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6일부터 금주 3개월과 주1회 음주로 절주에 성공한 듯 10개월을 보냈지만, 올해 들어 일주일에 2번, 가끔은 3번 마시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 목표는 과음하지 않기인데, 2잔에서 그치기가 역시나 어렵다. 그러니 <금주 다이어리> 같은 신간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니 기대가 한껏 부풀 수밖에. 지적인 영국식 유머가 펼쳐지는 금주 에세이라! 신간이라 예약자도 많은데, 기다리고 기다려 3월 초가 되서야 빌릴 수 있었다.
30세에 이미 광고회사 임원이 된 저자는 워낙 열정적인 사람이라 일만큼이나 와인도 사랑했다. 전업주부가 된 뒤로는 육아 우울감 때문에 더더욱 자주 과음했다. 마시기 시작하면 와인 한두 병쯤은 거뜬히 마시는 것은 물론, 오전부터 마시는 횟수를 보면 나의 알콜 문제는 너무 사소해 보일 지경이다.
AA는 차마 가입하지 못하고(처절한 알콜중독자들의 이미지 때문에), 구글에 술 끊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금주 블로거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글쓰기를 좋아한(직업도 광고쟁이였으니) 저자도 이에 동참한다. 닉네임은 귀엽게도 '맨정신 엄마 - Sober mommy'다. '행복해지는 장소'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이미지 떠올리기- 갈망이 지속되는 시간은 10분밖에 되지 않으므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 그러던 54일째는 다림질을 하다가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한다.
54일째
"나는 성장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으며, 어른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힘든 실천을 통해 쟁취해서 유지하겠다고 결심하는 감정적 상태라는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알코올 중독자든 아니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성숙이 바깥에서 불쑥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오븐에 넣어놓은 구이 요리처럼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짠하고 성숙해 있을 것이라는 듯이 말이다."
...우리는 먼저 '껍질이 벗겨져야만' 스스로를 다시 단련하여 우리 인생과 감정을 맨정신으로, 제대로 마주보면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완벽하게 구워진 로스트치킨 말이다."
70일째
내 동기 대다수는 정부 각료, 일류 변호사, 뇌외과 의사, 뉴스 아나운서, 베스트셀러 소설가, 엄청나게 부유한 금융 전문가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나는 뭐냐고? 전직 술꾼 주부. 그토록 밝았던 전망은 샤블리 병바닥에서 절여졌다. 내가(아이를 돌보는 경험과 전문성 면에서 나보다 훨씬 나은) 값비싼 보모에게 세 아이를 맡기고 (무척 잘하던) 일을 계속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그러자 우리 꼬맹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감탄했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몇 년 동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금방 떠오른다.
술을 안 마시는 건 괜찮다. 하지만-고백건대-와인을 몇 잔 마셨을 때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긴장이 풀리고, 온화하고 긍정적인 기분이 몰려오는 그 느낌이 너무 그립다. 지금은 너무 뻣뻣하고.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일이 분석하는 기분이다.
금주에 관한 각종 조언과 책을 읽으면서 많은 노력들을 시도한다.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마시던 술 대신 정원 가꾸기를 하면서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운다. 후기 급성 금단 증상(PAWS) 같은 것들도 생긴다. "금단현상의 두 번째 단계로, 강렬한 육체적 금단 현상 다음으로 발생한다. 뇌의 화학작용이 새로운 평형상태로 서서히 돌아가는 과정에서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며 감정적 생리적 육체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88일째) 새로 알게 된 지식을 블로그에 공유하며 블로그 쓰기 자체가 좋은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블로그에 그날의 글을 쓰기 전까지는 초조하다. 머릿속에서 말이 계속 빙빙 돌아다니고, 나는 그 말을 겨우 일렬로 몰아서 가상의 종이에 얌전히 앉힌다. 그런 다음 인터넷에 쏘아올리면...... 평화로운 기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덜 외롭고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술을 마시던 시절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이었기 때문에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서 기분이 좋다."
AA의 공동창립자 빌 윌슨은 자신이 알콜 중독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딱 한 잔만 마시고 더 안 마실 수 있는지 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술을 마시고 바로 멈춰보라. 한 번 이상 그렇게 해보라. 금방 결론이 나올 것이다. 나는 불가능했다. 손을 식탁에 스테이플러로 고정하고 미쳐버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절제에 대한 AA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들은 '한 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고
파티 화장실 안에서 친구들이 “클레어가 술을 끊었다니, 극단적이고 따분해!”는 뒷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살이 빠지고 머리카락에 탄력이 생기고, 젊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챙김 명상에는 실패하지만 달리기를 한다. 멋진 휴가지에서, 가족들의 생일, 12월 31일과 새해 첫날, 주말 아침을 맑은 정신으로 맞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새벽3시부터 환영에 시달리지 않고 통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평안한지 깨닫는 날들은 150일이 지나면서 점차 일상으로 자리잡는다.
각종 파티와 수십명씩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문화는 우리와는 정말 달라서 여전히 신기하다. 그 많은 파티들을 무알콜맥주만으로 버틴, 게다가 집 냉장고에는 언제나 남편을 위한 와인과 위스키가 존재하는데 금주 1년을 완성했다니 놀랍다. 후반 3분의 1은 뜻밖에 발견한 질병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책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사실 좀더 실패하고, 망가지고, 원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금주1일을 선언하고 겨우겨우 금주를 완성하는 내용이길 기대했던 거 같다. 이렇게 자세히 정리하는 이유는 나 역시 술을 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장이라도 끊고 싶다는 마음과 계속 마시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 이순간도 공존한다.
이미 도서관 반납일을 일주일이나 넘겼기 때문에 오늘정리는 이만.
산책 나왔다 도서관까지 끌려 가는 우디
첫댓글 우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