죄고 있다가 남이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딸은 다시 깨어나는데
남이가 나가면 죽어가고 들어오면 살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는 그 상자 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습니까 묻자 이 속에는 연시(감)가 들어 있는데 이것을 먹고 기운이 막혀 그러는 가봅니다 한다 그래서 남이는 보자기 위에 귀신 이야기를 한후 귀신을 쫓아내게 하는데 그 딸이 바로 세조(수양대군)때 좌의정인 권람의 셋째딸 이었다
권람은 신통한 이 청년 남이를 사위를 맞으려고 점을 치는데 점쟁이왈! 저 젊은이는 반드시 죄를 얻어 죽는 팔자이며 딸의 운명도 역시 아주 짧아 자식 운도 없으나 복은 누려 잘 살다가 남편될 시림의 화는 보지 못하고 일찍 죽게 되는 팔자이니 혼인을 하여도 괜찮다고 하여 그대로 사위를 삼았다
그 후 남이는 열일곱에 무과(선전관)에 장원으로 뽑혀 25세때 길주에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북쪽의 오랑케 여진족(女眞族)을 물리치는 등 일등공신으로 추대되었으며 여진족을 물리치고 사기가 충천하여 돌아오는 길에 시한 수를 읆는다
백두산 석마도진(白頭山石磨刀盡)=백두산 돌에 칼을 갈아
두만강 수음마무(豆萬江水飮馬無)=두만강 물에 말을 물 먹여
남이 이십 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한다며
후세수칭 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훗날 누구 있어 대장부라 할까
그러나 이때 그의 공을 시기하며 질투하던 만고에 간신 유자광이 무고를 하여 남이는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데 국문할 때 임금이 그대는 누구와 모반을 하였느냐 묻자 영의정인 강순 에게 눈을 부릎뜨고 바라본다 임금은 남이가 말은 안 했지만 강순을 처다보니 그를 지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함께 모반 자로 돌려진다
그러지 강순이 남이 에게 묻는다 장군은 나와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어찌하여 나를 끓어 들여 역적으로 몰고 가는가? 하고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니
공은 나라에 수상이 되면서 나이가 80이면 살만큼 사신 분이 뭐가 두려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어 가는 사람을 구해주지 못하니 마땅히 죽어야 합니다 하자 강순은 말 한 마디 변명을 못하고 함께 죽음을 당한다 이때 마지막으로 남이의 유언은
내가 임금의 명으로 죽어 가는 것은 여한이 없으나 유자광 같은 조무래기한테 죽음을 당하니 나라에 귀히 쓰여야할 이 젊음이 아깝노라! 곁에서 이 소리를 들은 유자광은 온몸에 땀이 뒤범벅이 되어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한다 그때 남이의 나이28세 아내는 이미 3년 전에 죽었다 과연 점쟁이(卜者)가 예고한 말이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반역이 되어 죽었던 남이는 1818년 순조 때 그 누명이 벗겨져 충무(忠武)라는 관작(官爵)이 내려져 충무공 이순신과 더불어 충무공 남이라 불러야 옳은데 이순신은 충무공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는데 지금까지 남이 장군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