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소신껏 행동하거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행동할거라고 믿고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옳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 싶어요. 쉽게 말해서 “이 사람이 정말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추천하기 보다는,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으로 높은 자리에 추천하거나, 진급시키거나 하는 일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아상 때문입니다. 특정 상황에서 아상은 언제나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판단을 자동반사적으로 끝내곤 하거든요. 그렇기에, 그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놈이냐?라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볼 것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저 입장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 상대방의 아상을 인정해 줘야 됩니다. 저 녀석은 너무 이기적이야. 하고 손가락질 할 필요 없다는 것이지요. 아상이 있는 이상, 누구나 이기적이거든요. 또한 그렇게 인정하고 용서해 주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실체가 아니라, 공한,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그것을 굳이 미워해도 그렇게 미친 듯이 실체화해서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붙잡게 되면 그 원망과 미움 내 마음이기에 내가 먼저 아프게 될 뿐입니다. 실체가 아닌 것을 내 스스로 ‘저 놈은 나쁜 녀석’ 하고 실체화했기 때문에 문제를 만들어 낸 쪽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 원망과 미움의 과보도 나 자신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내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공성의 자각이 있다면, 이 물질세계가 인연 따라 만들어진 허상일 뿐 진짜가 아니라는 자각이 있다면, 싫어해도 증오하면서 혈압이 오를 정도로 미워하지 않게 되고, 좋아해도 과도한 애착과 집착으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삶을 가볍게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지 않을 수 있고, 너무 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으며, 상대방을 단죄하지 않고 원한 맺지 않은 채로 가볍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만 인연 따라 만들어진 것일 뿐 실체가 아님을 알게 되면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이 흥겨운 삶이라는 한바탕 꿈 속을 즐겁게 놀면서 살아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납니다.
당연히 내 안의 아상이라는 헛된 망상을 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단죄하지도 않게 되고, 너무 억압하지도 않고,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과도하게 애쓰면서’ 살지도 않게 됩니다. 물론 타인의 아상 또한 인정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과도하게 단죄하거나, 내 방식대로 바꾸려고 하지도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용서하게 되겠지요.
이 세상이 다소 부조리도 있고, 이기적인 모습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임을 알기에 과도하게 바꾸려고 애쓰거나, 안 바뀐다고 초조해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가볍게 살아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게 됩니다. 다만 자기 자신의 열정과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따라 자신을 꽃피우며 살게 되지요. 되면 돼서 좋고, 안 되면 안 되도 좋은 삶을 살게 됩니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우월감이나 열등감 따위는 잊게 되겠지요. 어차피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말이지요.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그렇게까지 목숨 걸 필요가 있겠습니까? 없겠죠. 그래서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2015.01.09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