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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까지] 14
S#1. 소망원 전경 (낮)
세준, 가방 메고 들어온다. 꼬마들 뛰놀고 있다. 안아주기도 하고 머리도 쓸어준다.
S#2. 동 원장실 (낮)
송원장, 일하고 있다. 들어오는 세준.
송원장 : (놀라) 세준아,
세준 : 별 일 없으셨어요?
송원장 : 너 내려오면 겁부터 난다. 니 입에서 또 무슨 소리 나올까 싶어 겁부터 나.
세준 : ...
송원장 : 휴학은 왜 했어?
세준 : ...
송원장 : (본다) 왜 했어? 학교까지 때려치울거야? 니 맘대로 살아라, 니 맘대로.
세준 : 식사 아직 안하셨죠?
송원장 : ...
세준 : (웃고) 어머니, 저...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송원장 : (본다)
S#3. 한식집 (낮)
세준, 송원장, 전골 같은 것 먹는다.
송원장 : 사달라며 왜 통 안 먹어?
세준 : ...먹어요...어머니두 많이 드세요.
송원장 : 왜? 또 결혼 허락 받을려구 왔어?
세준 : (씁쓸해지며)
송원장 : 민혁이한테 차이구 너한테 와서 또 결혼하자든?
세준 : ...
송원장 : 너...에미 죽으라고 매일 기도하지?
세준 : ...어머니, 부탁 드릴게 있어서 왔어요.
송원장 : (본다)
세준 : ...서희 소망원 들어올때 기록 혹시 남아있어요?
송원장 : (본다)
세준 : 부모님 연락처...그런 거까진 없겠지만...출생기록이나 아무튼 친척 누구라도 찾을 길이 없겠어요?
송원장 : 왜? 서희 부모 찾아줄려구?
세준 : ...네.
송원장 : (한숨) 에미가 졌다! 두손 두발 다 들었어!
세준 : 서희...많이 아파요, 어머니.
송원장 : 니 에민 더 아프다.
세준 : ...죽을 병에 걸렸어요.
송원장 : (흠칫 본다)
세준 : 골수 이식을 받으면 살수 있을 거 같은데... 부모형제라야 이식이 가능하대요. ...도와주세요, 어머니.
송원장 : ...이 녀석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S#4. 고급 웨딩드레스숖 (낮)
은지, 드레스 입고 나온다. 민혁, 한쪽에 앉아있다.
은지 : 민혁씨, 어때? 괜찮아?
민혁 : 좋은데?
은지 : (종업원에게) 가슴이 너무 파진 거 같지 않아요? 어깨선두 딱딱하구...
드레스숖 종업원과 얘기하는 은지. 민혁, 한쪽에 앉아 차 마시며 뭔가 고민하고 있다.
S#5. 서희방 (낮)
서희, 밥을 먹는다. 물에 밥을 말아 꾹꾹 먹고 있다.
한쪽에 놓인 화분이 보인다. 눈물 핑 돈다. 배를 한번 가만히 내려다 본다. 두렵고 착잡하다.
문 두드리는 소리.
서희, 멈칫 본다. 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나간다.
서희 : 누구세요?
S#6. 서희집 앞 (낮)
민혁, 문 앞에서 담배 피워물고 서 있다. 서희, 안에서 나오다가 멈칫 선다.
민혁 : 집에 있었구나.
서희 : ...
민혁 :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자.
서희 : ...돌아가세요.
들어가는 서희. 민혁, 답답한 듯 본다.
S#7. 서희방 (낮)
서희, 들어온다. 뒤이어 들어오는 민혁.
민혁 : 밥 먹구 있었어?
서희 : (증오 어리며 본다)
민혁, 자리에 앉는다.
서희 : 가세요.
민혁, 봉투 하나 꺼낸다.
민혁 : 얼마 안돼...이걸로 병원 가서 애 지워.
서희 : (본다)
민혁 : 몸조리 잘하구...건강 조심해라.
서희 : ...
민혁 : 부탁한다...너 정말 그렇게 아일 원하면 다른 사람 아이 가지면 되잖아? 왜 나야?
서희, 복잡하게 바라본다.
민혁 : 왜 날 괴롭혀? 너 나 끔찍하게 싫어했잖아?
서희 : ...
민혁 : 너 나한테 무슨 미련 남았어?
서희 : ...(본다)
민혁 : 얘기 해봐.
서희 : (덤덤히 바닥만 보며) 나...아이 낳아야 돼요. 그래야 된대요.
민혁, 분노 어린다.
민혁 : 누가? 그래야 된다구 누가 그래? 무슨 말 하는거야, 지금?
서희 : 그만 가 줄래요?
민혁 : 한서희, 너 정말 제정신이야?
서희 : ...민혁씨, 제발...가요.
민혁 : (본다)
서희 : 그만 가요.
민혁 : ...너 화풀이로 이러는 거야? 아버지 없는 애는 왜 낳아?
사이. 잠깐 침묵 흐른다.
서희 : ...(조용하고 차갑게) 나가.
민혁 : ...(멈칫 본다)
서희 : (일어난다) 당장 여기서 나가!
민혁 : (당혹) 한서희...
서희 : (허탈한)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니가 원하는대로 해줄테니까 그만 나가.
민혁, 당황해서 바라본다. 서희, 돈 봉투를 내려다 본다.
서희 : 이 돈두 너 도로 가지고 가! 줄거면 평생 먹고 살만큼 주든지...아니면 이런 푼돈 너나 가져! 나 거지 아니야!
봉투를 들어 문 밖으로 집어던진다.
서희 : 나가.
민혁 : ...(두려운)
S#8. 소망원 사무실 (낮)
세준, 오래된 원생 파일을 뒤지고 있다. 송원장, 들어온다. 뒤에서 지켜본다.
송원장 : ...기록 같은 거 없다...연락처 남기는 부모면 버리지두 않았어.
세준 : ...
송원장 : (한쪽 소파에 앉으며 바라본다) 골수이식 돈 많이 든다...알기나 알어?
세준 : ...네.
송원장 : 재작년에 우리 원 아이 하나두 그 병에 걸렸었어... 결국 골수 못찾아서 죽구 말았지만... 찾았어두 힘들었을거다.
세준 : ...
송원장, 점점 화가 난다.
송원장 : 니가 나서서 어쩌겠다는 건데?
세준 : (묵묵히 파일만 본다)
송원장 : ...니가 나서서 뭘 어떻게 하겠다구? 치료비 구할 자신 있어?
세준 : (파일 넘기며 점점 허탈해진다)
송원장 : 내 말 안들려?
세준 : ...(허탈한 듯 손 내리고 파일 덮는다) ...듣고 있어요.
송원장 : ...기록 없지?
세준 : (목메이며) ...네.
세준, 그자리에 굳어져 선 채로 눈시울 붉힌다.
바라보는 송원장, 착잡해진다. 일어난다. 서류철을 신경질적으로 마구 정리해서 캐비넷에 넣으며.
송원장 : 어쩌다 걘 그런 병까지 걸린대니? 어떡하면 니 속 썩일까 작정한 애처럼! 걔는 왜그래? 왜그렇게 지지리두 속을 썩이는데?
그거 누구 아들 잡아 먹을려구 태어 났대니? 응?
눈시울 붉히는 송원장. 세준, 조용히 고개 숙이고 있다.
S#9. 병원 복도 (낮)
서희, 혈액 종양내과 복도에 앉아있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혈액암 환자들이 모자 쓰고 링거 들고 지나간다. 병색이 완연한 채 휠체어 타고 가는 환자 등...
서희, 두려운 눈으로 바라본다. 식은땀 흘린다.
병실에서 나오는 구부정한 중년 남자 한사람. 복도 구석 벤치로 간다.
환자 가족인 듯 하다. 시름에 겨운 얼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소리죽여 운다.
서희, 쓸쓸하게 바라본다.
S#10. 서희방 외경 (밤)
S#11. 서희방 (밤)
서희, 혜정과 나란히 누워있다. 뒤척인다.
서희 : 혜정아...자?
혜정 : 아니...
서희 : (일어나며)
혜정 : 왜?
서희 : 야, 우리 술 한잔 할래?
혜정 : (웃고) 얘 봐라?
서희, 웃으며 방 구석에 숨겼던 소주를 한병 꺼내온다.
혜정 : 그거 어디서 났어?
서희 : 아까 들어오면서 한병 샀다?
혜정 : 허이구...
서희, 쟁반에 있던 병따개로 소주를 따고 컵에 따른다.
서희 : 자...한잔 해.
혜정 : 자다 말구 무슨 술이야? 나 술 끊었어. 너나 마셔.
서희 : 그래? 에이...그러지말구 같이 마시자아.
혜정 : (기막혀서 본다) 왜? 그남자가 와서 또 뭐래? 뭐라 그랬는데?
서희 : (한잔 들이키고) 아...쓰다.
혜정 : 너 되지두 않는 거 흉내내지마.
서희 : ...있잖아...나 되게 괴로운 일이 있어.
혜정 : 뭔데?
서희 : 들어봐, 혜정아...나 학교 다닐 때 친구가 하나 있는데...
혜정 : 지영이?
서희 : 에이..지영이 말구, 있어...
혜정 : 근데? 본론이 뭐야?
서희 : 재촉 하지마. 얘기 하잖아.
혜정 : 에라...마시자. (술 꼴깍 마신다)
서희 : 근데...걔가 아주 나쁜 병에 걸렸대.
혜정 : 어머, 무슨 병?
서희 : 응....백혈병이라 그러든가.
혜정 : 힉! 그거 죽는 병 아니니? 그거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병이잖아?
서희 : 러브스토리에 그 병 나오니?
혜정 : 그래. 여자가 그걸로 죽잖아.
서희 : 그 여자가 그걸로 죽었어?
혜정 : 그럴걸?
서희 : ...내 친구두 죽을지 몰라...
혜정 : 어머, 너무 안됐다. 어쩌다 걸렸는데?
서희 : ..몰라...그 병이...돈두 참 많이 잡아 먹는대.
혜정 : 걔네 집 가난해?
서희 : (웃고) 러브스토리에는 그 얘기 안나와?
혜정 : (생각하는) 몰라. 본지 너무 오래돼서.
서희 : ....
혜정 : (혀 차고) 걔 부모님이 되게 힘들어하시겠다.
서희 : (어두워지며) 음...그친구가...죽고 싶대...차라리 지금 죽었음 좋겠대...주위 힘들게 안하고 싶대.
혜정 : (눈물 닦으며) 안됐다...
서희 : (본다)
혜정 : 자, 한 잔 따라줄께...마시구 푹 자...팔자 사나운 애 얘기하면 우리두 옮아.
서희 : ...그래.
혜정 : 야, 근데..너두 오지랖이다...지금 니가 남 걱정 하게 생겼냐? 너 살 걱정이나 해라.
서희 : ...응.
서희, 씩 웃으며 옆으로 눕는다.
서희 : 혜정아...나 잘께.
혜정 : (치며) 어유, 이 웬수덩어리...너 요새 정서불안이야!
서희 : (돌아누우며 목이 메는데) 응...
S#12. 도서관 앞길 (낮)
재석, 지영, 앉아서 커피 마시고 있다. 지나가던 남학생 한사람, 다가온다.
남학생 : 지영아,
지영 : (본다) 어어...
재석 : (본다)
남학생 : 학회 왜 안나와? 학회구 과 모임이구 발 딱 끊었드라? 무슨 바쁜 일 있냐?
지영 : ...아,아,아니.
재석 : ...
남학생 : (앉으며) 현대사 리포트는 냈어?
지영 : ...응.
남학생 : 빠르네? 벌써 냈어? 야, 너 소개팅 하나 할래?
지영 : 어,저,저기...지금 치,친구가 있어서.
남학생 : (재석 보며) 어이쿠, 그렇구나? 미안하다...이따 수업시간에 보자!
남학생, 간다. 재석, 묵묵히 앉아있다.
지영 : 드,들어갈래요?
재석 : (덤덤히 본다) 예.
일어나는 두사람. 지영, 재석의 팔짱을 낀다. 재석, 억지로 잠깐 웃는다.
S#13. 패스트푸드점 (낮)
한산한 실내. 혜정, 남자점원과 테이블에 앉아서 신문 숨은그림찾기 하고 있다.
남자점원 : 찾았다! 비둘기 여기 있네요?
혜정 : (바싹 기대고) 어머, 그걸 못찾구 여태 헤맸네? 인제 도끼만 남았다...도끼, 도끼...
창 밖으로 슬몃 바라보는 시선. 재석이다. 숨어서 본다.
혜정, 이상한 기분이 들어 멈칫 본다. 재석을 발견한다. 얼른 남자점원의 어깨를 둘러버린다. 당황하는 점원.
점원 : 왜, 왜이래요?
혜정 : (꽉 끌어안고 가까이 대며) 잠깐만 이렇게 좀 해줘요..만원줄께.
점원 : (당황하며 확 뿌리친다) 이러지마요.
혜정 : (놀라서)
점원 : (일어나며) 뭐하는거야? 이상한 기집애네?
혜정, 얼굴 빨개졌다. 점원, 재수 없다는 듯 안으로 들어간다.
혜정, 고개 떨구고 서 있다. 시선 돌려 창 밖 바라보는데 어느새 재석 모습 안보인다. 창가로 다가가 시선으로 애타게 찾는다.
S#14. 서희방 (낮)
서희, 옷가지와 책 등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있다. 책을 보자기에 묶고 옷가지도 박스에 넣는다.
책을 싸는 손이 점점 떨려온다. 눈앞에 보이는 화분. 서희, 안 보려고 외면한다. 가만히 배를 쓸어본다.
서희 : ...미안하다...다음에 꼭 좋은 데서 태어나...나같은 엄마 만나지 말구 좋은 데서 태어나라.
각오 선 듯 비장해진다. 책을 노끈으로 꼭꼭 묶는데 못 참고 눈물이 흐른다. 입술 질끈 문다.
S#15. 레스토랑 (낮)
고급 레스토랑 안. 혜정 들어온다.
서희 : 혜정아, 여기!
혜정 : (둘러보며) 야아...여기서 밥을 먹자구?
서희 : 응.
혜정 : 너 돈이 어딨어?
서희 : ...다음주에 니 생일이잖아.
혜정 : 그래두 그렇지...
마주 앉는 두사람. 웨이터 다가와 메뉴판 주고 간다.
혜정 : 너 왜이렇게 오버하는데? 나 너 이러면 불안해.
서희 : 우리라구 맨날 분식집에서 밥 먹니? 생일날 이런데두 못와?
혜정 : 생일 일주일이나 남았어.
서희 : (웃고) 그거 니 생일 맞어?
혜정 : (본다)
서희 : 소망원 들어온 날이지, 그게 니 생일이야? 그냥 오늘 니 생일해라.
혜정 : (흘기고) 기집애.
서희 : (메뉴보고) 야, 맛있는 거 되게되게 많다..뭐 먹을까?
혜정 : 너 어디 가니?
서희 : (본다)
혜정 : 꼭 길 떠나는 애처럼...분위기가 그런데?
서희 : (웃고) 사줘두 불만이네?
혜정 : (메뉴 넘기며) 에라 모르겠다. 사준다는데 먹고나 보자.
서희 : 우리 앞으로는 이런 데두 가끔 오구 그러자. 한달에 한번씩, 응?
서희, 메뉴 넘기는 혜정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S#16. 의대 캠퍼스 (낮)
세준, 황교수와 걸어온다.
황교수 : 너 이자식 휴학계 냈드라?
세준 : ...네.
황교수 : 왜?
세준 : ...
황교수 : (한숨) 친척 좀 찾아봤어?
세준 : ...못 찾았어요.
황교수 : 출혈 때문에 낙태두 못 시키게 됐다면서?
세준 : 들으셨어요?
황교수 : 들었다...(착잡한) 이중삼중이구나. 낳아두 떼두 다 문제라... 그 정도까지 심해진 줄 몰랐구나.
세준 : ...저어...죄송하지만...
황교수 : (본다)
세준 : 돈 좀 벌 데 없을까요? 교수님,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돈 많이 버는 일 좀 알아 봐주세요... 어떤 일두 하겠습니다.
황교수 : ...(딱한 듯 한숨)
서희, 한쪽 벤치에 앉아있다. 세준, 서희 뒷모습 본다. 놀란다.
세준 : 서희야?
서희, 돌아본다. 황교수 보더니 민망한듯 일어나 고개 숙인다. 황교수, 역시 당황한다.
서희 : 안녕하세요.
황교수 : (표정 난처해지며) 어어, 이게 누구냐? 이 녀석, 오랫만이다? 지영이한테 놀러두 좀 오구 그러지.
학교 안 나온다구 연락두 딱 끊었냐?
서희 : ...(미소) 죄송합니다.
세준 : (난감하다)
황교수 : 죄송할거까지야 뭐 있어? 그래, 그럼 얘기들 나눠라. 나 먼저 간다.
세준 : 안녕히 가세요.
손 흔들어보이고 가는 황교수. 돌아서며 착잡해진다. 몇걸음 가다가 잠깐 돌아보고 다시 간다.
세준 : 여긴 어떻게 왔어?
서희 : 그냥...이쪽으로 괜히 와지드라...(활짝 웃는) 오빠, 밥 먹었어?
세준 : (서희 웃음에 잠깐 의아하지만) 어어, 먹었지. 몇신데...
서희 : 에이...밥 사줄려 그랬는데.
세준 : (어이없어 웃고) 그럼 팥빙수 사줄래?
서희 : 팥빙수?
세준 : 너두 먹고 싶지?
서희 : ...(생각하는) 응!
세준 : (웃는)
S#17. 제과점 안 (낮)
팥빙수 먹는 서희와 세준. 서희, 빙수를 맛있게 열심히 먹고 있다. 세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희 : (본다) 왜? 오빠는 안 먹어?
세준 : 먹어.
세준, 뭔가 이상하다. 빙수 떠먹으며 다시 슬며시 본다.
서희 : (쾌활한) 여기 빙수 너무 맛있다? (수저로 떡 들어보이며) 떡이 엄청나게 들었네? 이거 봐!
세준 : (웃는)
서희 : 아, 잊어버릴뻔 했다.
세준 : (본다)
서희, 가방에서 선물을 꺼낸다.
서희 : 오빠 이거 선물!
세준 : (본다)
서희 : 풀어봐.
세준, 계속 불안하다. 선물을 풀어본다. 탁상시계가 들어있다.
서희 : 오빠 탁상시계 되게 오래된거지? 그때보니까 알람이 막 울리다 안 울리다 그러드라?
서희, 시계 알람을 맞춘다. "일어나요, 잠꾸러기" 같은 음성이 흘러나오며 북소리 닭소리 막 난다.
서희, 혼자 낄낄 웃는다.
서희 : 인제 늦잠 자지말구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라구... 오빠 요새두 지각 대장이지?
세준 : (본다)
서희 : (알람 또 울려보며) 소리 되게 웃기지? 응?
세준 : (불안한 미소)
서희 : 고맙지?
세준 : 그래, 고맙다...
서희, 세준을 잠시 바라본다. 눈 마주치자 웃는다.
S#18. 패스트푸드점 외경 (낮)
S#19. 패스트푸드점 안 (낮)
혜정, 들어온다.
혜정 : 저 왔어요.
매니저 : 왔니?
혜정 : 어? 서희 아직 안왔어요? 밥 먹구 먼저 들어갔는데?
매니저 : 서희 아까 아침에 나왔을 때, 관둔다 그러구 갔는데?
혜정 : 예에?
매니저 : 몰랐어?
혜정 : (의아한데)
S#20. 옥탑방 안 (낮)
세준, 들어온다. 알람시계를 꺼낸다. 알람 울려 본다. 일어나요, 소리가 흘러나온다.
알람 멈추고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씁쓸한 미소...피곤한 듯 자리에 눕는다. 눈을 붙인다.
S#21. 옥탑방 외경 (밤)
가로등에 불 들어온다.
S#22. 옥탑방 (밤)
실내 어두워져 있다. 세준, 잠들어있다가 깬다. 책상 위의 시계가 보인다. 뭔가 퍼뜩 떠오른다.
표정 서서히 어두워지며 부리나케 일어나는 세준.
S#23. 옥탑방 옥상 (밤)
서둘러 나오는 세준.
S#24. 서희집 앞길 (밤)
세준, 올라온다. 막 안에서 뛰어 나오는 혜정과 마주친다.
혜정 : 어, 오빠,
세준 : 서희 안에 있니?
혜정 : 아뇨..저기요, 오빠....뭐가 좀 이상해요...얘가...짐을 깨끗하게 다 싸서요, 방문 밖에다가 싹다 내놨네요?
세준 : !
혜정 : 오빠 혹시 서희한테 무슨 일 있어요? (불안한) 아까 갑자기 비싼 데 가서 밥두 사주구...가게까지 관두구요.
세준 : (멍해지며)
S#25. 소망원 마당 (밤)
서희, 천천히 다가온다. 뛰노는 아이들을 멀찌기서 바라보는 서희. 만감 어린다.
송원장, 안에서 나와 아이들 부른다.
송원장 : 얘들아...그만 들어가서 자라.
서희, 몸 숨긴 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S#26. 소망원 근처 물가 (밤)
서희, 걸어온다. 시퍼런 강물을 바라보며 주저 앉는다. 씁쓸한 미소. 지난 삶이 아프게 흘러간다.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는다. 신을 벗는다. 새 한마리 푸드득 날아간다.
서희, 잠깐 바라본다. 눈 감고 물 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S#27. 경찰서 (밤)
세준, 경찰 앞에 서 있다.
경찰 : ...(컴퓨터 치며) 한서희...생년월일은요?
세준 : (떨구고 있다)
경찰 : 생년월일요.
세준 : (본다) 네?
S#28. 경찰서 앞길 (밤)
세준, 기운없이 나온다. 점점 분노 어린다.
S#29. 백화점 (밤)
민혁, 은지, 혼수품 쇼핑하고 있다. 밝게 떠들며 즐겁다.
S#30. 민혁집 앞 길 (밤)
민혁 승용차 들어온다. 민혁 곁에 앉아있는 은지.
세준, 차 앞을 막아선다. 놀라서 차를 세우는 민혁. 내린다.
민혁 : 너 웬일이야?
세준 : (노려본다)
은지, 차 안에서 무슨 일인가 본다.
민혁 : 왜 이러는데?
세준 : 서희 찾아내서 살려놔라.
민혁 : !
세준 : (멱살 잡고 흔들며) 서희 찾아내서 살려내! 서희 죽으면 니가 죽인거야!
민혁 : 정신 나갔어? 왜이래?
은지, 차에서 내린다. 세준, 눈에 살기 어리며 민혁을 마구 후려친다. 민혁, 한쪽으로 쓰러진다.
은지, 놀라서 뜯어 말린다.
은지 : 왜이래요? 누군데 이래요?
쏘아보는 세준.
민혁 : 너...금방 한 얘기 무슨 뜻이냐?
세준 : ...
민혁 : 무슨 소리냐구?
세준, 분노 어린 채 쏘아볼 뿐이다. 민혁, 두렵다.
세준, 은지를 돌아본다. 잠깐 눈을 감고 고민한다. 참는 듯 주먹을 꽉 쥔다. 천천히 돌아서서 멀어져 간다.
은지 : (민혁 일으키며) 누구예요?
민혁, 멀어지는 세준을 멍하니 바라 본다.
S#31. 민혁집 거실 (밤)
유리, 살금살금 내려온다. 불꺼진 거실.
유리, 조심스레 거실 장식장의 유리문을 연다. 안에 전시돼 있는 골동품들. 청자화병, 연적, 기마인물상 등등...
그중 몇개를 슬며시 꺼낸다. 들킬새라 주위를 살핀다. 가지고 내려온 보자기에 훔친 것들을 다 싼다.
식은땀 흐른다. 들고 일어나는 순간, 거실에 불이 켜진다. 이층에서 내려와 층계 입구에 서 있는 민혁.
유리, 기겁을 한다. 손에 든 보자기를 하마트면 놓칠 뻔 한다.
떨어뜨려 깨지려는 순간, 재빨리 감싸안는 유리. 십년감수 한다. 온몸이 후들거린다.
민혁 : 뭐야?
유리 : ...(떠는)
민혁 : 뭐냐구?
유리 : (감추며)...아,아무것두 아냐.
민혁, 다가와 보자기를 빼앗는다. 보자기와 장식장을 번갈아본다.
민혁 : 지금 뭐한거야? 너 도둑질 했어?
유리 : (고개 떨구고)
민혁 : 왜?
유리 : ...
민혁 : 돈 필요해?
유리 : ...아,아니야.
민혁, 보자기를 내려놓고 유리 팔을 꽉 잡아끈다. 층계로 이끈다.
민혁 : 아버지 깨시니까 조용히 따라 올라와.
유리 :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 손 놓구 올라가...
S#32. 유리방 (밤)
민혁, 유리와 마주 앉아있다. 심각하다. 고개 숙인 유리를 가만히 보는 민혁. 상황을 짚어본다.
민혁 : (뚫어져라 보다가) ...서희한테 무슨 일 있지?
유리 : (본다)
민혁 : 니가 아는 거 다 얘기해.
유리 : ...몰라.
민혁 : 모를 리가 있어? 아는거 다 얘기해. 나두 들을만큼 듣구 왔어.
유리 : ...(본다)
민혁 : 서희 아픈 거...심각한거지?
유리 : (흠칫 본다)
민혁 : 그렇지?
유리 : ...(고민하다가) 음.
민혁 : 왜 나한텐 숨겼는데?
유리 : 오빠 알아서 좋을 일 아니다 싶었어. 결혼 앞두구 있는데...
민혁 : ...도둑질 왜 했어?
유리 : (본다)
민혁 : 왜? 니가 뭐라두 도와줄려구?
유리 : ...(외면하며) 응, 그랬어.
민혁 : 니가 그 일에 왜 나서?
유리 : 내가 도와주면 왜 안돼? 오빠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 내가 같은 식구로서 미안한 표시두 못해?
민혁 : (일그러지며)
유리 : 어쨌든 오빠 기왕 알게된거니까 오빠가 책임감 느끼구 어떻게 좀 해.
백혈병이래. 아빠한테 얘기해서 치료 받을 수 있게 도와줘. 그게 도리 아니야?
민혁 : (긴장하며 본다)
유리 : 골수 이식...돈 많이 든대...돈 있어두 될까말까래... 시기 놓치면 그것두 소용없구.
민혁 : ...(생각하는)
유리 : ...오빠 책임두 없다곤 할 수 없어.
잠시 침묵 흐른다. 민혁, 점점 표정이 싸늘하게 변해간다. 냉소마저 어린다. 이윽고 바라본다.
민혁 : ...너...서희 사는 거 진심으로 바라니?
유리 : (멈칫 본다)
민혁 : 그것두 아니면서 니가 왜 이렇게 나서는데?
유리 : (어이없는) 오빠,
민혁 : (일어난다) 어차피 나하곤 다 끝난 관계야. 내가 왜 걜 도와야 돼?
유리 : (두려운)
민혁 : 세준이 저렇게 미쳐 날뛰는데 세준이보구 책임지라 그래. 난 상관 없다.
나간다. 유리, 어이없어 바라본다.
S#33. 민혁방 (밤)
민혁, 들어온다. 침대에 주저 앉는다. 두렵고 복잡해진다.
S#34. 소망원 근처 병원 응급실 외경 (밤)
S#35. 동 응급실 안 (밤)
중년 낚시꾼 한사람, 푹 젖은 서희를 업고 다급히 뛰어들어온다.
낚시꾼 : 여기 좀 봐줘요! 이 아가씨가 물에 빠졌어요!
간호사, 달려나온다.
S#36. 패스트푸드점 (밤)
한산한 실내. 혜정, 근심 어린 얼굴로 바닥 대걸레질 하고 있다.
매니저 : 혜정아, 전화 왔어.
혜정, 얼른 다가간다.
혜정 : 여보세요? ...네, 전데요....네?
S#37. 옥탑방 옥상 (밤)
혜정,뛰어올라온다. 문을 두드린다.
혜정 : 오빠! 세준오빠! 안에 없어요?
안에서 나오는 세준.
혜정 : (반가운) 오빠, 서희 찾았어요.
세준 : !
S#38. 소망원 부근 병원 앞 (새벽)
급히 택시에서 내리는 혜정, 세준.
S#39. 동 병실 (새벽)
서희, 잠들어있다. 들어오는 혜정, 세준.
혜정 : 서희야...
와락 무너지며 엎드려 우는 혜정. 서희, 천천히 눈을 뜬다.
혜정과 세준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표정 굳는다. 고개 돌리고 외면한다.
세준, 문 앞에 그냥 서 있다.
혜정 : 이 병신...이 모자란 기집애야! 아프면 아프다구 왜 말을 안했어? 그런 얘기 왜 나한테 안했어? 응?
(흐느끼며 마구 친다)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짓이야?
서희 : (담담히 고개 돌린 채) 혜정아...이러지 마..
세준 : ...(아프게 본다)
서희 : ...(외면하고 눈 감아버린다)
S#40. 병실 앞 복도 (새벽)
세준, 문 닫고 밖으로 나온다. 기운없이 천천히 한쪽 벤치로 가는데 다가오는 간호사.
간호사 : 한서희씨 보호자세요?
세준 : (본다) 네.
간호사 : (가방과 편지를 건넨다) 이거요...구해주신 분이 같이 가져오셨어요.
세준 : (받고) 고맙습니다.
세준, 편지를 들고 벤치로 가서 앉는다. 뜯어서 펼쳐 본다.
서희(E) : 오빠...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빠를 알고 만나게 된거...소중하게 간직하고 갈께.
끝까지 오빠 아프게만 하고 떠나는 거 같아서 미안해. 나...더이상은 오빠한테두, 누구한테두...짐 되구 싶지 않아...
세준, 편지를 읽다가 더 안 읽고 구겨버린다.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S#41. 병실 (새벽)
세준, 성큼 들어온다. 혜정, 서희 앞에 앉아있다가 돌아본다.
화난 세준 얼굴을 보더니 얼른 일어난다.
세준 : 혜정아, 잠깐 나가 있을래?
혜정 : 예에..
혜정, 밖으로 나간다. 서희, 고개 돌려 외면하고 있다.
세준, 다가와 억지로 일으켜버린다.
세준 : 일어나, 한서희.
서희 : ...
세준 : 니가 정말 나한테 미안해? 손톱만큼이라두 미안해?
서희 : ...
세준 : 죽을 용기는 어디서 났어? 그렇게 나한테 자신없구 살 자신이 없는데 죽을 자신은 어떻게 났어?
죽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서희 : ...
세준 : ...(눈물 흘러내린다) 왜 그 용기로 못 살아? 그거면 너 백년두 살아! 사람 누구나 죽어!
이렇게 말하는 나두, 지금 나가다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구, 내일 아침에 옥상에서 헛디뎌 죽을 수도 있어!
언제 어떻게 죽는지는 우리 아무도 몰라. 누가 너 보구 니 맘대로 죽으래?
서희 : ...
세준 : 돈 때문에? 나한테 부담주는 게 미안해서? 다 헛소리야! 너 이렇게 죽을만큼 용감하잖아!
그 용기면 치료 하나두 안받아두 살겠다!
서희 : ...
S#42. 황교수방 (낮)
황교수, 일하고 있다. 들어오는 지영.
지영 : 차,찾으셨어요?
황교수 : 이리 와 앉아봐.
지영, 조심스레 소파로 와서 앉는다.
황교수 : 그녀석은 오늘 도서관 안 나왔어?
지영 : ...네.
황교수 : 왜?
지영 : 모,모르겠어요.
황교수 : 같이 공부하는 건 좋다만...(한숨) 밤 늦게는 만나지마라.
지영 : (미안한 듯 본다)
황교수 : 그렇게 좋으냐?
지영 : ...네.
황교수 : ...뭐가?
지영 : ...(창피한)
황교수 다시 한숨 쉰다. 일어나 책 같은 것 챙긴다.
황교수 : 니 친구 서희 있지?
지영 : ...네.
황교수 : 걔랑 그 녀석이랑 친구지?
지영 : ...아,아셨어요?
황교수 : 그렇지...대충 짐작이 가드라구...
지영 : (긴장되는)
황교수 : 서희 걔, 많이 아프드라.
지영 : ?
황교수 : 힘든 병이야...니가 가서 맛난 것두 사주구 위로두 해줘라.
지영 : 무,무슨 병이요?
황교수 : (본다)
S#43. 패스트푸드점 (낮)
지영, 조심스레 걸어온다.
S#44. 패스트푸드점 안 (낮)
혜정, 테이블 청소하며 일하고 있다. 들어오는 지영. 카운터로 간다.
지영 : 저어...서,서,서희...
돌아보는 혜정. 눈 마주치는 두사람. 둘다 굳는다.
혜정 : (싸늘해지며) 서희 찾아왔어요?
지영 : ...(놀라서)
혜정 : 서희 지금 집에 있는데요.
지영 : ...
혜정 : 집 가르쳐줘요?
지영 : ...아,아,아뇨. (인사하고) 그,그럼 안녕히...
혜정 : (본다)
돌아서는 지영. 막 들어오는 재석과 눈 딱 마주친다.
지영, 굳는다. 혜정, 멍하니 재석을 본다.
재석 : (당황하며) 지영씨, 여기 웬일이예요?
지영, 차가워지며 그대로 지나쳐 간다.
혜정 : 야, 최재석, 돈 가지구 왔구나?
지영 : (멈칫 선다)
재석 : (본다)
혜정 : 얼른 내놔...(지영보고) 오해 마요. 얘 오늘 빚 갚으러 온거예요. 오늘까지 갚으라 그랬지? 말은 잘듣네.
지영 : ...
재석 : ...(착잡해지며)
혜정 : 돈 내놔! 십원이라두 모자라면 너 죽었어.
재석 : (본다)
지영,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재석, 잡으려다 포기한다. 한쪽으로 가서 앉는다.
혜정 : 여긴 뭐하러 왔냐? 하필 지금 와서 그 꼴을 당하냐? 샘통이다.
재석 : ...
재석, 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낸다. 테이블에 턱 올려놓는다.
재석 : 진짜 돈 갚으러 왔다. 받아라, 서혜정.
혜정 : (멍하다) ...나쁜 놈! (쏘아보며 눈물 글썽인다) 진짜 진짜 세상에서 젤 나쁜 놈!
재석, 일어난다.
재석 : 오늘 나! 너두 지영이두 다 끝낸다. 나 앞으로 혼자 산다! 잘 살아라.
혜정 : (어이없이 보는)
S#45. 서희집 외경 (낮)
S#46. 동 방안 (낮)
서희, 잠들어있다. 세준, 곁에 앉아 머리를 쓸어준다. 눈 반짝 뜨는 서희.
세준 : 더 자.
서희 : 아냐...(일어나며) 오빠 아직 안 갔어?
세준 : (짐짓 화난 척) 너 같음 불안해서 가겠어?
서희 : ...
세준 : ...아침에 약 안 먹었지? 약부터 먹자...
약병을 집어드는 세준. 물컵 따른다.
세준 : 약 먹어...먹구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서희 : (본다)
세준, 컵에 물 따라서 건넨다.
S#47. 성당 앞 (낮)
세준, 서희 손을 이끌고 온다. 서희, 성당 건물을 올려다본다.
세준 : 들어가자.
서희 : (본다)
S#48. 성당 안 (낮)
텅빈 성당 미사실 안. 세준, 서희 손 이끌고 맨 앞자리로 가서 앉는다.
세준, 서희 손을 꼭 잡는다. 잠깐 바라보더니 쓱 미소 짓는다. 이윽고 눈을 감더니 속으로 기도한다.
서희, 세준 모습을 바라본다. 잠시후 눈 뜨는 세준.
세준 : 뭐라구 기도했는지 알어?
서희 : ...(씁쓸한)
세준 : (단상 보며) 서희 제일 힘들때...서희 곁에 제가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희 : (본다)
세준 : 제가 가장 힘들때두 서희가 제 곁에 있게 해주십시요...
서희 : ...(마음 아파오며)
세준 : (머쓱 웃고) ...서희야,
서희 : (본다)
세준 : 너...성당 처음 와보지?
서희 : ...음.
세준 : 나두 그래. 나두 오늘 처음이야.
서희 : ...
세준 : 너 비행기 안 타봤지?
서희 : (본다)
세준 : 비행기만 안 타봤어? 바이킹두 안타 봤잖아... 제주도두 안가봤지?
서희 : ...
세준 : 너 앞으로 할 거 무지무지 많아. 나 의사 되는 것두 봐야 되구, 그때 사준 화분에 무슨 꽃 피는가두 봐야 되구...
세준, 가방에서 책을 하나 꺼낸다.
세준 : 이거 봐...암에서 이긴 사람들 수기야...다 죽을 거라 그랬는데 끄떡없이 몇십년씩 잘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서희 : ...
세준 : 우리 아버지 기억나지?...나 육학년때 아버지 암 선고 받으시구 병원에서 삼개월 밖에 못 산다 그랬었어.
그런데, 아버진 삼년을 더 사셨어. 중학교 삼학년때 돌아가셨잖아.
서희 : ...
세준 : 우리 아버지 참 강한 분이셨어. 거뜬하게 삼년을 더 사시드라.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는 세준. 서희, 바라본다.
세준 : 이거...아버지가 나한테 주신거야...용감한 사람들이 끼는 반지.
서희 : (본다)
세준, 서희 손을 들어 반지를 끼워준다.
세준 : 나랑 결혼해줘, 서희야.
서희 : !
세준 : 서희야, 나는...매일 너랑 꼭 안고 잠들고 싶어. 내 기운 너한테 다 불어넣어줄께.
나 이제 더이상은 너 혼자 놔두는거 못하겠다.
서희 : ...(고개 떨구고 눈물 글썽이는)
세준 : 까짓거 돈...얼마든지 벌 수 있어...그런 거 정말 아무것두 아니야. 너만 용기 내면... .
서희 손을 꼭 잡고 고개 숙이는 세준....잠시 침묵 흐른다.
아프게 바라보는 서희.
서희 : ... 오빠,
세준 : (고개 들고 본다)
서희 : ...나...살거야.
세준 : (멈칫 본다)
사이.
서희 : (눈물 닦고 미소 짓는다) 싸울께...나 이제...어디로 도망 안 가구...용감하게 싸워. 죽으려구 물에 뛰어들었을 때...
그때 나 정말 살고 싶었어..이렇게 허망하게 살다갈 거 뭐하러 태어났나 싶구... 억울했어.
몇년이 되든 살 수만 있으면, 정말 뭐든지 다 잘할텐데 싶었어...나 다신 도망 안 가구 맞서 싸울께. 오빠, 걱정하지마.
세준 : (환해지며) 서희야,
세준, 눈물 흘리며 와락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