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길을 걸으며
/ 김별
가로수 길을 걸으면
나무들이 하는 말은 늘 청정하다.
눈물조차 이슬처럼 투명하고
궂은날에도 꽃을 피워 향기를 더 한다.
그들은 솔직하기에
변명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지 않기에
계절을 속이지 않듯
자신들의 꽃과 열매를 자랑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그런 나무들이 하는 말을
이제 나는 다 알아들을 수 있다.
그들의 기분이 오늘 어떤지
슬픈지 기쁜지
외로운지 아픈지 병이 들었는지
언젠가부터 가로수 길을 걸으며
나무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선량한 고통을 같이 느끼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 슬픔으로 오래도록 꽃을 피우지 못하고
해걸이를 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아픔이 우리를 더욱 정겹게 만들었으리라
요즘 나무들은 발길을 옮길 때마다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힘들지 않으냐고
다시 힘을 내자고
싱그러운 노래를 불러 주었다.
사막이 되어버린 도시가
다시 꽃밭이 될 때까지
우리의 마음은 영원할 거라 말해 주었다.
나쁜 세상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는 대신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다.
*****
카페 게시글
‥‥김별 ♡ 시인방
가로수 길을 걸으며
김별
추천 0
조회 79
23.06.04 10: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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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차암 멋진 글입니다 ^^
고맙습니다.
즐거운 여름나기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