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메주 고 제 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들끓고 있다. 바이러스의 사전적 의미는 동물, 식물, 세균 따위의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하는 미생물을 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는데 20∼400nm(나노미터)의 크기라는 귀띔이다.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작은 놈이다. 이처럼 극히 미미한 놈들 앞에 지구촌 사람들이 벌벌 떨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부대가 병원은 물론 신성한 예배당으로도 진군한 모양이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한 교회가 대문의 빗장을 빈틈없이 걸어 잠갔다는 얘기이다. 신도 맥을 쓰지 못하나 보다. 그렇다고 성당이나 사찰도 이외는 아니다. 이처럼 뒤숭숭한 시절에 ‘시와 늪’은 어쩌자고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을까?
2월 8일‘시와 늪 46집 출판기념식’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리라. 방역망은 구멍이 뚫렸고,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을 게다. 너나없이 불안에 떨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세를 지켜보는 이 때 행사를 꼭 치러야 할까? 행사를 주관해 이끄는 회장님과 운영진의 두둑한 배짱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호기롭게 회원이 수시로 드나드는 다음카페 대문에 “계간 시와 늪 제46집 신년 호 출판기념회”라는 간판을 드높이 내 걸기까지 했다. 게다가 거기에 축시를 낭독한다고 빈승의 이름과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딱 감고 펑크 내버릴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낫살이나 먹은 사람의 도리는 아닌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사리 판단이 쉽지 않았다. 거듭 생각을 하다가 오링테스트(O-ring Test)를 개조해 구메구메 쓰고 있는 ‘자가 테스트’에 올려놓고 가부(可否)를 시험해보았다. ‘참석’쪽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테스트는 테스트일 따름이다. 어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통하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고 다양한 것 같다. 장을 보러 가는데 도로가 한산했다. 모두가 외출을 삼가는 것 같다. 교육부는 대학에 4주 이내의 휴강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서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비롯해 새내기들의 MT 등을 줄줄이 모두 취소했다. 전염병 사태의 여파로 기업도 가동을 멈춘 곳이 발생했다. 감염병은 위기 경보에서 “경계단계”로 격상되었다. 이“우한 폐렴의 발병원의 중간 숙주가 박쥐일 것이다”라는 설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중국 화난 농업대학이 천산갑의 균주와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의 게놈(genome) 서열이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가 맞는다면 천산갑과 인간의 접촉에서 전염이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멸종에 이르렀는데도 돈벌이가 된다면 닥치는 대로 포획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몸에 좋다면 아무것이나 먹어 치우는 식탐에 대한 경고와 응징이 아닐까?
“껄떡거리지 말라. 헐떡거리지 말라. 중심 잡아라. 살아서나 죽어서나 중심 잡는 것이 열반이다.”라는 문구가 화엄사의 좌우명이다. 글 쓰는 도반들과의 교우관계가 소중할지라도 사찰의 주지가 스스럼없이 신도들과 다짐한 지침을 깨트리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에 끌려 다녀야 할까? 참석자 중에 증상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섞여 있어 감염된다면 그날로부터 빈승의 가람(伽藍)은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자가 격리로 들어가야 함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감염된 줄 모르고 신도들을 접했을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아울러 생명의 보장은 받을 수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라는 이름이 붙여진 유래이다 그 형태가 태양의 바깥쪽 층인 코로나(corona)와 닮았다는 견지에서 명명된 것이다. “1937년 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고, 조류뿐만 아니라 소, 개, 돼지, 사람 등을 감염시킬 수 있다.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 및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로 위험성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변이된 무서운 놈이 되었다. 현재는 녀석들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이는 바이러스의 진화과정을 인류의 과학이나 의학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무렵 마침 사십구재가 들어와 제를 지내주고 있었다. 제를 지낼 때는 고인이 깨달음을 얻고 극락세계에 환생하시라는 뜻에서 반드시 법성게(法性偈)를 독송한다. 이는 영혼 천도에서 한약 처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염불이다. 이 게송은 신라 의상대사(625~702)가 화엄 사상을 집약해 7음 30구로 찬술했다. 승려라면 암송은 필수적이다. 영가(靈駕: 고인의 넋을 높임말) 천도를 위해 게송을 낭송해 나갔다. “작은 티끌 가운데 한량없는 세상이 존재(一微塵中含十方)하네. 낱낱 티끌도 또한 이와(一切塵中亦如是) 같네.”라는 대목에 이르자 섬광이 뇌리를 스쳤다.
우리는 ‘인간만이 사유, 각성, 인식하고 학습하며 행위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종(種)이 다를지라도 생각하는 개념은 인간과 대동소이할 뿐이다. 설사 미생물일지라도 인간처럼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한, 모든 생명은 영원한 삶을 희망할 것이라며 머리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있을 수 없다. 영생은 DNA의 유전뿐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가 끊임없이 유전하면서 생을 이어가기를 희망하리라. 이러한 이치를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선조로부터 답습해 왔을 내력이 자명하다. 그리고 염기서열 지도를 자신의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마침내 2월 8일이 다가왔다. 음력으로는 정월 대보름날이다. 불자들은 명절로 쇠며 방생을 베푸는 날이다. 다른 사찰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행사를 위해 외지로 나간다. 하지만 화엄사는 빈승이 늙어진 데다 세월의 탓일까? 야단법석을 떨 이유가 없어졌다. 그저 조용히 보름날을 기리려는 몇몇 신도와 함께 공덕 전 앞에서 바다를 향해 용왕제를 드릴 뿐이다. 하지만 정성을 들이는 것이니만큼 두어 시간은 소요된다. 12시경에 제를 마쳤다. 불공을 드리고 염불한 덕인가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시와 늪’의 행사는 오후 3시부터다. 문학관을 향해 차를 몰았다.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도반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운집했다.
까짓것 애면글면 끌탕을 쳤던 기우는 털어내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기왕에 글밭에 왔으니 글 꽃이나 피우다가 돌아가리라 작심했다. 싱긋이 미소를 머금으며 간 크게 마스크를 벗어 버렸다. 그리고 극락세계에 환생한 비천상인 양 문학행사를 염불삼매 삼아 즐기기 시작했다. 불교 경전에 비천상이 사는 극락은 서쪽으로 10만 억 불국토를 지나서 있다는 얘기이다. 너무도 먼 거리이다. 태양이 갓 생성되었을 때 햇살이 서쪽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뒤 얼마나 많은 시공이 지나쳤을까. 햇볕은 달리고 있는데 해는 수명이 다해 소멸했다. 그래도 햇빛은 극락국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처럼 아득히 먼 거리를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마음을 잘 닦으면 영혼이 맑아지고 순수한 불성이 드러나리라. 이 불성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심적으로만 느낄 수 있는 광명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원력(願力: 수행에 의해 나타나는 마음의 속도)을 지녔다. 순식간에 극락에 도달해 비천상으로 환생한다.
극락정토는 사바세계의 중생뿐만이 아니라 하늘나라 천인에게도 이상향이다. 죽은 자의 영혼만이 가는 세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구라는 녹색별도 잘 가꾸면 틀림없이 정토가 될 개연성을 두루 구비하고 있다. 정토는 환경을 뜻한다. 모든 생명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오염이나 감염이 없는 자연환경을 꿈꿀 수는 없을까? 아아! 녀석들이 어느새 “코로나-19(COVID-19)”로 둥지를 틀어버렸다.
2020년 2월 13일
첫댓글 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온통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빨리 안정되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항시 조심하세요.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원합니다.
여파로 손주 길게 돌보미 하고 있네요~
코로나에 잡혀가지 않고 가족을 잘 보살피는 것이 가장 큰 벌이라 생각듭니다.
코로나에 당하지 않기를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