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아침 식사자리 부녀가 밥먹는 중인데 호규는 한켠에서 난처히 통화중이었다.
"효실아..이자 정말 아니고 서두는 통에 숫자를 잘못 눌렀다니까..언제 시골가면 우리엄마에게..아 그도 글타..내 계좌 알잖아..돌려주면 되지 화낼 일이..내주소?..여긴 넘 멀고 복잡해서 네가 못올....석현이? 요즘 물고기 키우느라고 정신 없을건데..그래 다음에 거기 가서 어죽이나 사라..지금 밥먹던 중이라서..미안타"
전화를 끊고 돌아오자
"참 미안할 일도 많다. 누가 보면 누가 빚쟁인지..아버지, 나 할 말 있는데 좀 들어줘. 울내 너도 관련있으니 피하지마"
"또 뭔 야그를 하려는 거냐? 호구도 언젠가 그러두만...나도 요즘 니가 실실 무서워진다.."
"그래..나 무션 여자야. 일본 그 모진 데서..별별 곡절겪은 년이라고..정신대가 뭐.."
"그래! 무섭고 미안해서 죽겠으니 짧게 해라. 밥식게따"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살거야? 시설 떠나서 누가 찾아오기도 힘든 데서? 울내..왕년에 똥구덩이에서 구른 인간이 되면 좋겠어?"
"짧게 하랬잖아! 그래 호구도 그만 하산하고 너도 어디로 꺼지든 맘대로 해라. 난 똥구디에 뼈를 묻을란다"
"......."
"내 말에 고분고분한 홍주댁도...라면은 잘 끼리더라. 나도 인생이란 게 있는디 언제까지 마구같은 딸과 아웅다웅 부대껴야 되냔 말이다"
날자가 결단은 빠른 모양이었다.
"얘기 끝. 밥먹고 당장 짐싸"
"그, 그렇게 서둘 일이.."
"잴 일이 아니잖아. 이게 옳다싶으면 당장 행동에 옮겨야지. 언제까지 뭉기적거릴래? 멍청도라고 과시하는 거야?!"
"날자야! 예서 왜 지역감정이 나오는 거냐. 경기도도 모질고 독한 곳이 아녀..경중미인이라고.."
"짧게 해. 울낸 오전에 난 오후에 뜰 거니까. 홍주댁은 내일 들여앉히고"
"누나 나 별책부록 아니거든!"
호규의 말에 부녀가 집중했다.
"내인생의 주인공은 나거든. 월센지 주거비도 이백이나 미리 치뤘거든. 난 아직 공부할게 많거든. 홍주댁이 끓인 라면도 먹어보고 싶거든...난 절대 떠날 수 없어"
"...그래 나 혼자 쫓겨나면 간단한 것을 말 길게 했네"
"옛말에 조강지처불하당 빈천지우불가망이라고 했어
로또 백억짜리 맞아도 난 여길 안 떠나. 적어도 올해안에는"
잠시 좌중에 침묵이 흘렀는데 이사장이 심각히 말했다.
"그만 결산하자. 건달을 불한당이라고도 한다 아닐불 땀한 땀을 안흘린다는 뜻이지.....조강지처불한당 빈천지우불가살!"
모두 어이없어지는 얼굴인데 날자가 당차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근데 제자야 로또 백억짜리는 없다잖었냐"
"저기요 좀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는데..."
"아..마음껏 남자끼리 못할 말이 뭐냐. 너 골지지는 놈인거 모를 사람이 시상에 어딧다고"
"그럼 저도 마음 놓고 묻겠는데...사모..아참 장모 아크..날자엄마..이크 태후라고 작명해준 분 고향이 혹시 홍성쪽이 아닌가 해서요"
밖에서 얼핏 엿듣던 날자의 황당한 얼굴 크로즈
잔득 일그러진 사장얼굴이었다.
"...호.호..홍성과 홍주는 다르단다..강원도 홍천..홍콩만큼이나! 이늠이 이거..너 정말 파문 한번 당해볼래?"
꽃이 피어나고 새들도 날아다니는 풍경
'그 추웠던 겨울도 가고..봄은 왔건만...'
중간재로 오르는 호규는 왠지 기운이 빠져보였다.
개나리가 핀 곳을 넘어 멀리까지 훑어보는 것이 누군가를 찾는듯도 했는데...
이사장과 간촐한 밥을 먹는 호규였다.
"이삼일만에 헤헤거리며 나타날 줄 알았거든요. 근데 3주가 넘도록.."
"전화도 버린 걸 보면 이삼년 넘게 실종될지도 몰러"
"서, 설마!"
"갸가 독헌디가 있어. 어쩌다 내같은 무골충에게 그런 아가 생겨났는지 정말로 미스테리랑게"
"어쩌면 망원경으로 이곳을 살피며 웃고 있을지도.."
"겪어보고도 모르냐? 그렇게 간사 얇은 애는 아녀. 내가 죽어도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아..제가라도 다정히 설득하고 거들어줬어야했는데....누나가 무슨 일이 생겨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너무.."
"인생이란 거시 본래 그런겨..비일비재여..닥치고야 떠나고야 때늦게 후회하는겨..."
"그럼 누나는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목적? 많것지 훈련 조련 길들이기..."
"누나를 당장 돌아오게 하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내가 지에미와 합치면 돌아올지도.."
"제가 써야 되는 방법은?"
"읎다"
"그그그...그렇군요...저는 그저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울내가 히트치면 돌아올지도.."
"그.그럴까요? 역시 그렇겠지요?"
희망이 솟는 호규지만 이사장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울내가 폭망해야 확실히 돌아올 것 같으니까 문제지'
....계속.....