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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청산) 노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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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絃)의 노래 읽기전(前)

https://youtu.be/NRSl6-pfAXU?si=3IYaP2ILneyrCCgv

가슴을 뜯는 가야금 소리
달빛 실은 가야금 소리
한 줄을 퉁기면 옛 일이 생각나고
또 한 줄을 퉁기면 술 맛이 절로 난다.

김훈이 칼의노래 쓰고 난 4년후
현의노래를 지었다.
작가는 예술의전당 깊은 곳,
악기전시장에서 소리들의 소리를
한 참 쳐다봤다.
그 곳에서 소리들이 맹렬히 울렸다.

4년전, 작가는 현충사에서
칼을 쳐다보고 있었다.
칼은 어둠을 품고 빛났다.
김훈은 아무도 없는 악기 전시관에서
천년동안 소리를 감추고 있는
오동나무통 소리를 듣고 있었다.

북은 가죽의소리를,
징은 쇠소리를,
피리는 바람의 소리를,
목탁은 나무의소리를 내었다.
우륵은 중국에서 건너 온
쟁을 개량하여 악기를 만들었다.
줄은 12개 였고 나라이름 가야를 붙여
'가야금'이라 했다.

'가야'는 나라가 좁았다.
닭 울음 소리가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섞였다.
전쟁이 벌어지면 나라의 창들은
더욱 날카로웠고 방패는 두꺼워졌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성도 후
보드 '가야'의 녹야원에서
초전법륜을 굴렸다.
허왕후가 야유타국에서 오고
그녀가 낳은 일곱아들은 
지리산 칠불사에 들어가 부처를 이뤘다.
가야에는 뼈대와 예악이 있었다.

4년전 작가는 정유재란의
시퍼렇게 선 날 위에 있었다.
'칼의노래'를 쓰면서는
난중일기를 참조했다.
일기의 기록들은 튀어나와
소설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의 귀는
악기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고 나서  현(絃)의노래를 썼다.
소리들은 제각각 울음으로 울어 글이 되었다.

삼국사기에서 우륵이 귀순할 당시
신라왕 진흥은 나라가
어찌 소리로 망하겠냐 했다.
김부식은 백제를 '화이불치 검이불루'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는 
‘검소하나 누추하지 아니하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편에 전해지는
백제 궁궐 건축에 대한 평이다.)

유명한 여덞글자로 남겼다.
가야의 음악을 표현하면서는
'낙이불루 애이불비'
 ('낙이불류 애이불비 가위정야,
樂而不流 哀而不悲 可謂正也'가
원래의 문장이다.
'삼국사기' '잡지(雜誌) 악(樂)'에
인용되어 있는
가야 출신 음악인 우륵의 말이다.)
즐기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슬프지만 비통치 않다 했다.
우륵이 진흥왕에게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왕은 충주에 악원을 허가했다.탄금대다.

가야 왕의 상여가 언덕을 올라 갈 때
봄의 실록은 돋아 났고,
순장되어 질 50인은 숨소리를 죽였다.
'현의노래' 첫 열 페이지 이야기다.

10년전 현의노래를 읽을 적에
나는 내가 다녔던 곳들의
지명과 지리에 익숙하였고
역사문화 지식이 조금 있어
책이 어렵지는 않았다.
태조 이성계가
려말에 황산에서
소년 왜장 아지발도를 격파할 때
밤이 되자
달을 끌어와 격파했다고 해서
생긴 마을 이름이 인월(引月)이다.
거기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볏단을 형제가 서로에게 몰래 가져다 준
이야기의 무대이기도하다.
많은 이야기의 고장 인월들판이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소설에서는 달이 뜬 들판에서
늙은 병졸이 전쟁터에 버려진
병장기 부스러기 쇠조각을 줍는 장면이다.

지리산 운봉과
정령치 성삼재도 묘사된다.
쇠가 풍부한 가야의 변한국과
곡식이 넘쳐나는 마한국의 접경지역으로
일종의 국경선으로 나온다.
정씨장군이 있었다는 정령치,
세 사람이 지켰다는 성삼재의 전설이다. 

만득이가 제일 흥미로와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달)나라 광한(궁)에 몸을 숨긴
항아의 전설이
우리나라에서는 달궁이 있는
남원에서 구전된다.
예와 항아의 전설은
견우직녀이야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맥락이 비슷해서 이다.
만득이녀석은 독서방에 들어 오고난 후
'직녀에게' 노래를 자주 들는다. 
이상하게시리 현(絃)위에 실린
노래처럼 들린다.

현(絃)은 슬픈 곡조에 알맞는 악기이다.
이별과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은 슬프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
애절함은 소슬한 달빛 아래에서 느리지만
더 끈질기게 이어져 간다.
남편을 기다리는 정읍사가 그러했고,
혼불 사매마을 저수지 언덕에서
흡월하며 바라 본 달도 느렸다.
역설적이게도 달은 소원을 이루어 주는
희망의 상징이다.
열두줄 가야금소리는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이별이 너무 싫다.
눈물이 너무 싫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얼어 붙은 은하수
눈물로 보내고
선 채로 
우리는 만나야 한다.

옮겨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