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는 다짐
솔향 남상선/수필가
2023년 달력이 채 한 장도 남지 않았다. 계묘(癸卯)년 한 해가 할딱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황혼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송년회를 한다고 예서제서 야단들이다. 모임을 알리는 카톡 문자가 경쟁이라도 벌인 듯 날아오고 있다. 지난 일 년은 다사다난, 그 자체의 연속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살아온 한 해를 반추(反芻)해보니 감사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전립선 말기 암환자에게 기적의 축복을 주시어 정상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한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항간에서 하는 얘기들이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는 어렵다 하는데, 나는 그 어느 쪽의 치료도 받지 않았다. 거기다 수술 없이 정상 건강인의 모습을 되찾았으니 이런 기적이 또 어디 있으랴. 환자라지만 아픈 데 없이 불편 없이 지냈으니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회상에 잠기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 사랑을 많이 받은 한 해였다. 평생 보은(報恩)으로도 안 되는 엄청난 사랑을 여한 없이 받으며 산 일 년이었다.
아마도 받은 사랑을 온도로 계량화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섭씨 수백만 수천만 도 수은주로도 감당이 안 되리라
암이라 하지만 위력적인 사랑 앞에선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영험한 결과가 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동안의 기도와 사랑으로 하늘을 감동케 하여 기적을 낳게 해 주신 제자, 지인을 비롯하여 친구 분들에게 느꺼운 감사를 드린다.
매년 명절 생일 다 챙기고 김장까지 해오는 부국건설 대표 충남고 졸업생 정지식 제자, 한방 의술로 내 전립선암 쾌차에 최선을 다해왔던‘보성 한의원’ 오용진 제자 원장, 의사 자격증도 없이 주치의 역할까지 해온 충남고 졸업생 송재영 제자, 한결같은 응원군으로 울타리가 돼 주었던 충남고 졸업생 양홍규 변호사 제자와‘다성 이엔디 연구소’충남고 졸업생 김명수 제자 소장,‘발신인 없는 택배 보약 상자’로 날 울렸던 대전여고 졸업생 정길순 교사 제자, 오매불망 변함없는 전천후 사랑으로 내 삶의 활력소가 돼 주고 있는 대전여고 졸업생 안상호 교사 제자, 전립선암엔 방울토마토가 효함이 크다 하여 그걸 수시로 보내왔던 덕산고 졸업생 한은순 제자, 자나깨나 한결같은 사랑으로 기도하고 걱정해 주었던 덕산고 졸업생 정민자, 유필래, 서용선, 조수빈, 정인채, 김미숙, 임정수, 강의식, 고재란, 노문자 제자, 도마중 졸업생 심희련, 윤경옥 제자를 비롯하여,
금년에 출판한 내 5수필집 <하늘이 내려주신 향내나는 보석>의 주인공으로 베풀며 사는 따뜻한 사랑을 주셨던 김순자 부장님, 문고리에 맛있는 음식이며 과일이 심심치 않게 열리게 해 주셨던 세상 제일가는 따뜻한 가슴 김종복 여사님, 수시로 어머니 같은 사랑으로 밑반찬, 김치, 호두, 보양떡까지 챙겨 주시고 제철엔 옻순을 부대로 따오셨던 남성문 여사님, 팔분도미, 보리쌀, 금산수삼, 알밤, 시골 야채로 뜨거운 사랑을 아낌없이 주셨던 박한순 갈마아파트 주민협의회장님, 요리전문가 뺨치는 음식 솜씨로 김치며 고추장을 수시로 담가 나르고 호박잎까지 자주 따다 주셨던 온혈 가슴 류제숙 동대표님, 보양식 삼계탕을 솥단지까지 들고 왔던 김복숙 여사님,
매일 같이 전화로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시며 건강 도우미 역할까지 해 주셨던 정준용 어르신, 내 교직 생활이 빛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친형님 같은 이용만 선배님, 아내 보내고 한참 힘들어 할 때 밥을 먹게 하려고 시간만 되면 오셔서 양팔을 끌고 구내식당으로 가셨던 홍상순, 전용우, 교장님, 언제나 의지할 어깨 한 켠을 내 주어 든든한 힘이 돼 주었던 엄기창 시인, 방울토마토가 전립선암에 좋다고 그걸 수시로 사 나르고 중보기도까지 잊지 않으셨던 김정숙 수필가님,
날 천주교로 입문하게 하여 한 눈 팔지 않고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에 노고가 컸던 친구이자 대부이신 전용돈 스테파노님, 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깨우침과 도움으로 사부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오기환 전병기 친구, 내 전립선암 쾌차를 위해 미사 봉헌으로 청원기도까지 바쳤던 이두영 친구를 비롯해 전국 교회 성당 등 전국도처에서 내 병 쾌차 기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고 숨은 노력을 한 중학교 친구들을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백 분의 일이라도 보은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사랑을 주신 분들 얘기를 하다 보니
그림 같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화상으로 밀려오네.
문고리의 김 모락모락 찐 만두는 어머니 정성이 되고
팔분도미 쌀자루와 방울토마토는 울엄마 사랑이 되어
그리움으로 조각난 가슴을 싸매어 주었네.
배추김치 고추장 호박순 옻순은 옛 고향집 그리게 하고
천사 맘으로 사다준 화장품은 아내 생각에 가슴 미어졌네.
정강이와 팔뚝에 찔렀던 한방 침은 따끔하게 아팠지만
이 모두가 하트의 얼굴에 오버랩되어 가슴을 적시고 있었네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는 다짐’
지난 한 해는 감사와 사랑이 무르녹는 한 해였다. 게다가 운 좋게도 주민들이 놀이터 공원의 낙엽을 힘을 모아 같이 쓸고 협력하여 갖다 버리며 모래를 펴서 땅고르기를 같이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야말로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하는> 육력동심(戮力同心)의 깨우침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슴 따뜻하게 느꺼운 사랑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새해 갑진(甲辰)년에는 우리 모두
육력동심(戮力同心)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이다.>를
가슴에 새기고 국태민안(國泰民安)에 힘써야겠다.
첫댓글 항상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 베풀어 주시는 선생님.
선생님의 크고 넓은 사랑의 마음은 암 까지도 퇴치 할수 있는 힘이 되셨을 겁니다.
선생님의 은혜에 비하면
제자들의 보은은 부족하기 그지 없지요.
모쪼록 항상 강녕하시길 기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주변에 감사한 분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님께서 훌륭한 길을 걸어오셨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갑진년에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