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서라면 평생 장님으로 살아라!.

[남상선]

               아내를 위해서라면 평생 장님으로 살아라!.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 속담에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한 번 빠지게 되면 장점 단점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예뻐 보인다는 말이다. 어느 대학교 남녀학생들이 미팅에서 만났다. 그 모임에는 청춘남녀들이 많았지만 김○○ 군과 박○○ 양은 이상하리만큼 첫눈에 반했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는 듯 사랑의 메시지가 눈빛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7초밖에 안 걸린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정작 두 사람은 텔레파시가 통했던지 모임이 끝나자마자 연인 사이가 되어 남부러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무슨 사정으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速戰速決)이었다. 눈에 씐 콩깍지 덕분인지 그런대로 2년 정도는 깨를 볶는 생활이었다. 3년째 돼서부터는 안 보이던 상대방의 단점이 조금씩 보이는 거였다. 그럴 때마다 잔소리 같은 푸념으로 옥신각신하더니 끝내는 부부싸움이 되고 말았다. 시간이 거듭할수록 다툼의 횟수는 잦아졌다. 사소한 부부싸움에서 비롯된 것이 드디어는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갈등의 골은 날로 깊어져서 서로 증오하고 같이 사느니 못 사느니 하며 갈라서자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은 도파민이란 홀몬이 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사랑의 콩깍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도파민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라 했다. 도파민의 위력으로 닭살이 돋을 만큼 사랑하던 연인들이 3년이란 세월이 경과하면 시들해져 그렇게 예뻐 보였던 애인이 무덤덤한 대상으로 바뀐다는 사실이었다.

전에는 전천후로 예뻐 보이기만 했던 애인이 3년이 지난 뒤에는 도파민의 결핍으로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투는 횟수가 잦아들고 사랑이 시들하게 되는 것이다. 전엔 없어서는 못 살 만큼 생각되던 애인이 도파민의 유효기간 만료로 거실 구석의 무감각한 소파나 물건처럼 둔감하게 된다니 이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만 년 콩깍지 전천후 사랑.>으로 잘 살 것 같던 김 군과 박 양의 결혼이 겨우 3년 같이 살고 이혼한다는 풍문까지 나돌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터넷 검색 중에 어느 부부의 감동적인 사랑의 실화가 있어 타산지석이 될까 해서 소개한다.

   평생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살던 남자가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검사 한 번 받지 못하다가 중년의 나이에 삶이 안정되어 생전 처음으로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놀랍게도 수술만 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했지만,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술을 포기했다. 의사는 평생 소원인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갑자기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스무 살에 만나 결혼한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는 누구보다 심성이 고왔지만 얼굴에 흉한 화상 자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나를 택한 것은 자신의 크나큰 약점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결혼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저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요. 그런데 제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가 자기 얼굴을 보고 제 마음이 멀어질까 봐 걱정하는 걸 느꼈습니다. 아내 덕분에 제가 이렇게 살 수 있었기에 아내가 어떤 모습이든 저는 사랑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아내의 얼굴을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는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인 저를 믿고 살아준 아내를 위해 저는 수술을 포기하겠습니다.

    이 글은 국내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타산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좋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은 눈 수술로 모든 걸 정상으로 볼 수 있다 했지만 그리되면 아내는 평생 불안하고 어둡게 살아야 했다. 그래서 눈 수술 없이 평생 장님으로 살기를 원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은 어려워도 상대방을 위하는 삶이어야 한다. 참된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헌신적 희생이 따라야 한다. 아니, 상대방의 단점도 관용으로 감싸 주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성직자 토머스 플러는 말하기를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라.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한 눈을 감으라 했다.

신랑 신부가 평화스러운 가정을 이루려면 상대방의 웬만한 결점에는 한 쪽 눈을 감고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상대를 위한 관심과 인내로써 사랑을 가꿔나가야 한다.

  참된 사랑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육신보다는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폴 틸리히의 명언에 말하기를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라 했다.

   나태주 시인은‘풀꽃’에서 이렇게 옥구슬의 말을 굴리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혼으로 불장난하려는 김 군, 박 양이여!

성직자 토머스 플러의 외침처럼,

상대방의 결점엔 한 쪽 눈을 감고 살아라.

나태주 시인이 토해낸 시,

자세히 살피고 오래 보아야 하는

관심과 인내로써 사랑을 영글게 하여라.

제 2의 시청각장애인이 되어,

아내를 위해서라면 평생 장님으로 살아라!

그러면 평생 콩깍지 씐 눈으로 사랑하며 살 수 있으리라.

[김용복]

좋은 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결혼 2~3년 차 되는 부부들이 꼭 봐야 되겠기에 내 외손녀딸을 비롯해서 몇 쌍 신혼부부에게 퍼 날랐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인 글 자주 쓰시기 바랍니다.

[서용선]

"사랑은 하는것이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다"
사랑의 마음밭을 어떻게 일구어야 할까?
생각하게하는 아침입니다.

[제15대달라이라마]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저부터 소중한 사람들에게 항상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좋은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