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에 한 홍보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연말 행사가 많다보니 2주 내내 동영상 네 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했는데 지금은 지쳐 쓰러지겠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작년에 몇 개의 동영상을 만드셨나요?
홍보담당자니까 당연히 동영상까지 편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홍보로 사회사업하기’ 강좌에서는 동영상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기관의 욕구 때문에 동영상 교육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동영상이 홍보를 잘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데
왜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동영상 제작은 너무 힘듭니다.
속된 말로 ‘노가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 비전문가인 사회복지사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닙니다.
요즘은 핸드폰이 좋아져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동영상을 찍고
동영상 공유사이트로 영상을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쉽게 찍고 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기승전경을 갖춘 완성된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스토리를 기획하는 일도 쉽지 않고
그것을 영상으로 표현해 내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첫째로 기승전결을 갖춘 완성된 구성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영상 기획, 참 쉽지 않습니다.
동영상 제작은 일반 홍보물 제작과 그 특징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소식지, 홈페이지, 팸플릿 등을 만들어보셨죠?
이런 홍보물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배치를 잘 궁리하면 됩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동영상은 배치와 함께 시간이라는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배치와 함께 시간까지...
영상을 많이 만들어 본다면 체화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보통의 사회복지사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요소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기승전결이 딱 맞아떨어진 영상에 익숙합니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 아주 완성도 높은 영상물을 봐 온 사람들이라
어설픈 기획으로 만든 영상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참 많이 궁리하고 준비해야 기승전결이 잘 짜진 영상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람 돕는 일만 알고 배워온 사람으로서 기승전결을 갖춘 영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둘째로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촬영에서부터 자료 수집(사진), 음성 녹음, 효과음 삽입, 자막 삽입 등
영상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조화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일 년의 몇 번 영상을 만들어보는 경험으로는
이 모든 요소를 명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쉽게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제작툴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이 제한적이라
그런 도구로 만든 영상물을 보고 만족하기 쉽지 않습니다.
눈높이는 ‘아바타’영화에 있는데
지금 눈앞 모니터에는
흔들린 영상과 사람 뒤통수만 가득 있는 사진이 있는 경우가 많죠.
질 좋은 동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전문 동영상 제작툴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영상 하나 만드는데 일주일은 그냥 지나갑니다.
새로 공부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문 제작툴 사용법만 공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전반적인 지식을 찾고 체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사람들이 편집시간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10분짜리 영상 만드는 데 최소 열 시간이 걸립니다.’
사회복지사로서 동영상으로도 사회사업 가치를 담아낼 수도 있지만
사회복지사가 그 일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알아야 할 지식도 많고, 배워야 할 경험이 너무 많습니다.
동영상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어려운데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면 안 될까요?
비전문가인 우리들이 얼마나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전문가에게 맡기면 비싸다고요?
50만원이면 영상 잘 만들어주는 전문가를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연락주세요.
알려드리겠습니다.
50만원도 비싸다고요?
기관에서 비용을 아낀다고 홍보담당자에게 만들라고 한다고요?
처음 한두 번은 만들 수 있습니다.
계속 만들다보면 홍보담당자인 여러분에게만 시킬 겁니다.
동영상을 만드는 홍보담당자에게 묻습니다.
동영상 만드느랴 당신의 핵심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사회사업이 뒷전이 되지 않았습니까?
동영상 만드느랴 못하는 일이 50만원의 가치보다 낮습니까?
동영상을 안 만들기로 결정하셨다면
조심스럽게 윗분들에게 말씀드리시기를 바랍니다.
못한다, 안한다고 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에 더욱 집중하고자 필요 없는 요소들을 쳐내는 것이지요.
동영상에 취미가 있고 잘 만들 수 있고
사회복지 가치를 잘 담으실 수 있으시다면
이 글에 연연하지 마시고 동영상을 만드십시오.
혹시 그렇지 않다면
많은 홍보담당자, 특히 사회복지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영상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첫댓글 아~ 선생님. 정말 영상제작은 노가다입니다. 촬영시간보다 편집시간이 몇배는 더 소요되는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영상 제작이 뚝딱~! 하면 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곤...그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지금 내가 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 ㅠㅠ 그럴땐 잠시 좌절하다가... 불타오르는 오기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 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아요^ㅡ^
기관에서 영상 너무 쉽게 보죠? ^^.
김선주 선생님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만들어야 할 동영상이 있는 저로서도 공감 백배 글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아닌 홍보담당자이지만 그래도 매번 드는 고민 같습니다. 동영상때문에 하루를 꼬박 소비할때도 당사자에게 필요한 다른 사업에 대한 고민할 시간이 주는 것 같아 늘 속상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실력을 쌓아서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스럽습니다.
고마워요. 이승미 선생님.
제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동영상은 빨리 빨리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동영상 제작 기술은 늘어 기술적 제작은 가능한데
기승전결 기획하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갑니다.
매 동영상을 만들 때 마다 스토리짜는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섭렵해야 할 도구인가 깊게 생각해보십시오.
심한기 선생님의 스승께서 하신 말씀 "위대한 거부"가 생각납니다.
김종원 선생님 글, 공감해요. 저도 복지관 근무시절, 수십 개의 영상을 만들었었죠. (7년 내내 30여 편 작업한 것 같아요.) 입사 초기에는 이를 장점으로 드러냈으나, 자승자박이었습니다.
노력 대비 결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져 선택해야 합니다. 상황과 입장을 잘 아는 가까운 후배들에게는 조심스럽게 그 일에서 물러나라고 말합니다.
공감합니다.
영상을 너무 쉽게 보시고 사진찍듯 찍어내라 하실 때마다 답답합니다.
동영상 제작할 줄 아는 사회복지사가 쉽게 소진되는 이유 1. 취미로 만드는 것(밤을 세우면서 시청자들의 기쁨을 상상하며 자발적으로 만듦)에서 일로 만드는 것으로 변함. 2. 처음 반응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지 못함.. (어.. 지난 번이랑 스타일이 똑같네..) 3. 노력한 만큼의 댓가는 커녕 비난 받거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 (전문가가 그 일에만 몰두해서 책임을 지는 것과는 다른..엄청난 압박) 4. 자기 일이 줄어드는 것은 없고, 다른 이의 일까지 맡게됨.. 5. 개인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 책을 보나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음.
대안은 1. 일지를 쓰 듯 누구나 동영상 기록을 할 수 있게 훈련을 하는 것.(한 때는 워드프로세서로 문서 작성하는 건 아무나 못했죠) 2. 기록된 영상을 해당되는 사람들과 돌아보는 시간을 종종 가질 것 (지난 주 활동을 잠깐 볼까요? 흔들리지만,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네요) 3. 일년을 요약하는 것 보다 짧은 단위의 기간을 요약해서 볼 것(일년을 요약하려면 기순전결, 나래이션을 써야 하니 또 다른 일이 됩니다. 4. 프로그램의 목적을 돕는 영상활용을 합니다.(카메라로 기록하는 것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거나, 레코딩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5. 영상을 읽고, 쓰고, 응용하는 훈련을 하며 실력을 쌓습니다.
홍보담당자에게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 사회사업에 집중하라는 말에 공감은 가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으로는 사회복지를 표현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외부 전문가인 VJ들에게 촬영을 의뢰하더라도 어떤 관점과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작가 수준은 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 수준이 되지 않으면 무시하면서 자기가 편한 기록과 멋대로 해석을 하게 되고, 오히려 프로그램의 목적을 방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작가 수준의 영상언어를 익히려면 평소 연습을 하고, 다른 작품을 보며 분석하고, 흉내 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기 연습을 하듯 영상을 보면서 우리 기관을 어떤 영상 이미지로 표현할지 연습해야 합니다.
형님. 댓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외부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담당자가 충분한 기획력을 가져야 전문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부분 즉 소통에 관해, 그리고 기획에 대해서는 글을 이전부터 써놨습니다.
그것을 보고 참고해야지요.
일년에 몇개 떠밀리듯이 영상을 만드는 홍보담당자가 영상언어를 습득하기란 쉽지 않아보입니다.
소식지, 인쇄물, 홈페이지개발 맏기듯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듯이 현명한 방법같습니다.
성종이형 같은 사람에게 맡겨야지요.
이성종 선생님, 여기에 쓴 꼬리말을 모아 답글로 올리는 게 좋겠어요.
네,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