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서 9시 사이/ 배미순 시인

[시산맥]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

나의하루하루가

무한 다면체였으면… 싶었다

어쩌다 ‘인생극장 레전드’의

한국여자 캐나디언 남자라든가

서울대 나온 남자와 카이스트 나온 여자도 보았다

그런데 사랑스런  카이스트 나온 여자는 그후 이혼을 했고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단다. 말도 안돼

미국 할머니들과 줌으로 실크도 물들이고

시니어 학교에서 피클볼도 치고 뜨개질도 배웠다

나보다 훨씬 예쁜 재주꾼들이 너무 많았다. 말도 안돼

때로는 무료함을 잊기 위해 샤핑 몰에 가서

티셔츠 하나와 반짝이 신발도 세일로 샀고

오후에는새로이사한재키네에가서

맛있는 피자를 먹고 산책로를 걸으며

두 명의 절친이 잇따라 소천한 얘기를 들었다. 말도 안 돼

저녁 7시가 되었다 캐나다 산불은 계속되었고

예쁜 아이들이 죽고 청소년 악당들이 행패를 부렸다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생기다니,

저녁 9시가 될 때까지는

숨도 쉬지 말고 있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