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벚꽃 / 유안나
자리가 비어있다
그 자리에 무엇으로 채울까
당신이 두고 간 서랍을 뒤적여본다
서랍 속엔 알약 같은 별들이 뒹굴고 있다
미래도 서랍처럼 살갑게 열리고
빠르게 늙어서 무엇이든 다 알았으면 좋겠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황사바람에 걸려 넘어지면 언덕에 앉아 울었고
노복처럼 하늘을 흘겼었다
빈자리가 따끔거린다
봄밤을 메우기 위해 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며
통증을 달래야 할까
흉터는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른다
장례식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생의 구덩이를 파는 일
방패연을 놓친 아이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날아간 연줄은 울음을 달고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다
흰 그림자에 산 벚꽃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하늘도 빈자리에 별을 채워 넣고 있다
나 여기 있다 하고 대답해주는 하늘을 바라본 적 있는가
여기 자리를 비우고 거기서 깜박이는 당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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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슬픈 시 한 편에 오후가 애틋하다 (최정신)
카페 게시글
― 샘터가 좋은시 ―
산 벚꽃 / 유안나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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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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