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리의 꿈>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 판타지 애니메이션, 일본, 96분, 2012년
미야자와 겐지의 꿈과 소원이 담긴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았다.
미야자와 겐지 특유의 상상력과 염원, 그리고 철학을 알고 감상한다면 이 작품은 얼마나 두근거리고 아름다운 작품일까?
하지만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 안에도 등장하는 미야자와 겐지가 남긴 시 '11월 3일'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갖고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국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모든 일에
타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잘 보고 들어 행하고 이해하며
그리고 잊지 않고
들판의 숲 그늘
작은 초가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부질없는 일이니 그만 두라 하고
가뭄이 들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냉해의 여름에는 벌벌 떨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고
칭찬 받지도 않고
걱정시키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이 시의 마음을 그대로 구현하며 살고 싶었던 겐지의 분신인 부도리의 삶은
곧 윤동주의 그것처럼 맑고 아름답고 간절한 것이다.
은하수를 사랑하고 모든 생명이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었던
미야자와 겐지를 추억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
= 시놉시스 =
위기에 빠진 이하토브 숲을 구하기 위한
고양이 부도리의 위대한 모험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이하토브 숲에서 태어난 고양이 부도리는 부모님과 여동생 네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부모님은 사라지고, 여동생 네리도 홀연히 나타난 수수께끼의 남자를 따라 사라진다. 마을로 내려온 부도리는 붉은 수염, 펜넨 소장, 구보 박사, 비단 공장주 등 다양한 안내자들을 만나며 씩씩하게 성장해간다. 하지만 또 다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부도리는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과연 부도리는 여동생을 되찾고, 이하토브를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