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년 오늘(12월 22일)은 음악사에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이 날 악성(樂聖) 루트비히 반 베토벤은 비엔나 극장에서 교향곡 5, 6번을 초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비평가와 관객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연말에 관객이 분산된 데다가 두 곡 모두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5번 교향곡 ‘운명’은 이전의 교향곡에 비해 지나치게 웅장했습니다.
연주도 썩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난색을 표시하는 바람에 베토벤 자신이 직접 연주에 나섰지만,
아시다시피 그는 당시 난청이 심해 악단과 호흡을 잘 맞추지 못했죠.
일부 의학자들은 속귀의 작은 뼈에 염증이 생기는 ‘귀경화증’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저는 ‘만성중이염’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베토벤이 감기를 앓고 난 직후 난청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모주망태였는데 알코올이 중이염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숨겼지만 31세 때 탄로가 났습니다.
루돌프 대공을 위해 쓴 피아노 3중주곡 <대공>의 초연 때였습니다.
그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다른 악기가 들리지 않는 바람에 혼자 쾅쾅 너무 세게 건반을 두드렸습니다.
연주는 엉망이 됐겠죠?
그러나 베토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귀 대신 영혼으로 들으며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메트로놈을 발명한 멜첼이 여러 가지 보청기를 만들어주었지만, 그는 사람들 앞에서 끼는 것이 싫다며
보청기를 멀리하고 마음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비엔나에 살면서 무려 79번을 이사해야만 했는데,
밤에 피아노를 치거나 온 방을 돌아다니며 작곡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일으키는 소음을 듣지못했겠지만, 아래층 사람들은 매일 밤 짜증을 내며 잠에서 깨곤 했겠죠?
하루는 짐을 실은 마차를 타고 이사를 하던 중 사라졌습니다.
경치 좋은 곳을 지나면서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숲 속에서 악보를 그리느라 새벽에 집에 찾아갔던 겁니다.
그러나 그 집은 새 집이 아니라 옛집이었다고 합니다.
음악에 취해 이사를 간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입니다.
오늘은 베토벤의 음악 두 곡을 들으며 여러분이 진정 사랑해야 할 운명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