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기관에서 체험하는 어르신들의 임종
이번주 월요일(1/15일)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서울에 거주하는 보호자로부터 '시어머님이 사망하셔서 장례중이다'는 전화 한통화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임종이 가까운 어르신을 위해서 요양보호사를 새로 구인해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되었지만, 불과 20여일전(12/21일)에도 방문요양 계약서를 체결하려는데 '쌍방합의'를 강조하셨던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 간호장교로 근무하시다가 영관급 장교로 예편하셨다는 어르신은 와상상태였지만, 인지는 너무 또렸하셨다. 자립심과 자존감이 유난하셨기에 몸이 불편해진 후에도 오랜동안 홀로 거주하시다가, 지난해 하반기 거동을 못하시면서 아들내외와 동거를 허락하셨고 장기요양등급도 받게 되셨단다. 지난주 금요일(1/12일) 담당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물도 못넘기신다'고 식당을 경영하는 보호자에게 연락후, 센터로도 '임종경험이 없어서, 더 이상 방문요양을 못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요양보호사를 구해달라는 보호자의 요구에 '주말동안 구해보겠지만 쉽지 않다'는 애매한 대답으로 마무리한 상태였다. 주말에 별세하셨기에 가족들이 함께 임종하셨을 테니 얼마나 다행인가.
'독거 / 혼밥 / 혼술'이 확산되는 고독한 사회
지난 목요일(1/18일)에는 75세이상 인구의 절반이 혼자서 생활한다는 영국에서 '외로움 담당장관(Minister of Loneliness)'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메이 총리는 외로움이라는 현대 삶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위해 모두가 나서자'고 제안했단다. 지난해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만 혼자사는 인구가 200만명을 넘고, 이들중 상당수가 심하면 일주일까지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없이 지낸단다. 이러한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흡연하는 수준으로 건강에 해를 끼치고, 치매에 걸릴 확률도 64%나 높다니 고령화 시대의 심각한 사회적 병인이 아닐 수 없다. 1994년초 동경주재 당시 목격한 일본인들의 '홀로 식사하고 & 술마시는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매스컴에서는 고독사가 자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밥 & 혼술' 현상이 확산중이다. 이는 2030세대의 '홀로서기'가 늘어나는 요인도 있지만, 외로운 노년층의 '비자발적 1인가구'가 급증(약25%)했기 때문이다.
가족 임종의 사회적 정착을 위한 '임종휴가제'
사회적 및 경제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일본과 같이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래에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국한됐다면, 앞으로는 사각지대에 있지 않은 계층까지도 확산될 전망이다. 현대의 초경쟁 개인사회는 '아버지의 장례까지 포기'를 요구하는 성경의 비유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가족의 임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바른정당(前새누리당) 하태경의원이 2015년 발의한 말기암 환자의 가족에게 14일간의 임종휴가를 주는 법안(가칭:임종휴가법)은 사회적인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그리고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확대되는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된 가족의 질병이나 노환을 돌볼 수 있는 '가족돌봄휴직(30일이상)' 제도 조차도 사문화된 실정이다. 내 자신도 10여년전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하지 못한 채 출근이 불가피했던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제부터는 중증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저승길의 '뱃사공 카론'에게 건네줄 동전이라도 한잎씩 준비토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